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꿈꾼 편지 한 통 남편에게 의심이, 아내에겐 비밀이…
낭만을 꿈꾼 편지 한 통 남편에게 의심이, 아내에겐 비밀이…
  • 이지혜 기자
  • 입력 2013-09-09 10:54
  • 승인 2013.09.09 10:54
  • 호수 1010
  • 59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그 제목부터 범상치 않다. 원작이 바로 대한민국의 대표 소설가 안정효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가 안정효의 소설이 영화화 된 것은 <은마는 오지 않는다>(1991)와 <하얀 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1995년에 처음 발간된 중편 소설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편지 하나로 남편과 아내가 서로 다른 낭만을 꿈꾸게 되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로 구성돼있다.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의 최위안 감독은 그만의 언어유희를 최대한 강조하고 살리고자 내레이션에 소설 원문을 최대한 활용하여 ‘소설을 듣는 재미’를 더했다.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설 한편을 읽는 1석 2조의 효과를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주인공 부부의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밀당은 이 시대 모든 부부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임과 동시에 한번쯤은 해보고도 싶은(?) 짜릿한 경험으로, 관객들은 함께 즐기게 될 것이다.

♂ 남편의 편지

살벌한 권태의 반복. 아내는 어느 날부터 한마디 대화조차 하지 않는 그냥 동거인이 됐다. 잃어버린 과거의 낭만을 되찾기 위해 아내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설레임을 주기 위해 익명으로, 진심을 담아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분명 편지를 받았을 텐데 답이 없다. 두 번째 편지를 썼다. 여전히 답이 없다.

♀ 아내의 편지

반복되는 권태로운 일상. 아침 만들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청소 하고, 간간히 전화로 수다를 떤다. 진심으로 심심하다. 그러던 어느 날 손 편지 한 통이 왔다. 이름 석 자가 또박또박 쓰인 편지 한 통… 사랑고백이다. 남편이 보기 전에 얼른 불에 태운다. 옆집 총각? 근처 홀로 사는 아저씨? 도대체 그녀를 이런 고민으로 몰아넣은 남자는 과연 누구일까?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남편이 알까 불안하지만 편지를 기다리게 된다.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시도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로 13평 남짓 되는 소극장 연극무대를 세트로 구성해 촬영을 한 것이다. 또한 원작에서 돋보이는 언어적 유희를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 내레이션을 극대화 했다.

주연 배우들의 대사 연기보다는 내레이션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설명하고 주인공들은 그에 따른 표정연기와 짧은 대사 몇 마디로 극중 인물을 표현한다. 때문에 연극무대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을 활용했다.

이에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있을 법한 우리네 이야기를 소설 같은, 때론 연극 같은 영화로 표현해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탄생시켰다. 이 영화 한편으로 소설, 연극 문화컨텐츠가 동시에 표현된 국내 유일의 콜라보레이션 무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제목만큼이나 소재도 이색적이다. 그냥 흔한 부부의 이야기가 아닌 예상치 못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고 그들의 공감 가는 심리를 하나하나 끌어내 또 하나의 사건으로 만들어낸, 국내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로맨스이다.  때문에 ‘블랙 로맨스’라 명명한 이 영화는 장르명처럼 주인공들의 어두운 심리와 현실을 반전 있는 드라마로 표현했다.

김재만, 신소현, 박완규(내레이션) 등이 출연하는 이번 영화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