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이 달라졌다. 한국인을 완전히 ‘봉’으로 본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과거 필리핀은 한국 남성들의 최적의 해외 성매매 장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마닐라와 세부는 많은 한국인들이 집중적으로 가던 장소였다. 꼭 성매매가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은 한국 관광객들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인식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한국인은 돈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광객을 대하는 눈빛도, 밤거리의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렸다. 이제는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고, 또 그 가격도 심하게 올랐다는 것이 현지에서 여행을 하거나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한결같은 말들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그간 필리핀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필리핀은 지난 수년간 한국인들에게는 꽤 매력적인 관광지였다. 가족이나 신혼부부 여행은 물론이거니와 여자를 만나러 가는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지난 몇 년은 한국 경제의 위상이 급속도로 발전하던 시대였다. 그러니 현지인들은 한국인들을 매우 호의적으로 대했을 뿐만 아니라 현지의 여성들 역시 한국인이라면 아주 좋아했다. 물론 그 중에서는 성매매를 하는 여성이 다수였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그저 한국인과 있는 게 좋아서, 한국인들과 사귀고 싶어하는 여성들도 많았다는 이야기다.
‘한국인’ 한마디에 가방검사부터
그러다 보니 현지를 찾는 한국인들 역시 국가에 대한 충분한 자부심을 가지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실제 ‘우리나라 국력이 이 정도였나?’라며 속으로 놀라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간 필리핀에 자주 여행을 갔다는 한 한국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인들에게 필리핀은 한마디로 천국이었다고나 할까. 일단 가격이 엄청나게 쌌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에 외국의 이색 문물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현지에서의 연애사건도 엄청 많았다. 마치 예전에 우리 나라 여성들이 백인 남성을 선호하고 좋아했던 것과 동일한 현상이 생겼다. 한국남성이라면 무조건 좋아했고,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과도한 성매매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현지에서 한국인에 대한 호감은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많은 호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인 특유의 ‘정’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필리핀 사람들에게 ‘못사는 국가의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졌기 때문에 그들에게 잘해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사실이었다. 두 번째는 한국인은 돈을 무척 잘 썼다. 환율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 보니 거침없이 돈을 쓰는 경우가 많았던 것. 결국 이러한 두가지 점, 그러니까 사람도 너무 좋고 돈도 많다고 생각하니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국가의 부(富)가 낮았던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호감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일들이 과도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필리핀으로 도망을 가거나 현지에서 필리핀인을 악질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는 한국인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서서히 호감은 분노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고, 여기에 필리핀의 깡패와 도둑들이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인을 ‘봉’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한국인과 사귀려는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은 혼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종의 ‘매니저’ 같은 것이 생겨 돈을 내지 않고도 그녀들과 하룻밤을 지내는 것 조차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최근 필리핀은 다녀왔던 한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예 공항 세관원들부터 한국인이라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든다. 기본적인 가방검사는 모두 한다. 하나 하나 다 뒤적여서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것에는 무조건 세금을 매겨버린다. 우리는 영어를 잘 못하니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항의하지도 못하는 처지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밤거리에 나가서 여자 한명 꼬시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저 눈이 마주치고 몇 번 웃으며 이야기하고 밤 한끼 사줘도 그날 밤은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도 거의 사라진 듯 하다. 모두 처음부터 돈은 얼마를 줄 거냐부터 시작하고 아예 매니저 같은 이상한 놈이 나타나서 돈을 챙겨가기도 한다. 나 같으면 이제 다시는 필리핀에 가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이런 이야기들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또다른 한 여행자도 ‘이제 필리핀은 막장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보자.
“정말 중요한 것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을 노리는 범죄는 이미 언론에서도 수차례 등장했다. 그런데 이제는 필리핀인들도 한국인을 노린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각종 협박, 사기 등의 사건이 현지에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차고 넘친다. 한국인이라면 아예 ‘돈’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 ‘어떻게 하면 돈을 뺏을까’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여기가 필리핀 경찰까지 합세하다보니 한국인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그저 조용히 지내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사실 또 그렇게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필리핀에서 돈 뺏기고 마음 상하고 다시 한국으로 빈털털이가 되어 귀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인들끼리의 범죄 많아져
사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이러한 위험성은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의 경우에는 유독 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심하다.
특히 그것이 범죄와 연결이 되다보니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모두 한국인들 자체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필리핀에서 2년간 생활한 적이 있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필리핀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어느 곳에 가나 문제를 일으킬만한 행동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되고 그냥 정직하게 살다보면 아무런 일도 생겨나지 않는다. 하지만 필리핀에 가는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필리핀 여자를 대부분 창녀 대하듯 하고, 필리핀 남자들을 하인처럼 생각한다. ‘돈도 없는 것들이’라는 이런 생각 자체가 이미 현실적인 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충분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문제가 생기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면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우선 이상한 일이다.”
물론 이 여성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을 행동을 하면 문제는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필리핀을 찾는 한국인들도 충분히 반성을 해야할 여지는 있다. 오로지 못사는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그간 필리핀 사람들을 너무 무시해왔고 또 너무 함부로 대해왔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들이라고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은 남성들의 반대로 필리핀 남성들을 사귀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그 가운데에 애정 문제 때문에 또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자녀를 데리고 필리핀에 가 있는 경우 필리핀 남성을 사귀를 불륜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여전히 필리핀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신출내기’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필리핀은 어학연수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학신입생이나 20~30대 직장인들 중에서 해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은 여전히 필리핀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필리핀 현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과거에 한국인들이 가졌던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또 다시 필리핀에 가서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들은 계속해서 생길 수 밖에 없고 또 그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 강도는 더욱 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을 봉으로 보는 생각은 더욱 확산될 것이고, 또 한국인에 대해서 앙심을 품고 있는 필리핀인들도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남자는 인기 짱!
한국인이 돈이 많다는 인식이 많아지면서 필리핀 여성들은 한국남성들을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아무리 필리핀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필리핀을 찾는 한국 남성들이 많고 그곳에서 섹스 관광을 하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현지 필리핀 여성들도 한국 남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경우가 많다.
그녀들이 한국 남자들을 만나는 대부분의 경로는 나이트 클럽, 술집, 룸살롱 등이다. 특히 룸살롱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한국인과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전화번호도 주고 받고, 또 한국인을 많이 대해봤기 때문에 간단한 한국말이라면 능숙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그녀들은 일단 한국인과 술을 한잔 한 이후에 다음 날 낮에 다시 도심에서 만나는 경우가 많다. 따지고 보면 룸살롱에서 일을 하며 버는 돈보다 한국인과 하룻밤을 자고 버는 돈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남성이 하룻밤을 같이 있자고 하면 차라리 그날밤은 룸살롱에 가지 않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룸살롱이 아니라면 밤거리의 카페나 술집에서도 얼마든지 한국 남성을 만날 수 있다.
대개 그녀들은 지나가는 한국 남성들에게 심하게 ‘추파’를 던진다. 계속해서 쳐다본다든지 가볍게 웃음을 짓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면 한국 남성들 역시 그녀들과 함께 있고 싶은 생각에 가볍게 말을 던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지고 호텔로 이어지게 된다.
그 중에는 ‘순진한 필리핀 여성’도 있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저 한국 남성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교제를 하려는 여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순진한 여성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리핀을 다녀왔던 많은 남성들은 ‘이제 그런 순진한 필리핀 처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고 말한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