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국정감사 관전포인트
미리 본 국정감사 관전포인트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9-27 15:48
  • 승인 2013.09.27 15:48
  • 호수 1013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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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증인석에 앉을까?

▲ <정대웅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2013년도 국정감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내달 14일부터 일정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전에 대기업 대관업무팀과 홍보팀 소속 직원들의 여의도 나들이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특히 이번 국감에선 지난해 증인채택 후 불참으로 벌금형이 확정됐던 재계 2~3세들에 대한 증인신청이 또다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정용진-유경 남매, 신동빈, 정지선 작년 국감 불참으로 벌금형 
 ‘경제민주화’ 역행 오명 기업일수록 해당 대관업무팀 움직여

매년 10월은 국정감사 기간이다. 지난해엔 10월 5일에 시작했고, 2011년에는 9월 19일에 시작해 10월 8일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올해는 국정감사 일정 자체를 결정짓지 못하다가 지난 27일 저녁에야 결정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북한 관련 이슈 등 현안이 많아 일정을 늦추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정부과천청사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은 “최근 들어 사무실이 제2의 집이 됐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국감 일정이 일찍 잡혀 그 기간만 참자고 버텼는데 올해는 일정이 너무 늦게 잡혀 무작정 기다리면서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고 호소했다. 지난 8월부터 국회의원실별 요구자료 제출 때문에 다른 일은 거의 하지 못하고 이 일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 국감이 시작되면 이들은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다른 업무를 거의 볼 수가 없다. 실제로도 국감이 시작되면 피감기관 공무원들은 국회 요구 자료에 대한 답변 준비로 밤을 지새우는 일이 빈번해진다. 

반면 재계는 이미 국감모드에 돌입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여의도 국회와 증권가 인근에서 "무슨 사안이 올라오나요”, “누가 증인으로 채택되나요”, “우리 총수는 이제 빼주시지” 등의 말이 쉽게 들린다. 이곳에서 만난 모 기업 홍보담당자는 “국회가 국감 일정을 늦게 잡았을 뿐이지 이미 기업들은 국감모드다”라고 귀띔하기도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기업에 다닌다는 것이다. 워낙 현안으로 크게 알려지다 보니 이번 국감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중 심각한 전력난 때문에 ‘원전 비리’와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이 크게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박근혜 정부의 입김이 가장 센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이 올해의 국감 포인트가 될 것이란 전망에 대부분이 동조한다.
또한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채택에 불참해 벌금형이 확정된 기업의 물밑접촉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특히 정용진-유경 신세계 그룹 오너 남매, 신동빈 롯데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 등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증인출석에 불응한 혐의로 최근 수백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된 상황이라 이번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신세계그룹의 경우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노사문제와 현 정부의 민감한 문제로 대두되는 골목상권에서 자유롭지 못해 이번에도 증인신청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역시 신세계SVN 지분을 처분하면서 빵집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지만 신세계그룹을 둘러싼 베이커리 사업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정 부사장의 지분은 빠졌지만 조선호텔의 최대주주 자리는 더욱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시끄러운 곳도 있다. 롯데그룹이다. 롯데그룹의 경영 행태를 비판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급기야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며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번 국감에서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할 뜻을 피력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 시민사회단체는 “롯데 재벌은 국내 5대 굴지 대기업이면서 노동자뿐 아니라 중소 상인, 납품업체 등 모든 면에서 악질 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롯데마트 한 협력업체 대표인 박기용 씨는 “매장 인테리어비만 수십억 원대를 투자했는데 롯데 측은 리뉴얼을 명목으로 중소 상인들의 돈을 갈취했다”며 “중소 상인 후려치는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게다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과정에서 전 정권의 특혜시비가 불거지고 있어 신동빈 회장의 증인 출석은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의 국감 증인 신청 여부와 관련해 “사실여부를 떠나 주목받을 수 없고 의구심이 드는 기업들이다. 유통망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들의 증인신문 채택 여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국감 증인석에 이석채 KT회장이 앉을 지도 최대 관심거리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은 이 회장의 부실한 노무관리로 KT 노동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며 반드시 이 회장을 증인석에 세워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미방위 핵심 사안인 방송법 개정에서 KT의 독과점을 막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반 KT’법이 골자로 떠오르면서 이 회장이 또다시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관업무팀-보좌관 악어와 악어새로 비유돼
그렇다면 대관업무팀 소속 직원들이 주로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예리한 지적에서 빠져 나올 것을 찾거나, 사전에 ‘오해’가 없도록 사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주로 찾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보좌관인 것은 국정감사에서 한방을 터트리려는 국회의원을 대신해 자료 확보 및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국회보좌관의 대기업 이직이 당연시 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에 대관업무팀으로 자리를 옮겨 유사한 일을 맡기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도 각종 이슈에 홍보팀으로 대응하던 A기업은 최근 대관 업무 부서를 신설했고 B그룹과 C그룹은 기존에 대관 업무 인원을 대폭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런 탓에 재계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어떤 이슈가 선점될지를 두고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내부 지분 문제가 오너일가의 경영승계와 그룹지배력 강화 차원으로 비칠 경우, 오너일가의 경제활동에  직간접적인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부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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