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바라보는 시선
전직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바라보는 시선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9-16 09:26
  • 승인 2013.09.16 09:26
  • 호수 1011
  • 3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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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하다” “복지예산 편성” 이젠 MB 의혹 부상에 촉각

▲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지난 10일 추징금 납부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현 정부 들어 가장 잘한 일 극찬 // 고액 미납 추징금 인사들 ‘발등의 불’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1672억 원, 노태우 전 대통령 추징금 230억 원이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환수됐거나 환수될 예정이다. 정권이 세 번 바뀌면서도 환수되지 못한 돈이 한꺼번에 그것도 20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걷어지면서 이 돈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환수된만큼 국고로 사용될 것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일요서울]이 일반인을 통해 이 돈의 흐름에 대한 생각을 취재해봤다.

10대에서 50대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전직 대통령들의 추징금 환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돌아온 대답은 대부분 “속 시원하다”다. 일부 사람들은 “16년간 호의호식을 누린 만큼 이제라도 추징금을 걷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역대 정권에서 왜 거두지 못했는지 반문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에 대해 지난 6월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가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국민들은 어렵지만 작은 세금이라도 내려고 노력했다”면서 “일각에서는 고의적, 상습적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등 사회를 어지럽혀 왔다”며 “이런 행위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의지를 밝혀 왔다.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 소식을 접한 면목동에 사는 A씨는 “29만 원밖에 없다던 전직 대통령이 1600여억 원 환수를 밝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어떻게 하면 29만 원으로 1600억 원으로 불릴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취재진과 만난 B씨(40)는 “전직 대통령들의 임기 끝 말로가 좋지 못했던 부끄러운 우리 과거사를 볼 때 이번 환수 집행 후 과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용할까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터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자연스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직은 뚜렷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최측근들이 비리로 구속되었거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일 만기출소한 이상득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코오롱그룹으로부터 7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형이다. 
아들 시형 씨 역시 이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를 편법으로 증여받은 혐의와 부동산 실명제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내곡동 사저 특검’팀은 이 12억 원을 시형 씨가 김윤옥 여사에게 편법 증여받은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국세청이 증여세를 부과토록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크고 작은 사건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 눈초리가 깊다.

‘증세 없는 복지’ 관련
 국세 일부로 들어갈 것

환수된 돈과 관련해 그 사용처에 대한 질문을 해봤다. 국고로 환수되어 국세로 사용될 것이란 뻔한 대답을 예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질문이었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국세확보에 혈안이 된 현 정부인 만큼 이 돈 대부분이 국세의 일부가 될 것이란 반응들이었다.
여의도에서 만난 C씨(45)는 “국고에 들어간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예산에 편성되어 서민들의 삶에 윤활유가 되는 일에 사용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질문에는 박 대통령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징금 환수에 따른 돈의 사용처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잘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면서 국세확보에 주력해 왔고 그 결과로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가 이뤄진 만큼 복지예산으로 사용될 것이란 추측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도 박 대통령은 “연일 복지예산 누수를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어 이 추징금 환수와의 연결고리가 성립된다.
끝으로 추징금을 미납한 재계 일부 인사에 대한 환수가 하루 빨리 이뤄졌으며 하는 바람을 공개하는 대답자도 있었다.  본지도 [지령 1010호-김우중·최순영 등 은닉 재산 추적 속도 내나] 제하의 기사에서 보도한 바 있듯 여전히 전직 재계 총수들 중 수천억 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이들에 대한 추징금 환수 작업의 시급함을 지적한 것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경우는 2006년 11월 3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횡령 및 국외 재산도피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23조300억 원(김 회장은 17조9253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840억 원만 납부한 채 아직까지도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미납 추징금의 80% 이상에 달하지만 여전히 김 전 회장은 돈이 없어서 못낸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가 유령법인을 통해 베트남에 600억 원대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영리 인터넷언론 뉴스타파는 김씨가 최대주주인 (유)옥포공영이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에 위치한 반트리 골프 클럽(Van Tri Golf Club)의 지분을 2010년 100% 인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트리 골프장은 김 전 회장이 현재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매일 아침 건강을 위해 라운딩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역시 2000억 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고작 2억 원 정도만 내고 서울 강남의 고급빌라에서 살면서 자주 해외여행을 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1996년 5월부터 1997년 6월까지 미국에 유령회사 ‘스티브영’을 차린 뒤 선하증권 등을 허위로 작성, 국내 4개 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 등의 명목으로 1억8500여 만 달러를 대출받아 편취하는 과정에서 1억6500여 만 달러를 미국계 은행 등의 예금계좌로 송금,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1999년 2월 중순 검찰에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신동아그룹 계열사 신아원의 김종은 전 회장과 함께 1964억 원의 추징금을 추가로 공동 납부해야 한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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