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손학규-서청원 정치권 빅뱅 일으킨다
돌아온 손학규-서청원 정치권 빅뱅 일으킨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10-07 11:21
  • 승인 2013.10.07 11:21
  • 호수 1014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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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박 여당 좌장 ‘인정’ 서청원 공천, 새 변수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새누리당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기 화성갑 공천자로 ‘원조 친박’이자 ‘정치 원로’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70, 6선)를 선정했다. 당내 비박계 및 소장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 전 대표의 공천은 청와대 ‘밀어붙이기식 공천’의 산물이라는 평이다. 국회에 입성할 경우 친박과 비박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고민에 빠졌다. 당초 ‘초미니 총선’으로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필승 후보’를 내야만 하는 처지에 빠졌고 대항마로 손학규 고문(66, 4선)이 부상했다. 손 고문 측도 당의 ‘삼고초려’와 ‘명분’을 준다면 출마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손 고문의 등장은 주류인 친노와 비주류 김한길 당 지도부, 그리고 차기 당권을 노리는 정세균 그룹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에 들어올 경우 친노와 비노 전선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당내 분란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서청원-손학규 거물급 인사들의 등장으로 여야가 고도의 정치게임을 벌이게 됐다.

-손학규 친노-김한길 위상 약화 대권 삼수 ‘기회’
-‘거물급’ 서·손 등장, 반박·반노 전선형성 갈등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등장으로 당혹스러운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으로선 사실상 손놓고 있던 지역인데다 오일용 당협위원장을 화성갑 단수후보로 이미 확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3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공천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필패후보’보다는 ‘필승후보’로 손학규 고문 전략공천설이 그럴듯하게 흘러나왔다.손 고문 측 역시 10월 재보선에 출마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손 고문 측 한 인사는 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서 전 대표 출마를 전제로 “참모들이 손 고문의 출마 여부를 놓고 투표를 했는데 7:3으로 찬성이 높았다”며 “당이 출마할 명분을 주고 삼고초려를 한다면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 지도부가 ‘구원투수’로 손 고문을 전략공천할 경우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손 고문 재보선 출마 7:3 찬성 높아

하지만 손 고문 측에서는 당 지도부가 쉽게 공천을 줄 것인지에 대해선 당 역학구도를 들며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유인 즉, 일단 김한길 당 대표가 손 고문의 정치 전면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정원 댓글녀 사건부터 장외투쟁, 이석기 파문 그리고 3자 회담에 이르기까지 당이 수세적인 국면인데다 최근에는 대화록 실종사건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 대표의 경우 제1 야당에 걸맞은 당 대표로서 위상을 갖춰가는 입장에서 손 고문의 입성은 차기 대권가도뿐만 아니라 비노 진영의 힘 쏠림현상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가 ‘나홀로’ 장외투쟁을 벌이고 전국을 돌며 현장 정치를 벌이는 것 역시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민생을 챙김으로써 차기 대권 주자로서 이미지 형성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위상 강화를 위해 공천을 주지 않을 경우 10월 재보선에서 패배가 확실한 만큼 그에 따른 역풍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져 ‘필승 카드’를 버리고 ‘당을 희생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경우 당권뿐만 아니라 대권가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딜레마에 처했다. 정동영계 한 인사는 “대여 전선을 확장하고 힘 있는 야당 이미지를 가져가기위해선 화성갑에서 손 고문을 공천할 수밖에 없다”며 “여론조사에서도 손 고문이 서 전 대표에게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는 만큼 공천을 안 줄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 ‘친노권불십년’ 화룡점정 나서

‘사초실종사건’으로 숨죽이고 있는 친노 그룹 역시 손 고문의 등장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당장 검찰은 이번주부터 친노 인사 30여 명에 대한 ‘줄소환’을 예고하고 있다. 검찰은 남북정상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 참여정부 시절 회의록 생산 및 보관, 이관 작업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상대로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참여정부 비서실장 출신으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문 의원은 이미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발언한 상황으로 자칫 대화록 폐기 사건에 연루 사실이 밝혀질 경우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친노의 또 다른 구심점인 한명숙 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의 위기에 처해 정치적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이해찬 의원은 정치 전면에 나설수록 비노 진영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를 내 사실상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고 유시민 전 의원은 진작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지난 대선에서 비노 전선에 한 축을 담당했던 손 고문의 등장은 친노의 영향력이 약해진 가운데 반박근혜 전선의 선봉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달가울리 없다. 또한 당내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를 갖고 있는 친노그룹으로선 문 후보의 추락과 손 고문의 ‘친노권불십년(親盧權不十年)’의 화룡정점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차기 당권을 노리는 정세균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정 대표는 차기 대권 보다는 당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지지그룹으로 486 운동권 출신, 그리고 친노 일부 세력을 껴안고 당권을 노리는 그로선 손 고문이 막강한 라이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화성갑 오일룡 위원장은 정세균 사람으로 손 고문의 등장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이처럼 손 고문의 전략공천을 둘러싼 계파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손 고문 측이 공천을 쉽게 낙관하지 않는 이유다. 손 고문 측 인사는 “제1야당이 개인적 이해관계 속에 빠져 대여 투쟁에 소홀하고 당권·대권에만 집착한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당”이라며 “손 고문은 야권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 심경으로 정치를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재차 출마 의지를 표했다.

새누리당은 서 전 대표가 공천을 받아 당에 들어올 경우 커다란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비박 전선에 선봉자로 나선 김무성 의원과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향후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이 유력한 데다 이후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도 예고되고 있다.

서청원, 비박전선 강화 친박 분화 역풍

하지만 ‘원조 친박’의 원로 정치인 서 전 대표의 국회 입성은 곧 유력한 친박 당권주자로서 자리매김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치프로그램에 최고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의원이 최근 LA 한인축제에서 비박 김문수 경기지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난 배경 역시 서 전 대표의 등장에 따른 차기당권 구도에서 비박 전선의 결속력 강화를 꾀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박뿐만 아니라 친박계 인사들 역시 서 전 대표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황우여 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다. 황 대표의 경우에는 그동안 ‘바지 대표’라는 냉소적인 평가 속에서도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당대표에 올랐다. 하지만 서 전 대표의 등장은 원로급 ‘실세 친박’의 등장으로 당대표 위상 약화를 초래할 공산이 높다. 또한 하반기 국회의장을 노리는 황 대표로선 7선에 70세 고령의 서 전 대표의 국회 입성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자천타천으로 ‘친박’ 몫으로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인사 중의 한 명이다. 지난 대선 캠프에서 후보 비서실장을 맡다 ‘친박 일선 후퇴’ 비판 속에 스스로 백의종군해 박 후보의 어깨를 가볍게 한 바 있다. 하지만 서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할 경우 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 순위 안에 들 수는 있지만 당 대표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셈이다. 결국 서 전 대표의 정치 일선 복귀는 친박계 결속력을 꾀하는 효과도 있지만 김무성, 이재오, 김문수, 정몽준 등 비박 전선을 강화하고 친박계 분화를 가져올 수 있어 집권 여당 내 양날의 칼처럼 작용할 공산이 높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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