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는 가을이다. 찬바람이 느껴지는 계절이 시작되면 피부도 마르고 입도 마르게 된다. 긴장했을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입이 바짝바짝 마르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시적인 입 마름증(구강건조증)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껌이나 사탕을 자주 찾게 된다면 구강건조증을 의심해야 한다.
구강건조증이란 말 그대로 침의 분비량이 줄거나 침의 점성이 높아져 입안을 건조하게 만드는 질환이다. 하루에 침은 1.5~2L 정도로 분 당 0.3~0.5mL 분비가 된다. 하지만 정상 대비 50% 이하의 침 분비를 보이거나 검사 시 타액 분비량이 분당 0.1mL이하이면 구강건조증으로 판단된다. 구강건조증은 65세 이상 인구의 약 3분의 1에서 나타나며 노인 사망 원인 6위인 폐렴까지도 불러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므로 반드시 치료해야만 한다.
구강건조증의 증상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을 삼키기가 힘들다, 말하기 힘들다, 맵고 짠 음식을 먹기 힘들다, 입안과 목이 말라 잠을 깨는 경우가 많다, 구강점막이나 혀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다, 음식 맛을 잘 느낄 수가 없다, 입 냄새가 난다, 혀에 백태가 심하다, 입술이 마르고 입술 가장자리가 갈라진다, 입안에 궤양이 자주 생긴다, 그동안 잘 쓰던 틀니가 잘 맞지 않고 아프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구강건조증 환자의 특이한 소견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타액이 적고 거품이 많다, 충치가 많다, 풍치가 심하다, 구강점막이 위축돼 얇고 매끈매끈하게 보인다, 곰팡이 감염이 자주 생긴다 등이다. 만약 이 중에 해당사항이 있으면 구강건조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구강건조증은 구(口)호흡, 갱년기 증상, 스트레스, 타석(침샘에 생기는 돌)과 약물 복용이 주된 원인이다. 호흡은 크게 입으로 쉬는 구호흡과 코로 쉬는 비호흡으로 나뉜다. 구호흡은 입안을 마르게 하고 치열과 얼굴의 형태도 변형을 시키므로 전체적인 수분 조절이 잘되는 비호흡을 해야만 한다.
중년 여성이 흔히 겪는 갱년기 증상 중에 분비물 감소가 있다. 침도 마찬가지로 그 영향을 받게 되는데 여느 부위와는 다르게 구강의 경우는 침 분비가 줄어도 초기에는 잘 확인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침 분비에 관여하는 침샘이 음식을 섭취할 때와 섭취하지 않을 때 분비율과 분비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식사할 때 침이 적게 나와 불편한 정도가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이 마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험생이나 수험생을 둔 부모들도 입 마름증을 많이 경험한다. 그만큼 침 분비는 스트레스 등의 정신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침샘 활동이 억압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침 분비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침샘이나 침샘관에 돌이 생겨서 침샘의 분비를 억제하거나 가로막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구강 주위에 분포하는 3대 큰 침샘이 모두 막히지 않는 이상 평상시에는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약물 복용은 입 마름증의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400~600 여종 이상의 약물이 구강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코감기나 알레르기를 치료하는데 주로 쓰이는 항히스타민계 약물이나 우울증, 불면증 치료제와 같은 정신신경계 약물, 고혈압 치료제 등이 있다. 이외에도 방사선 동위 원소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서는 치료 후 타액선의 기능이 저하되고 타액선이 파괴돼 타액 분비가 급격하게 감소된다.
입 마름증은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노화와 구강건조증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노화에 의한 타액 분비 감소가 아니라 질환이나 약물에 의한 감소라는 말이다.
구강건조증이 심한 환자인 경우에는 인공 타액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인공 타액은 인체의 타액과 성분이나 성질이 똑같지는 않아서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다. 혹은 필로카르핀 제재를 사용해 타액 분비를 촉진하기도 하지만 이는 심장혈관계 질환자, 녹내장, 천식 환자에게는 금해야 한다.
때문에 약물이나 인공 타액 보다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코로 숨을 쉬고 잘 때는 가습기를 사용하고 입술에 보습제나 바세린을 자주 발라 건조함을 예방해야 한다. 또 무설탕 껌을 씹거나 신음식과 신선한 야채, 과일을 자주 먹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술과 담배는 구강 건조감을 증가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물을 자주 마시고 편안한 마음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며 파·마늘·양파 같이 구취를 유발하는 식품의 섭취를 자재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반드시 하는 편이 구강건조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치과에 방문해 충치와 잇몸질환 치료를 조기에 받고 올바른 잇솔질을 배우고 시행하는 것도 좋다. 구강건조증을 예방해 좀 더 즐겁고 행복한 대화와 식사시간이 되길 바란다.
<도움말=김재호치과 김재호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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