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후보가 100만원 전달해”
특정세력 배후설도 모락모락
최근 대한상이군경회가 회장 선거를 놓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술렁이고 있다. 상이군경회(상군회)는 수년 전부터 회장 선거뿐만 아니라 내부비리 의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각종 재판과 사정기관 조사가 반복되는 내홍을 겪어 왔다.
김모씨는 지난 24일 상군회의 김덕남 회장을 배임으로 고발했고, 이모씨 등 9명은 김 회장 등 14명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주목할 것은 부정선거를 입증하는 여러 증거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재판부가 이 내용들을 인정하면 상군회는 회장직 박탈과 함께 재선거라는 초유의 사태에 놓이게 된다. 이에 [일요서울]은 고발장과 준비서면 등을 입수해 내용을 살펴봤다.


먼저 고발장을 살펴보면 고발인 김씨는 현 김 회장은 지난 5월 30일 실시된 제24대 상이군경회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앙총회 대의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그들에게 금품을 제공해 지지를 부탁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김 회장은 같은 달 20일경 중앙보훈회관 2층 상군회장 집무실에서 A씨에게 현금 100만 원을 전달하며 선거운동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소장을 통해 “김 회장은 정기중앙총회 및 임원 선거에서 자신이 회장으로, 현 부회장인 박모 후보를 상임부회장으로, 김모 당시 후보를 상임감사로 당선되도록 투표권을 행사해 달라고 이 자리에서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지역 지부장인 B씨에게도 같은 부탁을 하며 100만 원을 전달했다고 고발장에 적혀 있다. 김씨는 “이외에 다른 지부장들에게도 같은 부탁을 하며 금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결정적 증거 나왔다.
사실 김 회장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 제기와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으나 법은 김 회장 측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씨 등은 “김 회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증언을 짜맞춰 법망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정적인 증거와 증언이 있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직무정지가처분을 낸 이씨도 같은 생각이다. 이씨 등은 준비서면을 통해 “이번 부정선거 소송에 대해 김 회장 등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김 회장 측이 반박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을 반박했던 내용을 그대로 다시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이씨 등은 “김 회장을 필두로 한 집행부는 중앙총회개최금지 가처분결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과거에 위법하게 불신임 혹은 면직처리된 74명의 중앙대의원을 전원 복권시키지 않았고, 상군회의 정관과 선거관리규정의 취지를 왜곡해 부정선거를 도모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회장 등 집행부는 중앙대의원직의 결원을 최대한 확보한 뒤 거기에 김 회장 등 현 집행부에 우호적인 중앙대의원들을 충원해 선거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서면에 따르면 지난 회장 선거와 임원 선거는 일반 회원들의 참여가 원천 봉쇄됐고 정관과 배치되는 방법으로 치러졌다. 서면에는 “김 회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선출되고 우호 인사들이 부회장, 상임감사 등 주요 임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투표권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해당자들에게 각각 100만 원씩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있고 이런 행위는 전 집행부의 조력 하에 이뤄진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고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부정선거와 관련된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씨 등이 서면과 함께 제출한 증거는 금품을 받았다는 이들의 진술서다. 이 진술서는 상군회 관계자 K씨의 것으로 “진술인 본인은 중앙대의원으로 선출돼 중앙총회에서 정관변경, 임원 선출, 예산 및 결산, 기금의 설치관리 및 처분, 본회 및 지부의 설치 및 해산 등 상군회의 운영을 위한 중요 제반 사항에 의결권을 가지는 중앙총회의 중앙대의원이었다”고 서두에 적혀 있다.
이 진술서에는 “진술인은 5월 20일경 중앙보훈회관 2층 회장 집무실에서 비서실 관계자의 입회하에 62차 정기중앙총회 및 24대 임원 선거에서 회 장후보로 출마한 김 회장을 회장으로 하고 나머지 후보를 부회장, 상임감사로 당선되도록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금품 100만 원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또 L씨도 “모 지부장 집무실에서 지부장으로부터 100만 원과 함께 같은 부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끝나지 않는 싸움
상군회는 지난해 4월에도 회장 선거로 내홍을 겪었다. 여러 후보 가운데 일부 후보의 자격과 도덕성이 주요 원인이 됐다.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들과 관련해 의혹은 다양했다. 모 후보의 경우 내부 공금을 횡령해 구속까지 된 전력을 갖고 있다. 회장 선거에 나선 것만도 충분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다.
또 다른 당시 후보는 2006년 9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상해, 업무상 횡령,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구속돼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횡령한 금액이 1억2500만 원에 이른다.
또 2순위인 B후보 역시 전과가 있으며 상군회에서 제명됐다가 1년 후 회원으로 재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B후보는 전과 사실이 없다는 범죄경력증명서를 제출하고 전과 사실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이 후보는 공금횡령 사실을 적발한 한 상군회 간부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자 폭행해 상해를 입히는가 하면 국정원 간부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공금을 빼 임의로 지불하기도 했다. 또 전임 상군회장에게 인사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나를 음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그들이 말하는 것은 대부분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항변했다. 또 "내가 법적으로 처벌받은 것은 맞지만 내부 공금을 횡령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공금을 횡령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매달 적지 않은 돈을 상군회에 기부하고 있다. 그 내역은 다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군회는 1963년 8월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설립된 단체로 한국전쟁 참전 상이군경, 베트남전 참전 상이군경, 대간첩작전 상이군경, 공상(公傷)을 입은 군경과 예비군 중 국가보훈시혜를 받는 자에 한해 가입할 수 있다.
상군회에는 현재 9만3000여 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본부와 각 시·도에 13개 지부, 본부직할로 3개의 시범특별지회, 각 시·군·구에 255개의 지회가 있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