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루키 임창용 꿈의 무대 MLB에 서다
최고령 루키 임창용 꿈의 무대 MLB에 서다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9-16 11:12
  • 승인 2013.09.16 11:12
  • 호수 1011
  • 61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늘한 뱀직구 무실점으로 첫 마운드 합격점 받아

관록의 위기관리 능력 데뷔전부터 빛나
무실점에도 불안한 제구력·컨디션 회복 과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나이 37세, 이제 막 미국 메이저리그에 신고식을 올린 임창용이 늦깎이 루키가 되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8일 1이닝 동안의 데뷔전에 이어 2번째 등판에서도 무실점 호투로 메이저리그에서 또 한번 한국 출신 투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임창용의 MLB 도전기를 따라가 봤다.

▲ <뉴시스>
한국 팬들의 기억 속에 뱀직구의 달인으로 통하는 임창용이 부상을 딛고 MLB에서 화려한 날개를 다시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임창용은 지난 11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원정경기에서 9-1로 앞선 8회 말 팀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공을 하나씩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위기를 막아내 베테랑의 노련미를 과시했다.

이날 임창용은 컵스 선발 에드윈 잭슨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컵스가 9대 1로 크게 이기는 상황이어서 데뷔전보다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임창용은 첫 타자인 세자르 이즈투리스를 상대로 94마일(약 151km)의 직구로 3루 땅볼로 돌려세우며 깔끔한 출발 신호를 알렸다. 하지만 후속 타자 네프탈리 소토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몸에 맞는 공이 되면서 출루를 허용했고 세 번째 타자 폴 자비에게 던진 89마일(약 142km) 초구 직구가 2루수 글러브를 맞고 빠지면서 안타를 내줬다. 이후 데릭 로빈슨 타석에서 폭투까지 저질러 1사2, 3루에 몰렸지만 네 번째 타자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해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바로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로 몰렸고 실점 위기에서 잭 코자트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힘겹게 이닝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임창용은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면서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섰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두 번 못 던졌으니 다음에는 잘 던지겠죠”라며 소감을 전했다.

이러한 아쉬움 속에서도 현지 언론과 MLB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임창용이 안타와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지만 무실점으로 8회를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임창용은 아직 MLB에 대한 부담감과 제구력이 흔들리는 약점을 보이면서 데뷔 초반부터 매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치고 있다. 다만 베테랑다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면서 구원투수로서 빅리그 잔류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신인 투수였다면 피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볼에 폭투까지 나온 이날 등판에서 자칫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지만 임창용은 서른일곱의 노련미로 위기를 넘기는 재치를 발휘했다.

컵스 역사상 2번째
최고령 루키

▲ <뉴시스>
‘미스터 제로’ 임창용이 빅리그의 부름을 받은 건 지난 5일, 2002년 삼성 시절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MLB의 문을 두드리다 실패한 뒤 11년 만이다.

임창용은 지난 8일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서 3-4로 뒤진 7회초 1사후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2/3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MLB 데뷔전을 치르며 메이저리거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로써 임창용은 역대 14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최고령 한국인 빅리거라는 새 역사를 썼다. 또 그의 메이저리그 경력은 팀 내 막내지만 컵스 40인 로스터 중 최고령 선수로 등록돼 있다. 그 덕분에 임창용은 1901년 이후 컵스 역사상 2번째 최고령 루키라는 진기록도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이상훈, 구대성, 박찬호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4번째로 한·미·일 프로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됐다.

값진 기록만큼이나 임창용의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임창용은 1995년 해태타이거즈(기아 전신)에 입단해 4시즌을 뛰며 역대 최강 사이드암 투수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삼성으로 이적 해 프로 통산 9시즌 동안 104승66패168세이브와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그는 3차례 구원왕에 오르면서 오승환(삼성)의 등장 이전까지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당시 야구계에서는 “임창용은 끝났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임창용은 2007년 12월 야쿠르트와 외국인선수 최저연봉에 계약하며 도전을 시작했다. 팔꿈치 상태를 회복하고 체계적인 재활과 훈련을 거쳐 전성기를 웃도는 최고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던졌다.   단숨에 야쿠르트의 ‘수호신’이 되며 2011년까지 4시즌 동안 126세이브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1승2패35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46을 찍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일본 진출에 성공한 그에게 또다시 시련이 닥쳐왔다. 지난해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다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수술 후 임창용은 일본잔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시카고 컵스와 스플릿 계약(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연봉이 다른 계약)을 맺어 또다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다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임창용은 마이너리그에서 피나는 재활을 거쳐 루키리그와 싱글A, 더블A, 트리플A를 거쳐 결국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빅그리 잔류를 위해
제구력 회복이 우선과제

임창용은 꿈의 무대 진출에 성공했지만 앞으로 잔류하기 위해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컵스의 불펜에서 살아남기 위해 확고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현재 임창용의 컨디션은 80~9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직 재활이 다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등판을 거듭하면서 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고 구속 160km에 달하던 빠른 직구가 151~152km에 머물러 있고 지금까지 던진 변화구 중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간 게 별로 없는 등 제구력 난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컵스 역시 임창용을 올해보다 내년을 위한 전력을 생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시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임창용도 “(회복력이) 여기서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이 상태가 계속 갈 수도 있다”면서 “연투는 가능하다. 그래서 여기 있는 것이다. 더 좋아지길 바라고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임창용은 자기관리가 대단히 철저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또 이미 한 차례 재활을 통해 재기에 성공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이에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한걸음씩 밟아간다면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점령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