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님비’공화국 경제적 손실 연간 246조원
대한민국은 ‘님비’공화국 경제적 손실 연간 246조원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3-09-30 12:30
  • 승인 2013.09.30 12:30
  • 호수 1013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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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회갈등 수준 OECD 27개국 중 2위

▲ 지난 9일 경기 성남 서현동 법무부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 앞에서 분당지역 학부모들이 기습 이전에 항의하며 밤샘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난 8월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제2차 국민대통합 심포지엄’ 주제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갈등 수준이 OECD 27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갈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연간 82조 원에서 24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발표한 이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기준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회갈등지수를 산출해 적용한 결과다. 박 수석연구원은 사회갈등지수가 10%만 낮아져도 1인당 GNP가 1.8~5.4%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회갈등지수는 소득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민주주의 수준을 표시하는 민주주의지수, 정부의 갈등관리 능력을 말해주는 정부효과성지수 등을 측정 변수로 삼고 있다.

국민 1인당 소송 건수 일본의 10배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고 사회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국론 분열은 물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현재 국내에서도 다양한 갈등으로 인한 시위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사고가 터지고 문제가 발생한 뒤에 뒤늦게 대화 창구가 열리다 보니 피해는 늘고 갈등의 골도 더욱더 깊어져만 간다.
갈등으로 일어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현상이다. 님비현상은 위험시설, 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표현하는 말이다.

‘님비’라는 말은 1987년 3월 미국 뉴욕 근교 아이슬립이라는 곳에서 처음 나온 말이다. 아이슬립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처리할 방안을 찾지 못하자, 정부가 쓰레기 3000t을 배에 싣고 미국 남부 6개주에서 중남미 연안까지 6개월 동안 9,600㎞를 항해하면서 쓰레기를 다른 지역에 처리하려다 그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실패했다. 당시 사람들이 외친 말이 바로 ‘Not In My Backyard!’였다.
님비현상은 지방자치제가 발달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또 정치와 행정에 대한 불신과 상호 의사전달 체계의 부족, 주민의 지나친 이기심 등도 님비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 시설, 쓰레기소각장, 하수처리장, 화장장 등의 공공 시설물을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반대하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땅값이나 아파트 값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거나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님비현상이 심해지면 바나나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바나나(BANANA, Build Absolutely Nothing Any    where Near Anybod y)현상은 님비현상과 비슷한 개념으로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말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자신의 지역에는 해를 끼치는 어떤 시설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님비현상을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님비현상은 그만큼 민주주의가 발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권리의식과 사회 참여의식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은 국민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모으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이런 대화와 타협, 소통 제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9월초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으로 기습 이전했다가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로 이전이 백지화된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성남보호관찰소)는 한 달여 동안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직원들의 사무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해 업무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28명의 직원들은 외부에서 보호관찰대상자 등을 만나며 업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성남보호관찰소, 기습이전 했다가 백지화

성남보호관찰소가 관리하는 인원은 보호관찰 대상자 1200여 명, 사회봉사명령자 200여 명, 교육수강 대상자 80여 명 등 1500여 명이다. 청소년과 성인이 각각 절반이다. 청소년의 경우 만 19세 미만으로 기소하기에는 죄질이 가벼워 사회 속에서 교화되도록 한 경우다. 성인도 주로 교통사범이나 음주운전, 단순 폭력 전과자들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직원들은 보통 월 1, 2회 직장이나 학교, 주거지 등을 찾아 근황을 확인하는 출장지도를 하거나 사무실로 불러 출석지도를 하고 있다. 출장지도는 1일 평균 50∼60여 명이며 출석지도는 30∼40여 명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집단 시위 이후 직원들은 출석지도가 불가능해져 출장지도나 전화지도로 대체해 보호관찰 대상자를 지도하고 있다. 당연히 야간 업무도 증가했다. 직원들은 주로 집에서 유선보고를 하고 출장지도에 나선 뒤 업무가 끝나면 집으로 귀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컴퓨터나 서류 업무가 필요한 경우는 수원보호관찰소 본원이나 서울 동부보호관찰소를 찾아 해결하고 있다. 
집중관리 대상자들의 경우 월 2, 3회 대면지도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다. 9월에는 전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본 적도 없다. 성남보호관찰소 운영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업무공백은 물론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재범도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성남보호관찰소 측은 “주민들이 우려하는 강도 강간 등 흉악범은 보호관찰이 아니라 교도소에 수감되고, 전자발찌 착용자 22명이 있지만 출장지도를 하기 때문에 보호관찰소에 올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보라”며 아직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 증설 마찰

인천 원창동에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 생산공장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최근 파라자일렌(PX) 생산 공장 증설을 둘러싼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라자일렌은 화학섬유, 물병(PET병), 음식 포장재 원료 등으로 쓰인다. SK인천석유화학은 내년 7월 생산을 목표로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을 증설 중이다.
주민, 지자체, 환경단체들은 파라자일렌 생산으로 발생하는 많은 양의 가스를 마시면 간에 치명적인 손상이 갈 수 있고 공장 증설을 즉각 중단하고 안전성부터 검증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파라자일렌 생산시설은 인체에 유해한 방향족 화합물인 벤젠, 톨루엔, 자일렌과 파라자일렌을 추출하는 공장으로 알려졌다.
서구의회도 공장 인근에 초·중·고교와 거주 지역이 있다며 해당 공장 증설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안전성검증위의 검증 결과와 환경영향평가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갈등 조율하는 통합 컨트롤타워 필요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문제, SK인천석유화학 파라자일렌 생산 공장 증설 문제는 갈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진행되는 많은 님비현상 중 일부에 불과하다. 님비현상은 수많은 소송전을 몰고 온다. 서로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를 진행하고 더 큰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마지막에는 법에 맡기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주건일 서울YMCA 간사는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소송건수는 일본의 10배에 가깝고, 연간 갈등비용 추계는 수백조원에 달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한국의 사회갈등지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주 간사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갈등이 일어나는 이유는 갈등을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경험과 문화가 부족하고, 양보와 타협은 곧 손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소송을 통한 문제 해결이 분쟁 해결의 최선책이라고 여겨 왔다. 주 간사는 “응보적 사법 정의 일변도의 사법제도 결과들을 살펴보면 갈등 당사자 간 사회적 관계가 파괴되고 갈등의 근원이 치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갈등의 확대 재생산 등과 함께 소송 증가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며 문제를 지적했다.
사회갈등이 적을수록 경제성장은 더 빠르게 진행된다. 사회갈등지수와 GDP수치가 반비례하는 만큼 경제성장과 사회 안정을 위해서 사회갈등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은 전현직 판사들을 갈등 조정 기구에 참여시키고 영국은 갈등 현안을 접수하는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갈등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YMCA 갈등예방센터다. 서울YMCA는 이 센터에서 대안적 분쟁해결 운동을 확산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갈등을 조정·중재·협상·조율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또 이웃분쟁조정센터, 시민법정 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실례로 서울YMCA는 이웃분쟁조정센터 무료 컨설팅을 통해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제각말5단지 푸르지오아파트에 아파트 주민자율조정위원회 ‘이웃사랑해’ 운영을 돕고 있다. ‘이웃사랑해’의 주민조정위원으로는 아파트단지 안 북카페 등에서 봉사하는 ‘동락회’ 회원이 참여했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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