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프리미엄 2000만 원은 기본이니 연락하세요!”, “불법이요? 전혀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강남권 마지막 신도시로 불리는 위례신도시를 둘러싼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의 끝없는 행렬이 심상찮다. 올 하반기 위례신도시는 분양 일정상 총 7개단지·5000여 가구의 청약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분양 현장에서는 떴다방 영업이 판을 치고 있어 떴다방 활황기였던 2000년대 초반을 방불케 하고 있다. 수년간 부동산 시장이 부침을 겪으면서 한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떴다방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탈법을 통한 분양률 부풀리기, 프리미엄 형성 후 치고 빠지기 등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장을 [일요서울]이 찾아가 봤다.
부동산 과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서민
서울시 “거래 당사자도 처벌 대상” 주의
아르바이트·호객 행위 봐도 ‘단속전무’
불법전매 프리미엄 최대 5000만 원
지난 10일 [일요서울]이 찾은 위례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은 야시장이 따로 없었다. 분양을 받기 위한 예비 청약자, 이들을 떴다방 업주에게 안내하려는 아르바이트생, 파라솔 아래 자리한 떴다방 업주까지 모두들 저마다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떴다방의 유혹이 시작됐다. 자신을 떴다방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밝힌 A씨는 “이 명함을 가지고 가라. 그럼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서너 장의 명함을 건넸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생 역시 “우리는 손님을 끌어 모으는 일만 할 뿐, 나머지는 업주들이 전부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연결된 떴다방 업주들은 통장을 거래할 수 있다는 은밀한 제안을 시작으로 불법전매에 대해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가며 열을 올렸다. 불법이라는 것에 대한 거리낌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떴다방들이 노리는 것은 불법전매. 위례신도시의 아파트는 1년간 아파트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도록 법적 조치가 돼 있지만 떴다방들은 수요몰이에만 혈안이 된 듯 했다.
성남시 복정동에서 나온 한 떴다방 업주는 “수요가 많지 않으니 서둘러야 한다”며 “프리미엄은 현재 2000만 원이 기본이다. 1년 뒤에는 가격이 훨씬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전매는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명의 변경만 하지 않으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걱정 안해도 된다”고 꼬임을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업주 역시 비슷한 설명을 늘어놨다. 해당 업주는 “당첨자가 1년간 명의를 빌려주고 계약금 마련이나 세금 등을 매수자가 내는 방식”이라며 “당첨자 대신 내야 하는 세금이나 기타 비용을 포함하면 2000만~3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 분양에선 1억 원을 웃도는 프리미엄도 붙었지만 하반기 시장에서는 아직 5000만 원 수준이 최고 수준이다”라며 “언제든 연락만 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업자들은 통장을 매매한다거나 이면계약을 통해 명의변경 문제도 해결해 준다며 영업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분양 현장에선 아르바이트생만 고용한 뒤 만남을 제안해 보다 더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을 활용하고 있었다. 전화 연결 후 만난 한 업주는 “청약 통장을 직접 매입한다”며 “가입 기간 등에 따라 다르지만 우린 가격을 후하게 쳐주는 편으로 1000만 원 정도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면계약을 권한 업주는 “명의 변경이 막혀 불안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서 “일단 분양 당첨이 끝이 나면 확실하게 만나서 이야기하자. 이보다 좋은 조건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꼬드겼다.
결국 떴다방 자체는 불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온갖 불법적인 요소가 담긴 영업방식들이 난무하는 실태를 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이중엔 중개 허가권조차 없는 무허가 떴다방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떴다방이 이토록 활성화됐다는 것은 그만큼 위례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라는 것.
여기저기서 불법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위례신도시의 인기를 방증하듯 가을 이사철을 맞은 분양 시장을 앞두고 문을 연 위례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은 예비 청약자들로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미 지난 12일 분양을 시작한 현대산업개발의 ‘위례 아이파크’ 견본주택에도 수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 상반기에는 위례신도시 아파트 청약을 진행했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두 대형건설사의 아파트가 각각 27 대 1과 11 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위례신도시 가을 분양시장을 통해 승부수를 던지는 건설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업계 수위권 건설사들이 분양을 주도해 더욱 이목을 집중 시킨다.
하반기 위례신도시의 첫 분양 타자는 위례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2일부터 서울 송파구 행정구역에 위치한 위례신도시 C1-3블록에서 위례 아이파크를 분양했다.
오는 10월에는 포스코건설이 송파권인 C1-4블록에서 송파 와이즈 더샵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이며, 현대건설도 C1-1블록에서 송파 힐스테이트 주상복합아파트 484가구를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10월에는 또 보금자리지구 최초로 민간과 공동 시행하는 아파트가 나오는데 성남권 A2-11블록에서 공급되는 위례 e편한세상 래미안은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고, 대림산업과 삼성물산이 공동 시공하는 민간 보금자리 아파트다. 대우건설 역시 10월 중 성남권인 A2-9블록과 하남권 A3-9블록에서 위례 센트럴 푸르지오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일선 중개사 “매우 위험한 행위, 정신 차려야”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남권이라는 입지적 이점과 투자 목적 수요가 겹치면서 많은 관람객이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는 향후 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에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선 떴다방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드세다.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위례신도시 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힌 한 신청자는 “떴다방 업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장씩 같은 이름으로 써내 당첨 확률을 높이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분하다”면서 “떴다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좋을지 몰라도 개인적인 입장에서 억울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신청자는 “사실 나도 떴다방을 이용해 분양을 받고 1년 뒤에 다시 팔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요즘 같은 불경기에 1년 뒤를 바라보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떴다방들이 모여 괜히 가격만 뻥튀기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일선 중개사들은 “떴다방의 영향으로 신규분양 아파트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부동산 경기 과열이 생겨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서민”이라며 “최소한 친인척 간 거래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서울 송파 소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말 그대로 불법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특히 명의 이전을 해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위례신도시 등지에서 떴다방 영업을 비롯해 불법 청약통장 거래가 기승을 부린다는 의혹에 따라 25개 자치구와 합동으로 주택공급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우선 청약통장 매매는 거래 당사자, 알선한 자, 광고행위를 한 자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더불어 10년 이하 범위 내에서 청약자격이 제한되니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불법거래 청약통장으로 주택을 청약했을 땐 당첨이 되더라도 발각되는 즉시 해당 주택공급계약이 취소된다.
청약통장 불법거래 행위 이외에도 분양권 불법전매 행위 및 도시계획사업 철거예정 가옥 거래 관련 불법 행위도 집중 단속 대상이다. 부동산중개업자가 해당 불법 알선행위를 할 경우 자격정지 또는 취소되며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서성만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본인 소유 청약통장을 거래할 경우 징역, 벌금, 청약자격 제한 등의 무거운 처벌이 뒤따르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떴다방의 특성상 업주가 현장만 벗어나면 단속이 쉽지 않아 여전히 떴다방들의 영업이 끊이지가 않고 있어 향후 더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 ‘떴다방’이란?
‘떴다방’이란 아파트 분양현장 주변에 모여드는 이동식 부동산중개업소를 통칭하는 속어다. 주로 무허가 중개업소들이 아파트 견본주택 인근에 가건물, 파라솔 등을 설치하고 현장에서 중개행위를 통해 투기를 조장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김대중 정부가 부동산 완화를 넘어 활성화 정책을 펼쳤고, 그 일환으로 전매제한철폐를 시행해 떴다방이 전성기를 구가했다. 분양권을 사서 자유롭게 사고팔고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몇 년 동안 위세를 떨치던 떴다방은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냈고 결국 정부는 떴다방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2004년 아파트 전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떴다방 영업 중에는 청약통장 매집 및 불법거래, 분양권 가격조작, 무자격 중개 등의 불법 중개행위가 있다. 또 제3자의 명의로 청약통장가입, 당첨된 뒤 계약 후 전매하거나 통장가입자가 당첨 후 계약 전에 전매하는 변칙거래 등이 처벌대상이 된다.
또한 떴다방이 분양권을 취득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청약 가입 자격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웃돈을 주고 청약통장을 사들여 직접 청약에 임하는 방식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가장 많이 행해지는 영업방식인데 당첨자들이 분양받은 매물을 중간에서 넘겨받고 낙첨자들에게 파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전단지나 명함을 돌리거나 견본주택을 찾은 손님들 명단을 입수한 뒤 프리미엄가격을 흥정해 타산이 맞으면 사들이거나 단순중개형태로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이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