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허리 아래’를 간섭하나요?
국가가 ‘허리 아래’를 간섭하나요?
  • 서준 프리랜서
  • 입력 2013-09-16 11:04
  • 승인 2013.09.16 11:04
  • 호수 1011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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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생계형 성매매

[일요서울ㅣ서준 프리랜서] 최근 여성정책연구원이 성매매 피해자 범위의 확대를 제안했다. 이는 ‘자발적 성매매’, 혹은 ‘생계형 성매매’를 성매매의 피해자로 규정하자는 이야기다. 이는 곧 이런 여성들에 대해서 더 이상 처벌을 하지 말자는 의미. 이른바 최근 일각에서 불고 있는 ‘생계형 성매매자에 대한 비범죄화’에 대한 지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여성정책연구원은 흔히 말하는 ‘여성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곳에서 ‘비범죄화’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는 꽤 놀라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자체가 ‘성매매의 전면 허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 어쩔 수 없는 생계형 여성에 대해서 처벌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지 성매매 자체를 허용하라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생계형 성매매는 처벌을 해야 하는 것일까, 말아야 하는 것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른바 ‘국책연구원’이다. 국책연구원은 곧 정부에게서 예산을 배정받아 운영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러한 기관에서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비범죄화’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는 것은 현재의 한국 상황에 비춰봤을 때는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생계형 성매매라고 하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을 생계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돈이 절박하지도 않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파는 성매매를 할 이유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의 파격적 주장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첩’이나 ‘현지처’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첩이나 현지처 역시 모두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하는 것에서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여성들은 처벌을 할 수도 없고 처벌하지도 않으면서 불특정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만 처벌하는 것도 평등권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는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특정인이든 불특정인이든 어차피 성매매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점에 대해서 사람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직장남성 최모씨의 이야기다.
“법적인 면으로만 봤을 때는 분명 문제는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처벌을 받고 또 누구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공평하지가 않다. 물론 현지처나 첩은 경찰이 수사를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수사를 하기 쉬운 사람만 처벌을 받는다는 것 또한 공평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비록 한쪽이 수사가 어렵더라도 현재 드러난 범죄까지 처벌하지 말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법무계열에서 일을 했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범죄는 수사기관이 인지를 했을 때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인지할 수 없는 범죄, 즉 첩이나 현지처에 대한 부분은 수사기관이 통상적으로 인지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지되지 않은 범죄가 있다고 해서 인지된 범죄까지 처벌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수사기관이 신도 아닌데 어떻게 모든 범죄를 다 인지하겠는가. 그렇게 따지면 ‘아직 인지되지 않은 마약 사건’ 때문에 ‘현재 인지된 마약 사건’도 처벌하지 말라는 것인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

‘첩’’현지처’는 처벌 안해

특히 여기에서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것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성인이 자신의 성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따라서 그것이 생계상의 이유든, 또 다른 이유이든지 간에 온전히 자신의 신체에 대해 자신이 결정권을 가진다는 이야기다. 시쳇말로 ‘허리 아래에 대해서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에 대해서는 꼭 법적인 논리를 따지기 이전에 많은 성인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간통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비록 그것이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부정한 행위가 되겠지만, 그 문제는 이혼이라는 합리적인 법적 판단에 맡기면 되는 문제고 간통을 했다는 것 자체로 성인을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국가가 성적자기결정권까지 침해한다는 이야기가 일정한 설득논리를 얻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성매매 여성 당사자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취재진이 만나본 대부분의 여성은 여성정책연구원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 중에서 정말 이 일이 좋아서 하는 여성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 일을 하다보면 정말로 세상의 온갖 험한 꼴은 다 보는 것이 사실이다. 만나기 싫은 남성과도 만나야 하고 자기 싫은 남자와도 자야 한다. 말 그대로 철저한 생계형 직업이 바로 이런 일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이 일을 못하게 한다면 우리는 뭘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가. 한마디로 죽으라는 이야기 밖에 더 되는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고 국가가 우리 생계를 책임져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다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가 하는 일이 범죄라고는 하지만, 피해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빼앗아서 상대방을 화나게 만드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왜 범죄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서로가 필요한 것을 주고 받는 것 아닌가. 사실 나 같은 경우에도 성매매가 아니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도저히 없다. 배운 기술도 없고, 장사 밑천도 없어서 일을 하기도 어렵다. 그런 우리들에게 성매매를 한다고 법적으로 처벌을 하면 우리의 인생은 막막해진다. 제발 성매매 여성을 더 이상 범죄자 취급하지 않고, 우리의 생계는 우리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렇게 성매매 여성들을 범죄인으로 처벌하지 않을 경우에 그 수혜(?)는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에게만 돌아간다는 반대편의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끔씩 성매매를 통해 성욕을 해소한다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사실 성매매를 원하는 우리같은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반길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여성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남성도 처벌을 받지 않는건가? 여하튼 그건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가 좀 완화되는 것은 사실이 아닌가.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외국에서도 성매매가 불법이 아닌 나라가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그러한 나라에서도 성매매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우리나라도 앞으로 그렇게 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인식은 유흥업계에서도 비슷하다. 룸살롱 영업상무인 이모씨의 이야기다.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이 완화되면 우리 아가씨들도 훨씬 더 편안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처벌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다양한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곳에서 일을 하는 아가씨들도 대부분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고 거기다가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 착실한 여성들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 여성들은 호빠며, 명품에 미쳐 있기는 하지만 그녀들도 한결같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는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좀 도움을 줬으면 한다.”
사실상 생계형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 문제는 꽤 민감한 사항이기는 하다. 법적으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분명히 ‘불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불법에 대한 규정이 한 개인의 정당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고 생계를 막막하게 하고, 자녀 교육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성매매를 통해서 자녀를 교육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서 이는 실질적으로 국가의 장래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향후 이러한 법적인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겠지만, 분명 뭔가 새로운 대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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