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취임 100일 “자식 같은 선수들 버릴 각오로 감독직 수락”
홍명보 취임 100일 “자식 같은 선수들 버릴 각오로 감독직 수락”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10-07 22:47
  • 승인 2013.10.07 22:47
  • 호수 1014
  • 5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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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자신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홍 감독은 금쪽같은 내 자식들에게도 칼을 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을 수락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특히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위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영광도 모두 잊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 감독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3개월여 대표팀을 이끌어 온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우선 감독 수락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홍 감독은 “2009년 청소년대표팀 감독 때부터 한솥밥을 먹어온 구차철(볼프스부르크), 홍정호(아우크스부르스), 김영권(광저우) 등 자식과도 같은 선수들이고 내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면 이런 선수들도 내칠 수 있어야 하는데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대표팀 사령탑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고사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안지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면서 고독하고 힘든 일상을 겪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그때 이제 자식과도 같은 선수들을 자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대표팀 감독을 수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코치도 아니고 연수생 신분으로 어디에도 들지 못하는 경계인의 삶을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홍 감독은 얼마나 고독했는지 라디오 앱을 다운받아 음악을 들었는데 그때 마침 임재범의 비상이 흘러나왔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그때 그 노래의 가사가 얼마나 절실하던지 나와 똑같은 상황이 가슴을 후벼파더라고 회상했다.

홍 감독은 또 올림픽 대표팀 감독 시절 선수들을 위해 칼을 품고 다니겠다고 했던 말을 대표팀 감독된 이후 미팅에서 이젠 너희들에게 칼을 들이대게 됐다고 말한 일화를 소개하며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어려웠던 초반 행보에 대해서는 지금 전패를 하더라도 월드컵 본선에서 이기면 된다지금의 시행착오가 결국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태극전사들이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선수 선발 원칙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놨다. 홍 감독은 팀의 원칙으로 “6개월 이상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면 뽑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 해외파 선수들에 게 6개월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 그는 개인적으로는 국가대표를 발전시켜야 하고 그런 선수를 써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K리그 선수들과 해외파를 비교했을 때 해외파 선수가 더 낫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지동원(선덜랜드)은 주전은 아니어도 매 경기 벤치 멤버에는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성용에 대해선 기성용이 이번 대표팀에 들어오지만 대표팀에 오면 원팀을 잊어서는 안 된다잘하면 남겠지만 못하면 바로 아웃이다. 박종우(부산)도 지난번에 그렇게 내쳤다고 경고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 홍 감독은 경기도 계속 못하고 FIFA랭킹도 떨어지고 이제 한국 축구는 떨어질 곳이 없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며 런던 올림픽의 경험을 살려 대표팀을 잘 조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최종적으로 본선을 앞두고 선수단이 달라질 텐데 그때 집중적으로 하는 훈련이 결국 제일 중요하다면서 그때까지 부상자가 나올 수도 있고 누구든 주전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며 지속적으로 무한경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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