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자기 절제 사회
[신간안내] 자기 절제 사회
  • 인터넷팀 기자
  • 입력 2013-09-16 11:09
  • 승인 2013.09.16 11:09
  • 호수 1011
  • 6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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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우리의 욕망에 덫을 놓았나?

애슐리매디슨닷컴(AshleyMadison.com)은 바람둥이들을 위한 웹 사이트다.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라는 사이트의 모토는 사람들의 숨은 욕망을 자극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후 이렇듯 치명적인 유혹들이 하나둘 우리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기술혁신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했고, 개인주의의 확산은 각종 사회적 제약들을 없애 버렸다. 그 결과 인간은 총천연색 유혹이 위협하는 세상에 얄팍한 의지 하나만을 걸친 채 맨몸으로 버려지게 되었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오늘날의 유혹 과잉 상황을 진단할 뿐 아니라 그에 맞설 다양한 전략들을 제시한다. 다이어트를 위한 소금 활용법부터 데이트 사고를 막기 위한 팬티 이용법까지, 저자는 세이렌의 유혹에 맞설 오디세우스의 밧줄은 어디에나 있음을 역설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매일 넘쳐나는 유혹과 싸워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냄으로써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를 드러내고 자기 절제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 자기절제사회

미국인 전체 사망률의 50퍼센트를 차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시무시한 암이나 총기에 의한 살인? 아니다. 일종의 느린 자살, 즉 ‘자제력 부족’이 그 원인이다. 전체 미국인 가운데 흡연, 과음, 비만, 위험한 섹스 등으로 죽는 사람이 연간 100만 명에 이른다. 사상 최악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제2차 세계대전의 미군 총 전사자가 40만 명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수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질병에 스스로를 내맡기고 천천히 죽는 길을 택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어떤 이는 사람들의 무지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흡연이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알고 있으며, 그 가운데 70퍼센트는 담배를 끊고 싶어 한다. 정보 부족이 아니라 자제력이 부족이 문제다.
이처럼 자제력은 현대인의 건강과 생존을 좌우하는 필수조건이 되었다. 물론 수천 년 전부터 자제력은 줄곧 성공의 핵심 요소로 인정되어 왔으나 지금처럼 생명을 위협한 적은 없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 자본주의 체제는 동틀 무렵 헬스클럽에서 지방을 털어 내고, 지옥 같은 교육과정을 견뎌 우수한 성적을 얻는 자제력 엘리트들에게 예전보다 훨씬 후한 보상을 준다. 오늘날에는 그만큼 충분한 자제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진화한 유혹이
당신의 욕망을 자극한다
왜 자기 절제가 이토록 심각한 문제가 되었을까. 인간의 자제력이 과거보다 약해진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보다는 욕망을 자극하는 갖가지 유혹들이 그것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교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가령 1919년에는 닭 한 마리를 사기 위해 미국인들이 3시간 가까이 일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 숫자는 15분 정도로 떨어졌다. 품을 들여 털을 뽑고, 기름에 튀겨 낼 필요가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청량음료, 냉동 조리 식품, 패스트푸드의 가격 역시 떨어졌다. 감자를 생각해 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미국인들은 프렌치프라이를 거의 먹지 않았다.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의 가격을 낮추었고, 선택 제한 요소로 작용하는 다양한 마찰 비용을 없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포르노 한 편을 보려면 돈을 내야 할 뿐 아니라 수치심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지저분한 비디오 가게에 찾아가 창피 당하지 않고도 클릭 한 번으로 간단하게 다운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기혼자들이 익명성의 보호 아래 마음껏 불륜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웹 사이트까지 생겼다. 애슐리매디슨닷컴(AshleyMadison.com)이 바로 그것인데, 여기서는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라는 노골적인 문구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단순히 성관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선함, 존중, 흥분을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수많은 유혹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의 욕망을 자극한다. 돈이 없는 것조차 문제되지 않는다. 지갑 속에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가 있고, 우리에게 돈을 빌려 주고 싶어 안달하는 대부업자들도 넘쳐 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욕망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강력한 유혹들이 매시간 우리를 위협하는 지금, 당신은 어떻게 욕망에 대항할 것인가.
이 책은 자제력이 개인의 성공과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된 현시대를 진단하고, 그 사회적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저자는 자기 절제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이 한 권에 담으면서도 지루하게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게 될 뿐 아니라 자기 절제를 가능하게 하는 실제적인 힘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다.
대니얼 액스트 지음 | 구계원 옮김 | 민음사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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