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ABC>는 저자 권오용이 30여년간 경영 현장에 섰던 풍부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아낸 경영 에세이다. 한글을 익히려면 ‘가나다라…’를 먼저 배우고, 영어를 익히려면 ‘ABC…'를 따라 적으며 배우기 시작하듯 저자가 글을 쓰면서 글을 통해 배운 삶, 경영 노하우, 가족 등 다양한 내용을 실었다. 저자의 세상을 읽는 다른 시각, 재기 발랄한 풍자와 뛰어난 표현력,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경영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종교인들의 ‘성지순례’에 빗대어 말한다. 초창기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일류 기업들을 종종 벤치마킹했다. 잘하는 데 가서 구걸하고 매달려서 기술과 자본을 얻고 그것을 통해 국내에서 제품을 싸게 양산해 외국에 수출해서 돈을 버는 방식이었다. 1980~90년대 현대자동차는 직원들을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 공장으로 보내 도요타의 근로정신과 생산방식 등을 배우게 했다. 삼성 역시 반도체 사업을 준비하며 일본의 도시바나 히타치 같은 기업을 드나들며 반도체 육성 전략과 신기술 정보를 모았다. 그러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등 우리의 선대 경영자들은 결코 교조적이거나 획일적이지 않았다. 우리가 반세기 동안 이룩한 경제 성장은 단순한 모방이나 맹목적 암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의 해외 성지순례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상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적 발상”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창조적 혁신 역량이 지속적으로 발현된 자랑스러운 역정이었다고 말한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규모의 경제, 수직계열화 등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경영시스템으로 달성한 성과이기도 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실리콘밸리나 오마하만이 성지가 아님”을 강조한다. 지난 50년의 땀과 혼이 뒤섞여 녹아내린 수원, 울산, 포항이야말로 우리가 가꾸고 기려야 할 진정한 성지라고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주영, 이건희는 왜 환호하지 않았나?
저자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행동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아무리 기뻐도 ‘환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책은 1981년 서울올림픽,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 확정 당시 환호하는 현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글을 풀어낸다.
당시 정주영 회장은 서울올림픽을 유치위원장을 맡아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당대의 실세인 신군부에 의해 전경련 회장직을 그만두라는 압력을 받으면서도 올림픽 유치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 개최지 발표 순간 정주영 회장은 환호하지 않았다. 아주 만족스러운 모습이었으나 그 어떤 환호도, 만세도 없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되는 순간 IOC 위원인 이건희 회장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환호와 만세의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이건희 회장은 웃음과 박수가 기쁨을 표현하는 방식의 전부였다. 그는 IOC 위원들을 만나기 위해 전용기를 타고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았다. 점심, 저녁을 두 번씩 먹은 적도 허다했다고 한다. 기뻐도 가장 기뻤어야 할 그들은 왜 남들처럼 환호하지 않았을까? 저자는 “기업인들은 태생적으로 큰 제스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만세나 포옹이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작일 뿐 생애 최고의 순간에 자신들에게는 가장 익숙한 방식인 함박웃음과 박수로 기쁨을 표시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대기업은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국내에서의 시각도 이들의 환호를 제약했다”고 꼬집어 말한다. 돈을 마음대로 벌고 여론을 조작하는 등 재벌은 마술방망이를 가진 양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대기업의 오너가 세계적인 대회를 국내에 유치했다면 자연스런 일뿐이고 그걸 유치 못 하면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못한 걸로 매도한다는 것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의 경쟁도시였던 뮌헨은 피겨 선수 출신의 카타리나 비트가 유치위원장을 맡았고, 정부가 지원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업 회장이 유치위원장을 맡았고, 정부가 지원했다. 차이가 있다. 저자는 “스포츠 축제라고 해도 국가적 행사이니만큼 그동안 가장 혜택을 많이 입어 성장한 대기업이 유치를 지원해 그동안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국민적 합의가 이런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이런 우리 사회의 인식은 기업인들의 큰 제스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게 저자의 논지다. 문화 행사는 문화인이, 체육 행사는 체육인이 주역이 되어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반 시민이 그들을 위해 돈과 시간과 재능을 할애하는 것이 더 크게 보이는 국가의 저력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인은 본연의 기업활동으로 세계와 경쟁해 1등을 쟁취하고 그 기쁨을 환호와 포옹과 만세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르게 산 사람들’의 삶에서 발견한 열정, 노력, 그리고 나눔
남과 다르게 사는 천재 또는 괴짜라 불리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의 공통점도 발견했다. 자기 일에 몰두하며, 남을 돕는 선행이 그것이다. ‘가을의 전설’이라 불렸던 고 최동원 야구 선수는 타이어를 허리에 채우고 승용차를 끌며 하체를 단련했고, 연습 전 손가락에 매니큐어를 발라 손톱 깨지는 것을 방지했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며 정상에 선 그는 연봉은 노력한 만큼 받는 거고 나머지는 이웃을 위해 쓴다는 원칙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상을 받으면 꼭 100만원을 더 보태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일본 혼다 자동차의 창업자인 고 혼다 소이치로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는 어린 시절 금붕어를 잡아 파란색으로 칠하였고, 배가 고프면 절의 종을 직접 울려 식사시간을 앞당기곤 했다. 그러던 그가 1950년 외국인 고객을 접대할 때였다. 한 외국인 고객이 틀니를 변기에 빠뜨렸다. 이 말을 들은 혼다는 알몸으로 변기통 속으로 내려가 틀니를 찾아 올라왔다. 그런 다음 뜨거운 물에 틀니를 소독하고 나서 외국인 고객에게 건네주었고, 이를 본 외국인 고객이 평생 혼다의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그가 사망한 1991년 8월, 외부 조문객은 없었다. 이유는 평생 자동차를 만들어 차량정체를 일으켜 서민들에게 고통을 줬으니 장례식을 치르지 말라고 한 그의 유언 때문이었다.
저자는 철학자 플라톤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은 배움을 전한다. 플라톤은 먹고 입고 살고 싶은 수준에서 약간 부족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용모,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겨우 알아주는 명예. 한 명에게 이기고 두 명에게 질 정도의 체력, 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을 말솜씨. 부족하게(hungry), 그리고 어리석어야(foolish) 행복해진다고 했다. 이미지와 스타일만 베껴온다고 최동원, 혼다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정석대로 자기의 삶을 열심히 살면 각자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가나다라ABC>는 3장에 걸쳐 이기고 지는 조직, 기업과 리더로서 요구되는 필수 덕목, 저자 개인의 사례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그만의 번뜩이는 혜안을 보여준다. 책은 사람이 가장 큰 자원이라는 이야기를 필두로 전개된다. 인간 위주의 경영이나 인재보국 같은 사람의 능력을 높이 사는 경영방식이 한국기업의 세계에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핵심 가치는 ‘행복’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발매해 <뉴욕타임스>에 베스트셀러로 소개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일본 발매 동시에 오리콘차트 1위를 차지한 아이돌 그룹 ‘카라’의 음반 등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문화가 알려지며 자긍심과 자부심에서 샘솟아나는 행복, 직원이 행복해지면 회사도 행복해진다는 본질을 가진 일본의 이나(伊那)식품사 직원이 느끼는 행복 등 다양하다. 일은 곧 행복의 원천이다. 이 책은 경영철학인 ‘행복’에 관한 논문과 연구 사례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행복이론을 소개한다.
책을 펴내며
『가나다라 ABC』는 국내 재계의 대표적 홍보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권오용이 30여년간 경영 현장에 겪었던 풍부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아낸 경영 에세이다. 저자가 글을 쓰면서 글을 통해 배운 삶, 경영 노하우, 가족 등 다양한 내용을 실었다. 더불어 경영철학인 ‘행복’에 관한 논문과 연구 사례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행복이론을 소개한다. 저자의 세상을 읽는 다른 시각, 재기 발랄한 풍자와 뛰어난 표현력, 다채로운 사례를 통해 경영에 보다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권오용은 1955년 경북 영주에서 출생, 서울 사대부고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기획홍보본부장(상무보)에 오르기까지 20년간 근무한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상무)과 벤처투자회사였던 KTB네트워크(상무)를 거쳐 SK텔레콤 부사장, SK(주) 사장(PR 어드바이저)을 역임했다.
그는 늘 위기에 처한 조직을 구하는 구원투수로 승승장구한 역사를 갖고 있다. 전경련에 있을 때 IMF사태를 맞아 대기업들 간의 빅딜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또한 전경련 재직 중 런던상공회의소와 도쿄게이단렌에 파견 근무하며 국제경제실장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우리나라의 OECD 가입을 지원했다. 이후 자리를 옮긴 KTB에서는 주가조작 의혹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해냈다.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한 금호그룹에서는 국민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SK그룹으로 옮긴 2004년 SK그룹과 소버린 간의 경영권 다툼 때 여론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행복’을 SK의 브랜드 이미지와 접목시킨 것도 그의 작품이며,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등이 그가 관여해 성공시킨 프로젝트들이다.
그의 저서로는 <사람은 기업을 만들고 기업은 세계를 만든다>(1995, 고려원), <제 5의 경영자원>(1997, 사람들ㆍ역서), <한국병-진단과 처방>(2001, FKI 미디어) 등이 있다. 그 외 (1996), <경영자의 매스컴 사귀기>(1999) 등 다수의 연구물 등을 내놨다.
卍鼎(만정)은 권오용의 아호로, 큰 뜻을 담아 펴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 권오용 ㅣ 펴낸곳 조선매거진
- 목 차
Part Ⅰ 자원대국, 대한민국
1. 사람이 가장 큰 자원
2. 정부없는 나라
3. 외팔이 경제학자
4. 공정사회의 몫
5. 실용 논쟁
6. 상식의 반란
7. 문화 외교
8. 평양 기행
Part Ⅱ 기업은 발명품이다
1. 그들은 왜 환호하지 않았을까?
2. 나는 틀렸다
3. 성지순례
4. 아사히야마 성공 스토리
5. 기업은 발명품이다
6. 새내기 임원들에게
7. 축구를 파는 기업, FIFA
8. 행복과 경제
Part Ⅲ 도전하는 행복
1. 여의주 풀이
2. 아프리카로 간 한국인
3. 다르게 산 사람들
4. 가을이 아름다운 이유
5. 엄마를 부탁해
6. 아버지의 추억
7. 마라톤 사랑
8. 좌절과 도전
9. 퇴직 했습니다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