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 에인트호번 4년 만에 아약스 꺾어…해외언론 극찬
체력고갈 논란 아약스전에서 행동으로 답해…분위기 대반전
PSV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 네덜란드 에레디비지 7라운드 경기에서 아약스를 상대로 4-0 완승을 거뒀다.
이날 박지성은 선발 출장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특히 후반 18분 오스카 힐리에마르크의 골을 도운 데 이어 후반 23분 길게 넘어온 로빙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팀의 네 번째 골을 성공시켜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상대팀인 아약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19분 데용의 중거리슛은 골문 옆으로 빗나갔고 전반 30분 판 라인의 중거리슈팅은 에룬 주트의 선방으로 아슬아슬하게 골문을 비켜갔다. 전반 막판까지 양 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홈팀 PSV의 공세가 이어지며 아약스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PSV는 최근 리그, 유럽클럽대항전에서 6경기 연속 무승(4무2패)의 부진을 털어냈다.
풀타임 체력논란 행동으로 반박
그간 유럽 현지 언론들이 제기한 체력논란에 휩싸였던 박지성은 아약스전 맹활약을 통해 직접 행동으로 대답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앞서 에인트호번 지역지 ‘옴뢰프 브라반트’는 지난 20일 “박지성은 90분을 뛸 체력이 안 된다”고 혹평했고 네덜란드 축구 전문매체 ‘부트발란트’ 역시 “인상적이지 못했던 박지성은 주전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지성은 아약스전 직후 “90분 풀타임을 뛰지 않은 건 감독의 전략”이라며 풀타임을 뛸 몸 상태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우려가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유럽 현지 언론들은 연일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 축구전문 매체 사커뉴스는 지난 23일 박지성을 에레디비지 7라운드 주간 베스트 11에 선정했다. 또 축구 통계 전문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에서도 박지성에 대해 평점 9.3점을 부여하며 리그 7라운드 주간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골닷컴 네덜란드에서는 “(박지성이) 이런 경기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고 평가해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했다.
풋볼 인터내셔널은 박지성에 대해 “경험이 없는 PSV 선수들에게 모범이 됐다. 동료들은 박지성을 보고 따라하기만 하면 될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또 “박지성은 언제나 그랬듯 헌신과 희생정신으로 90분 동안 PSV를 이끌었다”고 평가하며 필립 코쿠 감독이 해결사 이전에 기대했던 리더로서의 임무도 완벽히 소화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성의 원소속팀인 퀸즈파크레인저스(QPR) 역시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박지성이 팀을 승리와 리그 선두로 이끌었다”면서 “90분 내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한신뢰 속 PSV 리더로 자리매김
침체에 늪에 빠져있던 PSV를 박지성이 되살려내면서 팬들과 동료들에게서 무한신뢰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 PSV는 6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더욱이 경기 부진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자 팀 안팎에서는 박지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현지 언론들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았다.
하지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경험은 PSV에는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신뢰는 변함없었다.
박지성은 이런 기대에 부응했다. 시즌 2호골을 비롯해 3골에 관여하며 아약스를 상대로 대승을 이끌어내 팀 리더로서 자리매김했다. 더욱이 묵직하면서도 이타적인 박지성의 플레이는 전반 아약스의 공세에 흔들렸을 때나 후반 연속 골로 정신력이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줘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여기에는 PSV의 어린 선수들의 절대적 믿음도 뒤따랐다. 멤피스 데파이는 “같은 포지션인 박지성으로부터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인 스하르스는 “박지성 덕분에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며 “뛰어난 지능을 지닌 그가 어린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잘 이끌었다”고 신뢰를 나타냈다.
이처럼 박지성이 제2의 전성기를 열기까지는 코쿠 감독의 배려가 한몫하고 있다. 박지성은 지난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뒤 QPR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잃어버린 1년이라고 평가할 만큼 박지성에게 부진의 늪과도 같았다. 여기에 레드냅이 새로 부임하면서 그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그러자 코쿠 감독이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면서 올 여름 PSV 유니폼을 입게 됐다. 감독의 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훈련 시 박지성에게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자율 훈련을 통해 박지성의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신뢰와 배려 덕분에 박지성도 코쿠 감독이 원했던 젊은 팀을 이끌어 가는 리더로서 변모해 가고 있다. 특히 베테랑이 가진 경험과 지혜를 여실히 발휘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박지성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PSV의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박지성의 존재감은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