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손학규 민주당 고문이 경기도 화성갑에 불출마하면서 서청원 새누리당 고문의 국회 입성이 확실시 되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손 고문이 출마를 대비해 서청원 X파일을 파헤치며 측면 지원을 할 태세였다. 하지만 손 고문이 불출마하면서 김이 빠졌다. 그러나 김한길 지도부의 대여 장외투쟁이 별 소득없이 끝나고 녹취록 파문으로 사면초가에 빠지면서 정국반전 카드로 서청원 X파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실상 청와대 하명으로 공천을 받은 서 고문을 낙천시켜 박근혜 정권을 코너로 몰아붙여 정국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 대여투쟁 동력 잃은 민주당, X파일로 도덕성 차별화
- 자식 특혜·비리 사건부터 과거 비리 행적 들춰
민주당이 2013년 국정감사를 맞이해 서청원 고문에 대한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와대 밀어붙이기식 공천’에 따른 서 고문의 상처내기는 박근혜 정권의 도덕성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에 있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인 서 고문의 부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인 셈이다. 민주당이 서청원을 상대로 박 정권과 대리전을 치르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서청원 X파일을 통해 정국 반전용으로 삼게 된 배경은 현 지도부의 난맥상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녹취록 실종 파문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정확하게 친노 문재인, 한명숙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정원 국조-3자회담-장외투쟁 속수무책
정국 반전 카드로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를 했지만 이렇다 할 정치적 이득을 보지 못했다. 박 대통령과 3자 회동 역시 청와대와 야당의 인식의 차만 확인하는 자리였다. 당초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사과’, ‘남재준 국정원장 사퇴’, ‘국정원 개혁’을 내걸었지만 어느 하나 얻은 게 없이 장외투쟁을 접었다.
설상가상으로 정국 반전을 꾀할 때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 김정일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사초 실종으로 발목을 잡혔다. 여기에 10월 재보선에서 정국 반전을 위해 손학규 카드를 당 지도부는 꾀했지만 손 고문이 고사하면서 물 건너갔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김한길 당 대표나 정세균 전 대표 등 당 중진급 인사들이 저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져 손 고문을 대했다”며 “손 고문은 귀국할 때만 해도 출마 의사가 51%였다. 하지만 당 인사들을 만나면서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불출마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결국 경기도 화성갑에서 민주당 후보의 승리는 요원하게 됐다. 민주당도 피해를 보았지만 손 대표 역시 ‘대선 후보로서 생색만 내고 차기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무엇보다 화성갑에 공천된 오일룡 후보의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전국노래자랑대회에 대중가수가 온다고 홍보해 놓고 막상 무명 가수가 무대에 오른 꼴”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선거가 더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정국 반전을 꾀하고 있다. 특히 서청원 관련 의혹을 상임위별로 챙기면서 박 정권과 서 고문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민주당에서 10월 재보선전에 ‘서청원 X파일을 터트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서 고문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민주당에선 서 고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서 후보는 ‘차떼기 공천비리’ 정치를 한 분으로 친박연대 공천비리 사건의 주역이다. 서 후보의 사례에 구태 정치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면서 “(서 후보 공천은) 새누리당이 강조하는 '원칙과 신뢰'의 근간을 뒤흔드는 작태”라고 비판했다. 과거 2002년 대선 때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대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차떼기'로 받은 사건에 연루돼 복역했고, 2008년 친박연대 대표 시절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 30여억 원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은 점을 물고 늘어진 셈이다.
‘서청원 흠집내기’로 박근혜 정권과 대리전
이전 7일에는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서청원 후보의 아들이 국무총리실 4급 비서관직에 특채되고 딸이 사회지도층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라며 “서청원 후보는 빨리 사퇴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딸의 경우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지난해 11월 사회지도층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으로 다른 학부모 45명과 함께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김 의원은 서 고문의 아들과 관련해 “국무총리실이 채용공고와 시험도 없이 서 전 대표의 아들을 4급 서기관으로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총리실은 인사발령 공고도 내지 않는 등 특채 사실을 숨겼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은 ‘사실무근’이라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서 고문의 아들은 국무총리비서실 산하 시민사회 비서관실 민관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밖에도 민주당에선 지난 대선에서 ‘10억 금품수수설’부터 ‘청산회 회원 금품수수 의혹’까지 다양하게 서 고문을 둘러싼 의혹을 꼼꼼하게 챙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서 고문이 사실상 박 대통령 의중에 따라 공천을 받았고 박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정도로 가까운 정치 원로”라며 “서 고문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권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또한 이 인사는 “서 고문이 총선에서 낙마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설령 배지를 단다고 해도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혀놔야 이후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나 국회의장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할 것”이라며 “‘바지대표’로 알려진 황우여 대표에 이어 서 고문이 당 대표에 오르면 작금의 여야 대치 정국이 극에 다다르고 청와대 여의도 홀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서청원 X파일’을 통한 정국 반전과 함께 주도권 잡기에 나서자 청와대를 비롯해 새누리당 역시 적극 방어에 나서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 이미 지난 9일 서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새누리당 친박계 현역 의원 40여 명을 포함한 청산회 회원과 지지자들 2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서 고문의 당내외 영향력을 과시했다.
당내 고위직 인사들 역시 ‘서청원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11일 라디오 방송에서 서 고문의 공천헌금 비리 전력 논란에 대해 “서 후보더러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면서 “친박연대 때 받은 돈 때문에 옥고까지 치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아니라 당을 위해서 쓴 돈이고, 그 당시 살아있는 권력에 의해서 희생된 분”이라고 주장했다.
서청원 호위무사 자청하는 친박계
서 후보를 ‘올드보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서도 홍 사무총장은 “경험과 경륜을 갖고 화합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이다. 여야 간에 소통이 다소 어렵고 당 전체를 아우르는 지도자가 부족할 때 서 후보 같은 분이 국회의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있다”면서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김재원 의원 역시 “서 후보는 우리나라 정치에서 과거 낭만주의 정치시대의 막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김 의원은 비리전력과 관련해 “서 후보의 과거 전력에는 나름대로 충분히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 서 대표는 본인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만하게 설명을 했고, 개인의 치부나 착복이 없었다. 지금 당장 우리 당에서 필요한 인재”라고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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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