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의 ‘섹스 관광’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그저 ‘성매매’만을 탐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유흥문화’를 즐기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중견기업체에 다니는 J(35·남)씨는 지난 8월말 회사출장을 핑계(?)로 한 섹스투어를 다녀왔다. J씨는 “현지 공장에 대한 시찰을 하기 위해 중국 북경을 방문했는데, 그냥 돌아올 수가 없었다”며 “의견이 맞는 직원들과 중국 유흥업소 탐방을 했다”고 털어놨다.J씨 일행은 우선, 한국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북경의 K룸살롱에서 화끈한 하룻밤을 즐겼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물가로 인해 40여만원으로 술과 안주값을 치를 수 있었다. 또 아가씨들의 팁과 2차비용으로 30여만원 등 70여만원의 비용으로 융성한 대접을 받았다고 J씨는 말했다.이와 같이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저렴한 가격의 중국·동남아‘섹스 투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여행사들도 ‘룸살롱·나이트클럽·마사지 등을 코스에 넣은 섹스 관광 패키지상품’을 내놓고 있다.
L여행사 K실장은 “일부 직장인들이 노골적으로 ‘해외의 은밀한 유흥가’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이 있느냐고 상담해 온다”며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신분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일반 패키지 여행상품에 ‘섹스 투어’상품을 끼워 넣고 있다”고 밝혔다.K실장에 따르면, ‘섹스투어’를 가는 관광객들의 경우 일반 관광객들과 함께 현지에 도착한 뒤 현지가이드에게 웃돈을 주면 ‘섹스 패키지’상품을 따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섹스 투어’로 각광받고 있는 곳은 한국보다 물가가 싼 중국과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중국 ‘섹스 투어’상품을 팔고 있는 C여행사 B씨는 “현지 가이드를 잘 포섭해야 중국 유흥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며 “가이드를 포섭하지 못하면 한국사람들을 상대로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업소만 가기 일쑤. 저렴하게 중국의 확실한 밤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는 현지 가이드에게 적당히 돈을 쥐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북경을 다녀온 G(34)씨는 “사우나, 안마시술소 등이 겸비된 3층 규모의 유흥업소를 갔는데, 그곳은 한국의 90년대 룸살롱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시설은 좋지 않았다”고 밝힌 뒤 “하지만 서비스는 한국 못지 않았다. 50여명 중 괜찮은 아가씨를 선택해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고 흡족해 했다.이런 직장인들의‘섹스 투어’의 경험담은 ‘인터넷 성인 사이트’등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북경과 연길, 장춘 등 6박7일로 중국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A씨의 경험담은 눈길을 끈다. A씨는 먼저 북경에 머무는 동안 룸살롱에서 중국 아가씨들과 신나게 놀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어진 연길에서 A씨는“‘안마방’두곳을 다녀왔는데 정작 안마는 받지 못하고 부수적인 파티(?)만 즐겼다.”며 “또 중국의 노래방문화도 한국과 유사하다. 한국돈 10만원 정도만 있으면 아가씨를 불러놓고 맥주파티를 열 수 있다”고 전했다.이와 관련, 한 여행사 직원은 “하지만 최근 이와 같은 한국과 일본 남성들의 ‘섹스 투어’가 중국내 사회문제화 되면서, 최근 단속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로 섹스투어를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직장인들이 중국 다음으로‘섹스투어’지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곳이 동남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등의 동남아국가들도 한국‘섹스투어족’을 상대로 한 ‘밤 문화’가 찬란하다.지난 2000년부터 일년에 한두차례 베트남을 찾는다는 K씨 “3일 정도 직장에 휴가를 내고 베트남을 찾곤 했는데, 한국에서 즐기는 유흥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며 “300달러 정도면 아가씨와 함께 시내관광은 물론 밤 서비스까지 완벽하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성인 사이트에 남겨진 ‘동남아 섹스투어’경험담들도 K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J씨가 가봤다는 필리핀‘보자기 집’얘기는 네티즌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고 있다. J씨는 “현지‘보자기집’은 먹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보자기 씌워 놓고 알아서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며 “한국의 북창동 비슷한 시스템으로, 현지 가이드들은 다 안다”고 설명했다.동남아의 ‘섹스투어’중 빼 놓을 수 없는 코스가 ‘마사지’업소. 물론 건전하게 마사지만을 받을 수 있는 곳들도 많은 편. 그러나 한국인 섹스투어족을 상대로한 퇴폐적인 마사지 업소들이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직장인 J씨는 “동남아의 마사지 업소중에는 우리나라 ‘터키탕’하고 비슷한 곳이 많다. 목욕시켜주고, 간단한 안마, 오일 마사지…그리고 마지막 서비스까지”라며 “사우나 역시 퇴폐적. 사우나에서 아가씨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설명했다. 골프와 함께 하는 동남아 섹스투어도 최근 인기. 최근 필리핀 Y씨의 경험담도 화려하다. Y씨는 “동남아 호텔 골프장에서 라운딩은 가히 ‘황제 골프’. 그리고 골프를 마치고 나면, 초특급 술집에서 최고로 즐길 수 있다. 무대에서는 여자들의 ‘나체쇼’를 보고, 이들중 마음에 드는 아가씨를 고르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남아 뿐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등 아직 익숙하지 않은 지역으로 떠나는 모험(?)적인 ‘섹스투어족’들도 있다.
상대적으로 ‘빈국(貧國)’인 이들 지역에서도 섹스파트너를 찾고 있는 것이다.D씨는 인터넷에“정열적인 중남미 아가씨들이 최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D씨는 “아직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게릴라나 마피아들의 위험을 무릅써야겠지만, 그 만한 대가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이와 같은 무절제한 직장인 섹스 투어에 대해 여행사 관계자는 “일부 직장인들의 섹스투어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고 있다”며 “한국 특유의 밤 문화 역시 독버섯처럼 세계 각지로 번지고 있어, 큰 문제”라고 밝혔다.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섹스투어로 인해 중국, 동남아 등 현지에 살고 있는 교민들이나 유학생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섹스투어족들의 자제를 당부했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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