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채널A 이영돈 PD
[화제의 인물] 채널A 이영돈 PD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3-09-09 10:45
  • 승인 2013.09.09 1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착한 먹거리 인정받는 날까지 멈추지 않을 거에요”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채널A에서 방송 중인 ‘이영돈PD의 먹거리X파일’(이하 먹거리X파일)이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시청자의 증가와 더불어 일명 먹방(먹는 방송)이 트렌드가 되면서 덩달아 이영돈PD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특히 섹스코미디를 주제로 방송되는 ‘SNL코리아’에서 프로그램이 패러디된 이후 이영돈PD의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말은 완전히 유행어가 됐다. [일요서울]에서는 바른 먹거리 수호자로 앞장서고 있는 이영돈PD를 만나봤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어요.”
 
지난달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이영돈PD가 시구자로 등장했다. 웬만한 연예인들도 시구자로 나서기 어려운데 방송PD로서 마운드에선 그의 인기를 새삼 실감케했다. 그는 이날 야구공을 먹는 퍼포먼스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영돈PD는 “전문분야가 먹는 거다 보니 시구를 하면서 뭘 먹으면 좋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생각난 게 야구공”이라며 당시 상황을 익살스럽게 설명했다. 이영돈PD가 마운드에 등장하자 관중들은 환호했고, 그가 자신의 유행어를 내뱉었을 때 또 한번 열광했다.
 
“그냥 제가 평소에 쓰는 말이거든요. 저는 PD다 보니깐 프로그램으로 성공하는 게 최고의 가치이자 목표예요. ‘먹거리X파일’도 프로그램 반응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거기서 변형된 형태로까지 성공할 것 줄은 예측하지 못했죠.”
 
‘먹거리X파일’은 종편이라는 한계를 넘어 누구나 아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채널A는 몰라도 ‘먹거리X파일’은 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 프로그램은 세대를 막론하고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 ‘이영돈PD의 소비자고발’, ‘추적 60분’ 등 굵직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영돈PD의 연출 내공과 신념이 만들어낸 성과다. 또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큰 관심도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여준 요인이 되기도 했다.
 
“예전에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먹거리를 주제로 하면 특히 시청률이 높다는 걸 알았어요. 착한식당은 착한 소비에서 착안했고요. 기획취재라는 게 횟수를 거듭할수록 폭이 좁아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예 먹거리로 특화를 시켜버렸어요. 채널도 초창기다보니 홍보도구로 저와 먹거리를 쓴 거죠. 구체적이니깐 다들 기억하기도 쉽잖아요.”
 
보통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PD들과 달리 이영돈PD는 프로그램 상에 자신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이를 두고 ‘정치인이 되기 위한 포섭이다’, ‘얼굴 내미는 걸 원래 좋아한다’ 등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그는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에 얼굴을 보이는 것 모두가 의도된 연출이라고 말한다. 시청자를 대표해 경험하고 그 경험치를 솔직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친숙한 사람이 나와서 얘기하고 먹으면 더 신뢰가 가지 않나요?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하는 느낌을 주잖아요.”
 
먹거리X파일은 여느 시사 프로그램처럼 유해 식품을 고발하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한발 더 나아가 그런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는 착한 사람들을 찾기 위한 노력도 빼놓지 않는다.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33곳의 착한식당이 선정됐다. 착한 식당의 선정기준은 다름 아닌 정성.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정성을 쏟듯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래서 선정을 위한 표준화된 매뉴얼도 없다.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곳의 주인들은 얼굴도 착하게 생겼어요. 음식만을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음식가지고 장난치지 않거든요. 저는 이분들의 수고와 정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바랐어요. 또 재료 그대로의 맛,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있고, 그걸 선택하는 게 소비자의 몫이라는 롤 모델도 제시하고 싶었어요.”  
 
착한식당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방송 후 몰려드는 사람들 통에 몸살을 앓는 주인들도 있다. 방송으로 쌓인 신뢰 덕에 착한식당의 마케팅효과가 커서다. 아직까지 착한식당을 사칭하는 경우는 없지만 대신 ‘착한~’으로 시작하는 가게들이 부쩍 늘어났다. 착한식당을 찾는 이가 많은 만큼 종종 이곳을 맛집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대하고 찾아갔다가 싱겁고 낯선 맛에 실망감을 표현하는 경우다.
 
“입맛만큼 주관적인 건 없다고 봐요. 자연 식재료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건 그만큼 우리가 MSG에 중독됐다는 반증이죠. 먹거리X파일은 이런 문명을 비판한 거예요.” 
 
먹거리X파일의 시청률이 공중파를 뛰어넘는 파급력을 발휘하자 그는 프로그램 제작을 하는데 다소 조심스러워졌다고 했다. 또 먹거리 프로그램을 맡은 만큼 입맛도 변했다. 마른 멸치에 고추장 찍어먹는 걸 가장 좋아하고 생선구이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 생선구이가 식당에서 첨가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대체로 낮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요즘엔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과 관련한 괴담이 많아서 이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에요. 괴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일본산 농·수산물을 전부 조사하고 있어요. 추석 무렵에 방송될 예정에요.”
먹거리X파일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에 보답하고자 제작진은 지난달 착한 식당 주인들과 시청자들이 한자리에 직접 모이는 ‘착한 먹거리 캠프’를 진행했다. 2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시청자 136명이 함께했다. 이번 ‘착한 먹거리 캠프’에서는 착한식당으로 선정된 주인들과 함께 착한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또 착한 김밥, 부대찌개, 순대, 칼국수, 두부, 빵, 떡, 커피 등이 제공됐다. 인스턴트식품은 일절 반입이 불가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난 만큼 한번쯤 착한 식당 주인들과 시청자들이 만나보는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청자분들은 3000여분이 넘게 신청해주셨어요. 신청하신 분들의 사연과 동기 등을 바탕으로 136명을 선발했죠. 정말 다양한 사연들을 가진 분들이 많으셨어요. 올해 처음으로 해본 행사여서 미흡한 점도 있었지만 참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말 그대로 웰빙과 힐링의 시간이었어요.” 
 
앞으로는 직접 착한 먹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영돈PD. 지금은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천천히 준비 중이라 했다. 착한 먹거리 수호자를 자청한 그가 과연 어떤 먹거리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된다. 
 
“구체적인 건 아직 말씀드리기 곤란하고요. 아마 내년 초 쯤에는 착한 먹거리가 공개되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