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2013년 상반기 황당하고 엉뚱한 8대 사건들
추석특집 2013년 상반기 황당하고 엉뚱한 8대 사건들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3-09-16 11:54
  • 승인 2013.09.16 11:54
  • 호수 1011
  • 20면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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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인에게 100억 원 연대보증, 음료 사 들고 지구대 온 도둑…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ㆍ이지혜 기자] 새로운 대통령과 시작한 2013년, 정치권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해 공기업 비리 등으로 어느 해보다 뜨겁고 시끄러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하루하루 일터에서 자신이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다. 서민경제가 정체기를 맞다보니 각종 사기 범죄와 생활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다. 꾸준히 증가해 왔던 성범죄 또한 줄지 않고 있다. 범죄도 경제 상황에 따라 늘고 줄어든다. 올 상반기 국내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 중 황당하고 엉뚱한 사건들을 뽑아 정리했다.

하나, 컨테이너에 쓰레기 벽돌만 가득

중국에서 수입한 알루미늄 23톤이 시멘트 벽돌로 바꿔치기된 황당한 무역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에서 알루미늄 23톤(4000만 원 상당)을 수입하기로 한 무역업자 A(40)씨는 지난달 26일 인천항에 도착한 컨테이너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알루미늄이 아닌 건축 폐기물이나 다름없는 부서진 시멘트 벽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5일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에서 알루미늄이 들어있는 컨테이너를 중국 운송사의 한 트럭에 실었고, 육로로 이송된 컨테이너는 중국 톈진항에서 선적돼 15일 인천항에 도착, 26일 인천의 한 보세창고로 옮겨졌다.

알루미늄 수입과정에서 A씨는 중국 현지에 직원을 보내 매 과정을 사진 촬영했고 운송트럭 차량번호도 확인했다. 또 작업을 마친 상태에서 목적지의 수하인에게 화물이 전달될 때까지 도난 방지나 보안을 위해 컨테이너 문을 밀봉하는 장치인 ‘실’ 번호도 재차 확인했다.
 
인천 보세창고에 도착해서도 컨테이너와 실 번호는 출발 때와 똑같았지만 컨테이너에 실린 알루미늄은 시멘트 벽돌 29톤으로 바뀌어 있었다. 중국의 알루미늄 수출업체와 운송사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황당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봉인 열쇠에 붙은 실 번호를 2개 준비해 내용물을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져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현재 A씨는 미리 지불한 알루미늄 수입 대금 4000여만 원 외에 컨테이너에 실려 온 시멘트 벽돌 처리 비용 5000만 원까지 손해를 봐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경찰은 보세창고 CCTV를 확인한 후 직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경찰청 인터폴을 통해 중국 측에 공조수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둘, 주민증 2개로 두 사람 인생 산 절도범

지난달 2일 새벽 전남 해남군 해남읍의 한 속옷가게에 도둑이 들어 현금 40만 원을 훔쳐갔다. 경찰은 현장에 있던 금고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범인이 흘린 땀방울이었다.

경찰은 이미 말라버린 땀 자국의 DNA와 성범죄자 유전자 정보를 비교해 성폭력 전과자인 이모(54)씨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수사는 뜻밖의 난관에 부닥쳤다.

이씨의 신원과 행방을 탐문한 결과 사진을 본 주변 사람들은 “이씨가 아니고 김모씨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를 거래해서 아는데 김씨가 확실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혼란에 빠진 경찰은 김씨가 지난 5월 폭력사건으로 조사받은 사실을 파악하고 당시 담당 형사에게 신원까지 확인해 일단 검거에 나섰다.

지난 8일 강진 터미널에서 검거된 범인은 이씨도 맞고, 김씨도 맞았다. 고아인 이씨는 수십년 전 자신이 무호적자라고 속여 전혀 다른 이름으로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죄경력 조회에서 35년 전부터 김씨라는 이름의 전과가 남은 점으로 미뤄 이 무렵 주민등록증을 또 하나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지문이 기존 주민등록증의 지문과 미세한 차이를 보여 전혀 다른 이름의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게 가능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씨는 그 사이 두 사람의 인생을 산 셈이다.

실제 주변 사람들은 김씨로 알고 있었지만 이씨는 병원 등지에서 본명을 쓰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는 본래 이름으로 7개의 전과가, 새 이름으로 8개의 전과가 있었다. 경찰은 이름을 번갈아 사용해 가중 처벌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새벽 시간 상가 등에서 10차례에 걸쳐 7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절도)로 이씨를 구속했다.

셋, 농협캐피탈 직원 실수 황당한 일 발생

농협캐피탈이 직원의 실수로 동명이인의 엉뚱한 사람에게 100억원에 이르는 대출 연대보증을 설정한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캐피탈은 지난달 H건설에 100억원의 대출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H씨를 연대보증인으로 기입했다. 문제는 H씨가 H건설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심지어 농협캐피탈의 고객도 아니라는 점이다.

농협캐피탈은 H건설에 대출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 H대표이사 명의로 연대보증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농협캐피탈 담당직원이 H대표이사와 동명이인인 H씨를 착각해 연대보증인으로 기입했다. 졸지에 100억원의 대출채무에 연대보증인이 된 H씨는 관련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그나마 최근 우연히 신용정보회사에서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면서 관련 사실을 파악했다.

농협캐피탈 측은 "전산작업을 통해 연대보증인을 기입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발생한 일"이라며 "신용정보회사에 H씨의 연대보증 기록 삭제를 요청하는 등 후속조치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농협캐피탈에 답변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 거제도 빨간 마티즈 성관계 동영상 유포

도심 속 주차된 빨간 마티즈에서 창문을 열어 놓은 상태로 성관계를 맺는 남녀의 낯 뜨거운 동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난 4일 거제도 도심 거리 한복판에서 술에 취한 남녀가 성관계를 맺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들은 주변에 사람들이 다가가 지켜보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들의 행위에 열중했다. 한적한 골목도 아닌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 한복판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구경꾼 중 한명이 영상을 친구들에게 전송하면서 SNS에 순식간에 퍼졌다. 문제는 2분 30초 분량의 영상에 모자이크 처리없이 차량번호와 남녀의 얼굴이 찍혀 신상이 털렸다는 것. 네티즌 수사대는 영상 속 차번호를 토대로 차주를 알아냈다. 차량번호 조회로 차 주인의 이름과 소속이 알려졌다.

남편이 바람을 폈다고 오해한 네티즌들은 사진까지 유포하며 엄청난 비난을 가했고 차주인은 곧 해고를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다음날 차주만 남편의 이름으로 돼 있고 대부분 사용하는 사람은 부인이었다는 사실과 함께 상대 남자는 남편과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티즌 수사대의 ‘신상 털기’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지목되는 일도 벌어졌다. 또한 이를 계기로 신상 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경남 거제경찰서는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상근예비역인 A(22)씨를 붙잡아 조사한 뒤 헌병대에 인계했다. 영상 속 남녀에 대해서는 공연음란죄가 적용됐다.

다섯, 죽은 줄 알았던 딸이 살아있었다?

지난 4월 일산에서는 교통사고 사상자가 뒤바뀐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3월 24일 한 승용차가 가로등과 방음벽을 들이받았다. 당시 차에는 A(17)양과 B(14)양이 타고 있었다. 1명은 숨지고 1명은 크게 다쳤는데, 부상자가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사고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달려온 B양의 부모는 사고 직후 찍은 사진과 얼굴, 복장을 확인하고 부상한 환자가 자신의 딸이라고 했으며, A양의 부모 역시 영안실에서 사망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자신의 딸이 맞다고 인정했다.

두 소녀가 미성년자로 지문이 등록돼 있지 않아 신원 확인이 어려웠던 경찰은 부모 확인에 의존해 A양을 사망자로, B양을 중상자로 처리했다. A양의 부모는 사망자의 장례를 치렀으며, B양의 부모는 부상자를 정성껏 간병했다. 그러나 A양의 부모가 부상자 문병을 오며 상황이 달라졌다.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가 죽은 줄 알았던 A양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B양의 부모는 경찰에 확인을 요구했으며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그 결과 누워있던 부상자는 A양으로 확인됐다. 죽은 줄 알았던 딸이 살아있었고, 살아있던 딸이 죽은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B양의 어머니는 유전자 감식결과가 나온 후에도 경찰에서 “부상자가 B양이 맞다”고 주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여섯, 길 막은 비양심 운전자 벌금 폭탄

도심 속 이면도로에서 마주 오던 두 차량이 서로 비켜주기를 거부하다 양쪽 운전자 모두 벌금 폭탄을 맞았다. 지난 2월 15일 오후 7시께 청주시 흥덕구 봉명동 일원의 한 2차선 도로. 당시 도로는 양옆을 가득 메운 불법 주·정차 차량 탓에 차량 한 대만 간신히 지날 정도로 비좁은 상태였다. 마침 화물차를 몰고 이곳을 지나던 A(52)씨는 마주 오던 B(48)씨의 승합차와 맞닥뜨렸다. 둘 중 누군가는 후진해서 양보해야만 통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A씨와 B씨 모두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둘은 서로 물러나라며 호통을 치고 경적을 울려대는 등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A씨는 홧김에 도로 위에 차량을 그대로 세운 채 자리를 떴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B씨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차량을 그대로 세우고 볼일을 보러 떠났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일대는 1시간 50분가량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결국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차를 빼지 않으면 견인하겠다"고 전화통보를 하자 B씨는 곧바로 현장에 나타났다. 반면 A씨는 "맘대로 해보라"면서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은 차량흐름을 방해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두 운전자를 각각 벌금 2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한 B씨와 달리 A씨는 끝까지 잘못이 없다며 정식재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 형사3단독 이혜성 판사는 14일 A씨에 대해 “차량의 무단 방치로 대중교통을 방해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일곱, 술 취해 지구대로 들어온 절도범

금품을 훔친 도둑이 경찰들을 위로한다며 술에 취해 지구대를 찾았다가 붙잡히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월 3일 오후 12시 30분쯤 A씨(44)가 용전지구대에 경찰들이 수고가 많다며 음료수를 들고 찾아왔다. A씨를 본 경찰들은 순간 놀라 바로 A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유는 게시판에 걸려 있던 절도 용의자의 얼굴과 같았기 때문.

이에 앞서 A씨는 2월 2일 오전 1시 10분쯤 대전 동구 용전동 한 사우나 탈의실에 들어가 현금 37만 원 상당이 들어 있는 지갑 등을 훔치는 등 2차례 금품을 훔쳤다. 이에 경찰은 CCTV 등을 분석,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지구대 게시판 등에 용의자 얼굴 사진을 붙여 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A씨가 제발로 지구대로 들어온 것이다.

특히 A씨는 2월 2일 오전 12시 5분쯤 같은 혐의로 대전교도소에서 3년 만기출소를 한 지 1시간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여덟, 마늘 도둑 잡아라!

마늘을 구입한다고 속이고 차에 마늘을 실은 뒤 그대로 도망가 버린 황당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21일 전라남도 해남군에서 A씨(73·농민)는 동네를 돌며 산지 마늘을 산다는 어느 상인에게 70여만 원 상당의 마늘 500kg을 팔기로 하고 상인의 차에 마늘을 실었다. 차에서 지갑을 꺼내야 한다던 상인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마늘 값을 지불하지 않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이에 당황한 A씨가 급히 뒤 쫓아 갔지만 이미 그 상인은 사라져버린 뒤였다. 대낮에 눈뜨고 코 베인 A씨는 즉시 동네 주민들과 함께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를 했지만 이미 지리에 능숙한 범인이 농로와 소로를 이용해 도망쳐 버려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마늘값도 하락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데 정말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오두환·이지혜 기자>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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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 jrkim104 2013-09-23 08:32:31 211.114.22.74
진짜 황당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