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 빼먹는 대기업 ‘퍼시스’
벼룩의 간 빼먹는 대기업 ‘퍼시스’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10-07 12:32
  • 승인 2013.10.07 12:32
  • 호수 1114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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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침대 시장 진출 의료기기조합 “당장 손 떼라”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국내 사무용 가구업계 1위 기업인 퍼시스(사장 이종태)가 의료용 전동침대 공공조달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소 의료기기 업체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퍼시스가 지난해 9월 전동침대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한 지 1년 만에 서울대병원 병상 확대사업 등 굵직한 사업들을 따내고, 시장점유율 40%를 기록하는 동안 해당 업계의 다수 중소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일요서울]이 들여다봤다.

중소업체 “원가 후려치기로 공공조달 수주”
퍼시스 “정당한 방법·합리적 가격으로 대결”

지난해 기준 매출 2219억 원, 영업이익 239억 원을 기록한 가구 대기업 퍼시스와 의료용 전동침대 중소업체들이 국내 의료용 전동침대 시장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에 따르면 의료용 전동침대 시장의 전체 규모는 60억 원, 공공조달 시장 규모는 15억 원 수준이다. 이러한 시장을 40여 개 중소업체들이 경쟁해 나눠 왔는데 퍼시스가 뛰어든 것이다. 퍼시스가 정부 공공조달 시장을 통해 발주된 15억 원 중 수주해간 물량은 6억 원어치에 달했다.

그러자 갑자기 일감을 잃어버린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중소업체들에 공공조달 시장은 민간 시장으로 가는 발판이 되는 중요한 판로였기 때문에 강한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의료용 전동침대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퍼시스가 저가 입찰을 통해 수주를 하는 바람에 우리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며 일어났다. 중소제조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재화)은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의 공공병원 저가 입찰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용 전동침대 특별대책 소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팽팽한 대립각 여론도 양분

하지만 각자의 명분과 실리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한 쪽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청을 통해 의료용 전동침대를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 중이다.

2012년에 지정된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은 3년에 한 번 선정되기 때문에 2015년에나 새로 지정할 수 있지만 마음이 급한 조합 측은 ‘특수한 경우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지정 요구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과 특별대책 소위원회는 “퍼시스는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 원가 이하로 가격을 후려쳐 수주를 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전형적인 횡포에 우리와 같은 중소업체들만 죽어나가고 있다”고 성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업체 이사는 “퍼시스는 중소업체가 절대 흉내 내지 못하는 가격에 납품을 하고 있다. 대기업이 자본으로 밀어붙이면 중소기업은 다 죽어야 한다”면서 “퍼시스는 우리가 폭리를 취하고 있던 것이라고 하는데 40개 업체가 소규모 시장 속에서 경쟁하고 있다. 폭리를 취하려고 하면 무조건 망하는 시장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퍼시스는 정당한 경쟁을 통해 좋은 물품을 싸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퍼시스는 분명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업체들의 씨가 마른 이후로는 가격을 올릴 것이 분명하다”며 “공공조달을 싼 가격에 입찰했다는 자체보다 이로 인해 민간 병원 시장도 그 정도의 가격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게 문제다. 결국 가격을 맞추지 못하는 중소업체는 다 망하고 소비자는 그때야 속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퍼시스 측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공조달 입찰에 참여한 것뿐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즉 중소업체들이 그동안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폭리는 취했다는 주장이다. 퍼시스 관계자는 “원가 이하로는 절대 판매한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의 의료용 전동침대 사업에 대해선 여러 가지 관점에서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에 이들 대립에 대한 여론도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되지 못한 업계는 대기업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중소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하나다. 다른 일부는 최근 파로마나 파쎄 등 중견 가구업체들이 부도가 날 만큼 불황을 겪고 있는 가구업계의 현실을 지적하며 무작정 중소기업 편만 들게 되면 퍼시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양쪽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여부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간 경쟁품목 지정에 대한 판단이 첫 번째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중견가구社 잇단 부도…건설시장 불황 여파 커

국내 건설시장 침체 영향으로 인한 가구업계의 부도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주로 신규 아파트에 특판 가구를 공급해 온 파로마나 파쎄와 같은 중견 가구업체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결제원의 공시에 따르면 중견기업인 파로마(대표 허성판)가 거래은행에 돌아온 만기채권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달 26일 부도를 냈다. 파로마는 1958년 부산에서 동신가구로 사업을 시작해 업력 56년을 이어왔던 중견 가구회사다. 아울러 경기 광주시에서 붙박이장 전문 중견 가구업체로서 한때 매출이 500억 원에 달했던 파쎄도 지난달 25일 부도를 내기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파로마의 부도에 대해 2000년대 초부터 무리하게 사업 확장을 했던 것을 화근으로 보고 있다. 파로마는 2001년 10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해 파로마청도가구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웠다. 2004년엔 우아미가구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로마의 매출은 2010년 452억 원, 2011년 300억 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278억 원까지 곤두박질쳤다.

파쎄는 5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최근 건설업계의 위축으로 매출이 200억 원까지 줄어들었고 경영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루네오는 가구업계 3위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2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 올 상반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1년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리바트가구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55억 원밖에 올리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한샘과 리바트 등 그나마 살아남은 가구업체들은 해외 수출과 저가 가구 생산을 늘려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hwihols@ilyosoe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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