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또 부실대출? 파장 어디까지…
금융권에 또 부실대출? 파장 어디까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9-16 09:29
  • 승인 2013.09.16 09:29
  • 호수 1011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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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영 전 SPP그룹 회장 구속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급성장했던 SPP그룹의 전 총수가 구속되면서 SPP율촌에너지 대출과 연계된 금융권이 숨죽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SPP율촌에너지에 빌려준 자금은 총 2000억 원대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금이 회수 불가능에 빠지고 그마저도 부실대출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SPP그룹과 관련한 책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부실 회사에 대출해준 은행들 전격 압수수색
국민혈세인 공적자금 회수 불가능…책임은?

회사를 위기에 빠뜨린 이낙영 전 SPP그룹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고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는 등 SPP그룹에 수천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 12일 이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구속되기 직전 이 전 회장은 은행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구속기소하기 전인 지난 4일 우리은행과 광주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또 광주은행 함평지점과 SPP그룹 계열사 1곳도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우리은행 본점의 경우 SPP조선 대출을 담당했던 기업금융단 사무실을 수색해 대출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SPP율촌에너지의 대출 과정에서 불법대출과 로비 정황을 일부 포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대출은 2010년 SPP율촌에너지 공장 신축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형식으로 이뤄졌다. 세부적으로는 우리은행 700억 원, 공인공제회 500억 원, 광주은행 200억 원, 신협 100억 원 등 총 5곳이 참여했다.

참여 은행 관계자는 “당시 감사원 감사는 물론 두 배 이상의 담보가치를 확보했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구속될 때 대출사기 혐의가 추가 적용되면서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총수로 재임하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회삿돈을 개인적인 주식 매수금으로 유용하고 허위로 서류를 생성해 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그룹 계열사에 끼친 손해가 총 3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또 이 전 회장은 분식회계는 물론 외부투자유치 실패 등을 숨기고 우리은행 등에서 거액의 공적자금을 대출받은 혐의도 함께 적용받는 중이다. 이 돈은 당시 부도위기에 몰린 SPP율촌에너지에 투입됐으나 SPP율촌에너지는 지난달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한편 금융권 내부에서는 은행들이 불법대출을 하지 않았을 개연성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의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자 책임이 어디에까지 미칠지를 계산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은행이 단독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은행의 대출이 함께 나가는 시디케이트론이라 불법대출은 쉽지 않다”며 “회사가 부실화된 것과 불법대출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채권단이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출해 수천억 원대의 손실을 떠안은 셈”이라며 “불법대출 여부 등 추가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인 만큼 책임 문제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 역사 속으로 하나둘씩 사라지는 SPP그룹은

SPP그룹의 전신인 SPP조선은 2002년 경남 통영에서 선박 일부분인 블로 제조로 출발했다. 이후 선박 완전 제조 분야로 분야를 넓혀가며 수주잔량 세계 10위, 국내 6위권 조선사로 성장했다. 2011년 전 세계 석유화학운반선(MR탱커) 시장에서 SPP조선이 차지하는 물량이 50% 이상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2009년이 되자 SPP조선은 조선업황의 부진과 유로존 금융위기 등으로 난국에 처했다. 2010년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이후 계열사 간 흡수ㆍ통합, 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급기야는 SPP조선을 비롯해 6개 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 중 단 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본잠식에 빠졌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낙영 전 회장의 무리한 계열사 확장이 SPP조선의 재무구조를 붕괴시켰다고 분석 중이다. SPP그룹은 2006년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2008년까지 3년 동안 5개의 계열사 및 관계사들을 설립했다. SPP강관(현 SPP자원), SPP건설, SPP로직스, SPP율촌에너지, SPP중공업 등이 바로 그 예다. 당시 SPP그룹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08년 기준 2조 원에 육박했다. 3년 전인 2005년 300억 원과 크게 대비되는 수치다.

그중에서도 SPP율촌에너지에는 가장 많은 예산이 집행됐다. SPP그룹은 SPP율촌에너지 설립 첫해인 2008년에는 363억 원, 이듬해에는 892억 원을 신규 투자했다. 같은 시기 SPP중공업에도 800억 원, SPP로직스에도 200억 원가량을 쏟았다. SPP강관, SPP건설까지 합치면 2년 동안 이들 5개 신규 계열사에만 총 4000억 원대 자금이 들어간 셈이다. 그것도 대부분 외부차입에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자금흐름으로 미뤄볼 때 SPP조선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게다가 SPP그룹이 2006년 이후 설립했던 계열사 및 관계사들은 SPP율촌에너지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전 회장의 아들들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대부분이 계열사가 아닌 특수관계사들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행태로 지적된 곳들이다.

특히 SPP로직스는 감사보고서에 최대주주를 공시하지 않고 있지만 이 전 회장의 둘째 아들인 이동민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SPP로직스는 선박 기름을 공급하는 단순 주유소 사업을 하는 회사로 2007년 설립 이후 계속해서 적자 상태다.

또 SPP중공업의 경우 2009년 SPP머신텍에서 일부 사업부를 분리해 설립됐는데 차남 이씨가 주인으로 있는 SPP로직스가 지분 83.34%를 보유한 회사다. SPP건설 역시 이씨가 지분 61.54%를 지녔으며, 지난해 세아제강에 매각된 SPP강관은 장남 이동환씨가 지분 92.86%를 가진 회사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PP그룹의 문어발식 회사 설립은 단순한 그룹 성장이나 사업 확장 때문만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회장이 아들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경영권 승계에 집착한 것이 결국 그룹을 무너지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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