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개편…여전히 격돌 중
통상임금 개편…여전히 격돌 중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9-27 15:51
  • 승인 2013.09.27 15:51
  • 호수 1013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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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권리 VS 기업 도산 우려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통상임금이 재계와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각급 법원에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무려 160여건에 이르고 있으나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대법원 공개변론에서는 통상임금의 정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특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여름휴가비, 김장보너스, 개인연금지원금 등 복리후생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날 공개변론은 자동차 부품업계인 ‘갑을오토텍’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임금을 돌려 달라"며 제기한 소송건과 관련해 원고 측과 피고 측간에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갑을오토텍 측은 통상임금을 법령상 개념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호 김앤장 변호사는 "상여금은 일반적인 근로와 함께 회사에 대한 기여와 근로 장려의 의미가 포함된 것이어서 통상적으로 받는 금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피고 측은 기업이 1988년 제정된 노동부 지침과 노사 합의를 20년 넘게 신뢰했던 것"이라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근로자 수입이 늘어도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 답변했다.
산업계가 추산한 추가 부담 38조5000억 원은 이자나 지연손해금을 반영한 최소 규모라며,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시 중소기업이나 노조가 없는 비교적 작은 기업 직원들은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들 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되며, 근로자 간에 새로운 양극화 현상이 예상된다. 기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를 악용하는 기업주라면 충분히 임금 동결과 삭감을 생각해볼 위험이 높다는 것. 더욱이 대법원의 판결을 우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기적인 상여 지급이 아닌 비정상적 상여를 지급하거나 아예 상여 자체가 없는 임금체계로 전환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창수 대법관은 원고 측이 기업 추가 부담 38조 원과 고용률 1% 감소 등 사회,경제적 파장을 언급하며 원고 측 핵심 주장인 ‘통상임금 확대를 통해 장시간 근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대해 “기업과 노동자의 굳어진 양식이고 노동자가 희망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생각은 달랐다. 정기 상여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이라는 것. 노동계는 “지금까지는 몰라서 못 받았지만, 이제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란 걸 알게 됐으니 밀린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법원이 대구의 한 버스회사 노조가 낸 소송에서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란 판결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재계는 . 통상임금은 매월 주는 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두세 달에 한 번씩 주는 돈까지 통상임금으로 보면 통상임금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과 임금체계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월 단위를 넘어서 주는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례도 제시했다.

양측 이해관계 대립…결말은 법원 판단뿐
그렇다면 왜 이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걸까. 통상임금이 회사가 근로자에게 주는 각종 임금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추가 근로를 할 경우 지급하는 특근수당은 통상임금의 몇 %식으로 정해집니다. 그러니까 통상임금이 오르면 각종 수당도 오르는 것이죠.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비 산정에도 영향을 줍니다. 퇴직금도 통상임금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통상임금 기준이 확대되면 임금체계와 임금 수준에 큰 영향을 주게 되는 셈이다. 그 때문에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기만 하다. 그래서 노사는 모두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연말까지는 판결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국노총이 지난 10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통상임금 관련 논의를 하지 않을 것이며 노동 현안 해결을 위한 한시적 노.사.정 대화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도 이목이 쏠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하에 임금제도 개선, 노사정 합의를 통한 국회 법 개정에 이르는 정부의 로드맵 또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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