
국정원장 “은하수관현악단 총살 알고 있다”
국내 북한 매체들 “리설주 소문 사실 아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공개 처형당한 9명은 자신들이 출연한 포르노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민보안부가 이들을 도청 중 “리설주도 전에는 우리와 똑같이 놀았다”고 말한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김정은이 리설주와 관련된 성추문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우려했고, 지난 8월 17일 9명을 체포한 후 재판 회부 없이 3일 뒤 평양시 교외의 강건 군관학교 연병장에서 고위 간부, 악단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들을 총살했다고 전했다.
이후 은하수관현악단과 왕재산 예술단 단원은 8월 초부터 북한의 공식 매체에 등장하지 않았다. 처형된 9명의 가족들은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한 은하수관현악단 단원의 총살을 알고 있다"고 밝혀 사실 가능성을 높였다.
언론서 사라진 리설주 9일, 10일 방송 연속 등장
북한의 방송매체들은 남 원장의 발언이 있은 뒤 리설주의 행보를 뉴스로 전하기 시작했다. 한 달여간 언론에서 모습을 감췄던 리설주는 지난 9일 김정은과 김일성종합대학 교육자 주택 준공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살림집 싱크대 수도를 틀어보는가 하면 찻잔을 정리하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종종 김정은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리설주가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달 15일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 역도선수권대회’ 이후 24일 만이었다.
최고 지도자의 부인이 연루된 추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김정은, 리설주 부부동반 장면을 적극 공개함으로써 추문을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리설주의 활동 공백 기간 나름대로 검증작업을 벌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리설주가 24일간의 검증기간을 통해 ‘결백’을 입증받았기 때문에 다시 김정은과 함께 부부동반에 나설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은하수관현악단 역시 3개월 가까이 북한 매체에서 사라지면서 해체설까지 나돌았지만 리설주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 동시에 활동을 재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에도 김 위원장이 리설주와 함께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68주년 기념공연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리설주 동영상 있다? 없다?
리설주가 북한 언론매체에 등장하면서 방송들은 앞 다퉈 국내 언론의 ‘리설주 포르노설’ 보도에 대해 “감히 우리의 ‘최고존엄’을 모독했다”며 “추호도 용서치 않고 가차없이 징벌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9월 22일 발표한 논평에서 “괴뢰패당이 어용매체들을 통해 감히 우리의 최고존엄을 비방중상하는 모략적 악담질을 거리낌없이 해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북한 전문매체에서도 `리설주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매체에서는 현재 떠돌고 있는 리설주 성추문설은 ‘2002년 보천보전자악단 사건’을 모방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사건은 보천보전자악단 내 남녀 배우가 기쁨조 내규를 어기고 몰래 연애하다 들켜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격분한 김정일의 지시로 잔명했던 배우를 공개 총살했다. 또한 그 사건을 계기로 보천보전자악단에 대한 당조직부 집중 검열 결과 보천보전자악단 주요 가수들인 전혜영, 김광숙, 리광숙, 조금희가 당 간부 자녀 결혼식장에서 노래를 부른 사실이 들통 나 전원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 이 매체들은 리설주의 포르노 동영상 존재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리설주가 방송에 다시 등장하면서부터 과거와 다른 패션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는 화려한 의상과 가방 등 액세서리를 피하고 북한 인민복 스타일의 정장 차림에 짧은 헤어스타일을 한 상태였다. 지난 9월 7일 북한을 방문한 전 미국 NBA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먼과 그 일행을 환송할 때의 보라색 원피스에 하이힐 등 화려한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리설주의 검소한 스타일로의 변신은 일부 언론이 제기한 성추문 의혹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리설주가 자숙 모드의 일환으로 스타일을 바꿨을 것이라고도 보고 있다.
현송월 그리워하는 김정은
대외적으로 리설주에 대한 추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운데 김정은도 리설주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북한개혁방송 김승철 대표는 “김정은은 춘향이 스타일인 현송월이 그리울 것이다.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떠밀려 리설주를 내세웠는데, 남자관계가 복잡하고, 여러 추문이 나돌자 난처하게 됐다. 김정은에게 리설주는 죽이고 싶지만 죽일 수 없는 골칫덩어리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 대표가 말한 현송월은 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로 김정은이 리설주와 결혼하기 전에 사귄 여자였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현송월은 최근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명과 함께 음란물을 제작하고 판매한 혐의로 공개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총살된 사람 중에는 은하수관현악단장 문경진도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6월 김정은의 ‘성 녹화물을 보지 말 것에 대하여’란 지시를 어긴 혐의로 체포돼 3일 만에 전격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현송월이 직접 음란 영상물을 촬영하거나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영상물을 본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또 최근 소문에 따르면 현송월이 중국 동북부 지방에서 목격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그녀의 생사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