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박근혜 정부 첫 여야 국정감사가 정책보다는 정치 국감으로 변질될 공산이 높아졌다. 추석 이후 있을 국정감사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로 가는 길목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여야 간 한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될 공산이 높다. 통상 국정감사가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이 방어를 할 수밖에 없어 야권의 정국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호재로 보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경기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그리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민간 갤러리업체 간 수상한 예산 집행 등으로 선거와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석기 파문으로 시작된 공안정국을 최대한 끌기 위해 과거 참여정부 시절 이석기 의원의 사면 복권된 배후로 친노 3인방을 겨누고 있다. 통합진보당과 민주당을 한묶음으로 해 ‘공안놀이’를 최대한 즐기겠다는 전략이다.
- 野는 지방선거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 ‘흠집내기’
- 輿 ‘이석기 대타 찾기’ 사면복권 친노 3인방 정조준
민주당은 이번 가을 국정감사에서 정책보다는 여권 핵심 인사를 정조준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그리고 새누리당 고위 당직을 맡고 있는 A, B 의원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석기 파문의 원인 제공자로 두 번이나 사면복권된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리 의혹 제기를 통해 전 정권과 현재 집권 세력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려는 반면 새누리당은 보수층 결집을 가져온 ‘공안정국’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심산이다.
일단 내년 경기도지사 출마가 예상되는 유정복 장관 관련 ‘흠집내기’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안전행정위원들은 올해 초 유 장관의 친형이 인천공항에너지(주)의 68억 원 규모 공사를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따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유정복, 건설사 대표 친형 ‘편의’ 제공 의혹
유 장관의 친형 유수복(59)씨가 대표로 있는 대양종합건설은 2010년 11월 68억 원 규모의 열수송배관공사를 따냈다. 이 과정에서 일반경쟁일찰을 거치지 않은 데다 관련 부처 승인 절차도 생략한 채 인천하늘교육재단과 불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를 해 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으며 인천공항에너지는 열배관을 과다하게 설치해 27억 원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핵심 의혹은 이 과정에서 유 장관이 형의 사업에 편의를 제공했는지가 관건이다. 유 장관은 2003년 2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사외이사를 지냈고 계약이 이뤄지던 2010년 11월에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맡고 있었다. 장관직 이전 2006년에는 건설 관련 분야를 다루는 국회 국토해양위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대양종건은 2007년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도급금액이 494억 원에서 2008년 597억 원, 2009년 796억 원’ 2010년 939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송도사이언스 빌리지 스트리트몰 A블록공사, 연세대 국제캠퍼스 1-2단계 공사, 송도 아아타워 건립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211공구공사 등 인천에서 진행된 굵직한 공사에 참여했다. 유 장관은 인천출신으로 제물포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고 송영길 인천시장은 대동고-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밖에 야당은 지난 8월 20일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당선된 김명환 전 해병대사령관 배후에 청와대와 유정복 장관의 개입 의혹을 들어 관련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해 ‘보이지 않는 손’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한 민주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한 여성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특혜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이 서울시에서 근무할 때부터 알고 지낸 이후 이 갤러리는 승승장구했다. 원 전 원장이 MB정권과 함께 중앙무대에 진출한 이후에도 친분은 계속됐고 급기야 2011년 12월 이듬해 정부 예산안 중 2억5000만 원이 갤러리가 내건 사업에 배정되면서 두 사람의 의혹이 불거졌다. 그 형식은 본회의 직전에 소위 ‘쪽지 예산’으로 끼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2010년도 정부예산안에도 동 갤러리가 관여된 사업에 1억원 상당의 예산안이 들어간 것도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1년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당 여성 관장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청문회에 나오지 않았다. 민간인 업체가 2년간 3억5000만 원 상당의 예산을 받는 데 정치권에서는 원 전 원장을 의심했지만 문화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발뺌했다. 특히 예산 편정 과정에서 원 전 원장과 친분이 깊은 새누리당 전 정보위 위원이었던 A 의원과 예결위 B 의원 개입설마저 흘러나왔다. 하지만 A 의원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민간업체 여성관장 정부예산 3억5천 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방어만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일단 통합진보당 이석기 파문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여당은 참여정부 시절 이 의원이 두 번이나 사면복권을 받은 점에 주목했다. 특히 문재인 의원을 겨냥해 사면복권된 과정에 정치적으로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내란음모·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에 연루돼 도망다니다 2002년 5월 체포됐다. 이듬해인 2003년 3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돼 돌연 상고를 취하했고 몇 달 뒤 8·15로 특사로 가석방됐다. 이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강금실 법무부 장관 시절로 청와대와 법무부 간 이 의원에게 정치적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어 2년 뒤 광복절에는 두 번째 특사로 복권돼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역시 비서실장은 문 의원이었고 법무부 장관은 천정배 전 의원이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민주당 책임론과 함께 문재인 책임론을 제기할 태세다. 특히 새누리당에선 “민정수석으로 재직 시 통상적 가석방 요건(2년 6개월 징역형에 3분 2 이상 실형을 살아야 사면복권 대상)이 아님에도 많은 공안사범 중 이석기를 가석방시키고 사면복권시킨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는 태도다.
문재인 이석기 사면복권 책임? “정치적 공세”
하지만 이에 대해 당시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지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2003년 4월에 당시 참여정부에서 국민화합 차원에서 시국 사범을 사면복권 했다. 다만 그때 이석기 의원은 형기가 짧아서 제외됐다가 이후 8월 광복절 때는 제외됐던 모든 공범들이 다 가석방되거나 사면복권 대상이 되었다”며 “대통령이 국민화합차원에서 시국사범도 필요하다는 큰 원칙이 결정되면 구체적인 것은 법무부에서 그 기준을 정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법무부에 설치된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면 대통령이 사면복권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민정수석이 개개인을 넣는다든지 뺀다든지 이렇게 관여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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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