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를 세계인과 함께 즐기고 싶어요”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대중에게 한국홍보전문가로 잘 알려졌다. ‘한국홍보전문가’라는 수식어답게 그는 그동안 세계 언론에 한국홍보 광고를 게재해 왔다. 또 유명 연예인들과 함께 ‘해외 박물관·미술관 한국어 서비스’, ‘이준 열사 기념관 부조 작품 설치’, ‘한글 공부방 교재 및 교육물품 후원’ 등 다양한 활동도 계속해 왔다. ‘일본 우익 블랙리스트 0순위’로 꼽히는 서경덕 교수지만 오히려 “위협이 무서웠다면 이 일을 시작도 안했다”며 일본의 위협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찾아가는 독도학교, 독도송 제작,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 ‘한국인이 알아야 할 역사이야기’ 영상 배포, WSJ 독일-일본 비교 광고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서경덕 교수를 만나봤다.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서경덕 교수가 주축이 돼 지난 6월 초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된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선정을 위한 ‘100만 서명 운동’이 지난달 말로 종료됐다. 이번 서명운동에는 온·오프라인에서 약 11만 명이 동참했다. 서 교수는 광역시와 지방 소도시를 비롯해 독도, 거제도 등 섬 지역까지 직접 다니며 서명을 받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우토로 마을, 중국 연변지역, 태국 6·25참전 용사마을, 필리핀 마닐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을 찾아가 국내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동포들에게도 서명을 받았다. 서명운동을 시작한 지 석 달. 미처 100만인 서명이 다 차기도 전인 지난달 27일 정부는 2017년 수능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곧이어 일명 ‘뉴라이트 교과서’로 불리는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을 위해 노력했던 만큼 우선 정부의 이번 결정에 기분은 좋습니다. 이제부터는 정말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노력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 교과서 검정 시스템과 역사 교육 콘텐츠 강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서 교수는 객관적인 역사 교과서를 위해 좌·우 이념의 학자들이 함께 의견을 모아야 하고 정부도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특히 정식 시행까지 아직 4년여가 남은 만큼 정부가 시민사회단체, 역사단체 등과 협력해 보다 좋은 정책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사가 수능필수 과목이 됐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를 잘 시행할 수 있는지에 중지를 모을 때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한국사를 너무 근시안적으로만 보는 것 같아요. 저는 한국사가 세계를 바라보는 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한국사를 통해 세계가 바라보는 우리 모습은 어떤지 되짚어볼 수 있어야 하고요. 저는 이런 한국사를 학생들이 배우길 바라고 있어요. 한국사가 입시에 부담이 돼서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꼭 필요한 교육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요? 그 대신 학생들이 큰 부담 없이 교육받도록 콘텐츠를 준비하는 건 어른들의 몫이죠.”
서 교수는 지난 8월 12일 ‘한국인이 알아야 할 역사이야기’라는 제목의 10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그가 단지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이라는 이슈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교육 콘텐츠를 준비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9월과 10월에도 새로운 내용의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다. 또 그는 우리나라 전 어린이 도서관에 제대로 된 역사책을 기증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서 교수의 여러 활동 중에서도 특히 독도·동해·위안부·비빔밥·막걸리 등 다양한 주제로 해외언론에 게재하는 ‘광고’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광복절을 앞둔 지난달 12일에도 미 경제일간지 WSJ에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는 광고를 게재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광고는 다른 외신에도 크게 보도될 만큼 화제가 됐다.
“광고를 낼 때 그 자체는 1차 홍보라고 봐요. 2차 홍보가 다른 외신에 소개되는 것이고요. 3차 홍보는 그 광고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는 거예요. 그 중에서도 외신에 광고가 소개되는 2차 홍보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을 계속 시도하는 거예요. 벌써 30차례 이상 광고를 게재하다 보니 제 광고를 좋아하는 외신들도 생겼고요.”
광고 한 편을 제작하는 데 드는 시간은 6개월 남짓.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인만큼 철저하게 외국인의 시각에서 만들어진다. 그들이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운 광고가 콘셉트다. 우리 눈에는 광고가 다소 단순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고가 공개될 때마다 화제가 되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국내에서 화제를 끌기 위해 만든 광고라고 비판한다. 또 한국을 알리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도 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에만 집중한다는 우려도 있다.
“역사 왜곡이 주된 소재는 아니에요. 사실 한식·한복·한글 같은 문화광고를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독도·동해·위안부 주제의 광고가 국내외로 워낙 큰 관심을 받아서인지 본의 아니게 제가 역사 왜곡을 꼬집는 얼굴마담이 됐네요.”
서 교수가 외신에 꾸준히 역사 왜곡에 관한 광고를 게재하는 건 세계적인 여론을 통해 일본 정부의 잘못을 압박해 나가기 위함이다. 일본이 아무리 경제대국이라도 세계적 여론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에 직접 광고를 하자’라고 주장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일본과 감정싸움을 할 이유는 없다”고 답한다. 그가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일본의 역사왜곡에 감정적이 아닌 논리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우리도 우리 역사를 잘 모르면서 다른 나라의 역사왜곡을 질타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꾸준히 역사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사람들의 무관심이 가장 큰 적이거든요.”
서경덕 교수는 다음달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케이팝스타일의 독도송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말 뉴욕 타임스스퀘어 글로벌 기업 광고판에 국가 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전용 광고판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또 유명 스타와 함께한 한식광고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앞으로는 한국문화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인과 우리 문화를 함께 즐기고 싶어요. 아는 것과 즐기는 것은 다르잖아요.”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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