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이번엔 효성그룹(회장 조석래)이다. 그것도 조 회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말이 증권가와 여의도 국회, 서초동 검찰청 주변에서 회자된다. 이미 조 회장의 구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 모임의 5번째 공석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효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이었던 점을 들어 "이번 수사의 종착역이 전 정권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효성도 이번만큼은 바짝 움츠린 채 검찰의 수사 진행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재현 회장 구속 시킨 특수 2부 배당…고강도 수사 예고
이번 수사의 종착역 MB(?)…사측 “섣부른 추측 피해 달라”
“효성이 위태롭다. 이번만큼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권 들어 사정당국의 재계 수사 소식이 들릴 때마다 효성그룹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던 말이었다.
그러나 효성그룹 내에선 “사정당국의 검찰 수사 소식이 있을 때마다 회사가 거론됐지만 다른 기업이 조사를 받았을 뿐 효성은 뚜렷한 혐의조차 밝혀진 바 없었다”며 오히려 당당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세청이 조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탈세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부장검사 윤대진)에 배당되면서 급변했다.
특히 윤 부장검사는 CJ 수사를 담당하면서 이재현 회장을 구속시킨 수사관이어서 효성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팽배하다.
조세범칙조사 자체가 일반 세무조사와 달리 조사를 받는 기관의 명백한 세금 탈루 혐의가 드러났을 때 형사 처분을 염두에 둔 사법적 성격의 세무조사로, 세무사찰로 불린다.
현재 효성은 1997년 해외 사업 부실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감추기 위해 이후 19년 동안 매년 일정 금액씩 나눠서 해소하는 식으로 1조 원대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벌여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해외 현지법인 명의로 국내 은행에서 수천만 달러를 차입한 후 이를 1990년대 중반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이 대여금은 매출채권으로 위장한 뒤 회수 불능으로 처리해 은닉해 왔다.
조 회장 일가는 같은 시기부터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하는 등 1000억 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관리하며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조 회장을 비롯한 이상운 부회장과 조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고모 상무 등 효성 핵심 경영진 2명을 출국금지 조치했고, 조 회장의 소환이 불가피함을 피력했다.
아버지 ‘검찰 수사’ 장남과 차남은 ‘지분싸움’
이런 와중에 형제간에 지분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완연해 향후 후계구도에 잡음이 일 수 있다는 분석이 주목받는다.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란 표현이 효성 내부에 만연하다.
장남 조현준 사장이 조금씩 지분을 늘리면서 동생의 지분을 추월한 것이 화근이 됐고, 이 내막이 알려지면서 형제간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형제간 지분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장남 조 사장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효성 지분 20만6804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삼남 조현상 부사장보다 3.8%를 더 소유한 셈이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동생보다 1.29%가량 낮았지만 이번 지분 매입으로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원래 효성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조 회장 밑에 세 아들이 비교적 균등하게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 2월 차남 조현문 효성 부사장이 경영에 손을 떼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변호사 출신의 조 부사장이 자신의 지분을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로펌행을 선택, 후계구도에서 빠졌다. 이후 남은 두 형제의 지분 매입 러시가 시작됐고 그 결과 외견상으로 보면 장남과 삼남이 지분경쟁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후계 다툼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이 건재해 아직은 선의의 경쟁으로 보는 분석이 더 많다.
그러나 효성 측의 이번 국세청과 검찰의 수사 향방에 따라 이 역시도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여전히 아버지 그늘에 있던 두 사람이 혹시 모를 아버지의 그늘이 잠시라도 사라진다면 형제애가 아닌 다른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타 기업들이 형제애보다 진한 돈의 혈투를 보여준 바 있어 효성에 대한 암울한 그림자를 예견하는 재계 인사들도 있다.
더욱이 재계 일각에선 효성家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지켜보며 이번 수사가 단순히 효성만의 문제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닐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는다.
그동안 수차례 효성의 사돈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고 이에 따른 보이지 않는 특혜가 존재했을 것이란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미 효성 수사의 끝은 이 전 정권의 실세 또는 이 전 대통령이 되지 않겠느냐는 풍문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지난번 박 대통령의 방중에 참석이 불투명해 진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어 향후 검찰 수사에 따른 효성과 조 회장 일가의 행보에 귀추가 쏠린다. 효성 측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국세청과 검찰이 보고 있는 분식회계와 차명주식의 시각차가 존재한다며 다소 불편해했다. 과거 정부가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에 동참하다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차명주식은 조 회장 등이 40여 년간 보유해온 우호지분이고, 법인세 탈루 혐의도 대규모 적자를 관행적으로 장부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