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식품 업체의 말만 믿고 제품을 구매해온 소비자들이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농심, 유한양행 등 유명 식품 회사 제품들 대부분이 광고 속 문구를 허위 또는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피해는 올해 상반기에만 300건 가까이 적발됐다. 게다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허위 과대광고 식품도 120여 건이나 됐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그런 광고를 한 적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정승)는 “의학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식품의 경우 허위 과장 광고일 가능성이 높다”며 불량 식품 통합신고센터로 신고해 줄 것을 대대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농심·유한양행·풀무원 등 다수 유명업체 적발
광고는 ‘만병통치약’…적발 되면 “실수일 뿐”
#사례1. A씨는 먹기만 하면 당뇨와 고혈압을 한 방에 완치하고, 암까지 예방한다는 제품 광고에 투병 중인 가족이 생각나 구매를 서둘렀다. 하지만 A씨는 “현재 복용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 이것을 먹으면 더 좋아질까’ 하는 마음에 이용한 업체였다”며 “거액을 주고 산 제품이 알고 보니 의학적인 치료 근거도 없고, 간 기능 이상 등의 부작용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의 진단에 절망감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솜방망이 처벌 대신 강력한 처벌 조치가 필요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례2. B씨는 건강하게 살을 빼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던 중 인터넷을 통해 ‘먹으면서 뺀다’는 글을 보게 됐다. B씨는 “TV에 자주 나오는 연예인들이 모델이고 후기도 많아 의심 없이 다이어트 식품을 구매했지만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3주 이상 제품의 매뉴얼대로 따르고 있지만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B씨는 “구매 후 첫주에는 영양사 등 관계자들의 관리도 철저하더니 이제는 ‘왜 그럴까요?’와 같은 무책임한 말들만 내뱉고 있다”며 “허위광고가 아니냐며 따져도 계속 복용해보라는 말만 하더니 이제는 연락조차 안된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294건의 국내 인터넷 및 신문 등에서 식품에 대한 질병치료 효과 등 허위·과대광고 행위가 적발됐다. 식품 허위·과대광고 적발 건수는 2010년 918건, 2011년 1079건, 2012년 754건 등으로 매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적발된 광고 매체는 인터넷이 73%로 가장 많았고 신문과 인쇄물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식품과 건강 기능식품 광고가 다수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암과 당뇨 등 질병 치료 효능을 표방한 내용이 232건으로 전체의 76%를 차지했다.
이에 식약청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허위 과대광고 식품 120여 건을 적발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관계 당국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
적발된 제품은 농심이 면역력 증진과 기억력 향상 등을 내세운 ‘강글리오 커피’와 유한양행이 간 손상 억제와 항산화 효과를 내세운 숙취해소 음료 ‘내일엔’, 항암효과를 대대적으로 광고한 농협 한삼인의 ‘대보 농축액’ 등이다. 풀무원홀딩스의 녹즙 제품인 ‘위러브양배추앤(&)브로콜리’도 만성위염과 위궤양를 예방하고 항암 작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속여 오다 적발됐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지적된 제품은 관절염 환자에 효능이 있다는 ‘개똥쑥’이다. 농업회사법인천지들이라는 회사는 개똥쑥이 항암제보다 항암 효능이 1만2000배 뛰어나다고 허위 광고를 했으며 신비그룹도 함께 암 환자나 관절염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했다.
남성의 성 기능을 강화한다는 허위광고도 많았다. 짐승맨이라는 회사는 ‘씨알.엑스’를 남성정력전용식품으로 허위·과장 광고를 하다 적발됐다. 건강 기능식품으로 유명한 오메가3, 씨알엑스(골드) 등도 존재했다.
이처럼 ‘질병치료 효과’를 내세운 건강식품 중 일반 식품인데도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효과를 광고하거나 인터넷·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후기·체험담을 통한 간접광고를 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다.
후기 광고에서는 주로 ‘연예인’을 이용한 광고에 소비자들이 쉽게 현혹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방다이어트 전문 K 업체는 ‘김혜선의 365힐링다이어트’라는 연예인 이름을 붙인 제품명을 통해 제품 사용 시 열흘간 10㎏감량이 가능하다며 해외사이트에서 허위·과장 광고를 하다 적발됐다.

솜방망이 처벌 꿈쩍 않는 업체들
현행법상 제품 체험기를 이용한 광고는 불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기 연예인을 동원해 제품 체험기를 홈페이지에 광고하거나 병원 전문의 추천을 받았다는 등 허위 광고한 제품이 소비자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제조업체들은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최대 영업정지 15일, 판매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이 전부인 솜방망이 처벌 밖에 받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업체 측은 오리발 식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강글리오 커피로 문제가 된 농심 측은 “제품을 출시할 때 생소한 성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들을 기자들에게 함께 제공하면서 오해가 생겼다”며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실수로 홈페이지에 잠깐 동안 보도된 기사를 올렸다가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해로 인해 발생된 ‘해프닝’ 정도이지 TV를 비롯한 매체에 광고를 할 때 문제가 된 내용을 언급한 적도 없고 현재 홈페이지에도 글을 내린 상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측의 해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유한양행의 한 관계자는 “현재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허위 광고로 적발이 된 것은 사실이나 홈페이지에 자료를 등재하면서 생긴 절차적인 실수였고, 이를 입증해 행정 처분은 받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임식 식약처 식품관리총괄과장은 “식품을 구입할 때 제품의 표시 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의학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식품의 경우 허위 과장 광고일 가능성이 높고, 발견시에는 불량 식품 통합신고센터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적발된 제품의 명단은 식약처 홈페이지(www.mfds.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식약처는 “앞으로 허위광고 등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에 대해 단속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