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말이야…” 훈계조는 안돼
“인생이란 말이야…” 훈계조는 안돼
  • 서준 프리랜서
  • 입력 2013-10-07 11:05
  • 승인 2013.10.07 11:05
  • 호수 1014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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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아가씨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일요서울ㅣ서준 프리랜서] 룸살롱 아가씨들은 한 달이면 수십 명의 남자를 만난다. 외모도 괜찮고 매너도 좋으면 사실 그 시간은 아가씨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술을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는 아가씨라면 자신의 직업과 즐거움을 충분히 일치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늘 그렇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손님만 만나기는 힘들다는 것. 때로는 ‘진상’을 만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정말 다시는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치를 떨 때도 있다. 특히 진상 중에서는 ‘말진상’이 최악이다. 그나마 몸을 더듬는 ‘피아노형 진상’은 그 자리만 떠나면 깔끔하게 잊을 수 있지만, 가슴 속에 파고드는 말 한마디로 상처를 주기 시작하면 며칠이고 고심을 하거나 그 굴욕감에 잠이 오지 않을 때도 있다. 아가씨들은 공통적으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들이 있다. 과연 어떤 말들일까.


아가씨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들은 공통적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말들이다. 물론 상처를 받는 방법과 부위도 여러 가지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남성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처를 주게 된다는 이야기다. 신체적인 비하를 할 수도 있고, 인생 자체에 대한 무시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다양한 상처는 여성들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굴욕감을 안겨주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든다. 과연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은 어떤 말들에서 상처를 입는 것일까.

■‘몸 파는 주제에~’ 남성들은 가끔씩 술에 취해 아가씨들을 무시할 때 하는 말이 있다. 아가씨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혹은 지나친 스킨쉽을 거부할 때, 또는 ‘2차’를 가서 남성이 원하는 방식대로 성관계를 하지 않을 때 ‘몸 파는 주제에~’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는 아가씨들을 거의 ‘멘붕 상태’에 빠뜨리는 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아가씨들은 분명 몸을 파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도 일상적이 되면 스스로 ‘몸을 판다’는 인식보다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진다. 일종의 심리적인 자기보호 기제라고도 볼 수 있다. 스스로를 ‘몸 파는 여자’라고 계속하게 인지를 하게 되면 이는 그 자체로 여성에게는 상처가 되기 때문에 이를 의도적으로 잊어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남성이 여성들의 이러한 기억을 순식간에 되살리면서 ‘너는 몸 파는 여자야’라고 말을 하면 여성은 깊은 마음의 상처를 얻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대개의 여성들은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 때문에 심각하게 괴로워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약점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에 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여성들이 듣기 싫은 말 중의 하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다. 남성들은 술자리, 특히 룸살롱에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는 누릴 수 없는 명확한 ‘갑을 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는 만큼, 이를 최대한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 따라서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가씨들의 사소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말들은 평소에도 쉽게 할 수 있는 말들은 아니다. 심지어 회사 사장조차도 직원들에게 내뱉기 힘들다. 직원의 자율성과 인격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룸살롱 아가씨들이 자신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안볼 수 있는 ‘1회용 만남’에 불과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아가씨 역시 당연히 상처를 입는다. 그래도 자신은 뭔가를 잘 해보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 남자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한다면 역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또한 자신이 능동적이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서 소극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은 굴욕감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인생이란 말이야~’ 룸살롱 아가씨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 손님들의 행동 중의 하나는 ‘인생에 대한 교훈’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이다. 이는 가방끈이 길다는 ‘식자층’들이 많이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대학 교수나 검사, 판사, 의사 등 학력이 높고 전문적인 사람들일수록 ‘인생론’을 펼친다는 것. 이러한 말들은 5분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한번 시작하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아가씨들의 입장에서도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는 대개 ‘훈계조’가 되기 때문에, 아가씨들도 성인으로서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사실 아가씨들은 누구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며 평소에도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혹은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데’라고 여기고 있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인생이란 말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면 속으로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 살고 있냐’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러한 말들은 굴욕감을 주기보다는 반발심을 일으키고 짜증을 나게 만든다는 점에서 아가씨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데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 한편으로는 기분 나쁘지 않을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분 나쁜 말이 있다. 그것이 바로 아가씨를 두고 ‘이런 데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아가씨의 외모와 지적 능력에 대한 칭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까 ‘당신은 이곳에 있는 아가씨들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의미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는 오히려 아가씨를 더 초라하게 만드는 말이다. ‘이런 데 있을 사람이 아닌데, 이런 곳에 있는 것 보니 당신의 상황도 참 딱하다’ 혹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 왔길래 이런 곳까지 왔냐’라는 뉘앙스가 어느 정도는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보이고 싶지 측은하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현실적인 심리이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아가씨들에게 ‘측은한 존재’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고, 이 역시 아가씨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쁜 말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말은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존심이 강한 아가씨들의 경우에는 자신이 이렇게 평가받고 있는 사실 자체도 그리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물론 룸살롱에서 손님은 왕이고 아가씨들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로간의 적절한 예의는 술자리를 기분 좋게 하지 않을까.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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