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울트라건설 ‘부실시공’ 논란
[현장르포] 울트라건설 ‘부실시공’ 논란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9-09 10:29
  • 승인 2013.09.09 10:29
  • 호수 1010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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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보수 안해주고 추가분양만 ‘눈독’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 불안감을 제공하는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 분양 받은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수원 광교신도시 참누리레이크아파트에서 세탁실 하수관 동파, 배수시설 불량, 외벽 침식 등의 문제가 발생해 입주민들의 불안과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하자보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입주민대표회의(이하 입대위)를 통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울트라건설 측은 보수 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았으며 부실시공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광교신도시 참누리레이크아파트에 2년 동안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 [일요서울]이 직접 찾아가봤다.

단지 곳곳에 침식·동파…안전 사각지대
회사측 “입대위 분양 반대는 월권 행사”

[일요서울]이 찾아간 수원 광교신도시 참누리레이크아파트에는 곳곳에 울트라건설을 향한 불만을 드러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입주민들은 지난달 8일과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수원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입대위는 “울트라건설은 초기 설계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하자보수를 즉각 시행할 것이며, 수원시청은 참누리레이크아파트 A31 블록 전용면적 59㎡ 356가구 추가 분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집회가 있을 동안 울트라건설 측은 제대로 된 보수 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아 입주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울트라건설이 시공한 참누리레이크아파트 단지는 모두 1188가구로 2011년 9월 입주 이후부터 각종 하자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입주민들은 부실시공을 한 울트라건설 뿐 아니라 광교지구단위계획 및 건축심의결과를 무시했음에도 준공 승인을 내준 수원시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기 설계부터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입대위 측은 “세탁실과 에어컨 실외기실을 구분하지 않아 소음이 만만치 않음은 물론 겨울철엔 하수구 배관이 얼고, 수도가 동파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설계도 잘못됐지만 비용을 아끼려고 제대로 자제를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며 “총 10동 중 1~4동은 모두 북향이라 강풍에 햇빛도 들지 않아 입주 전부터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입주 전부터 방한문을 달아달라고 요구했지만 울트라건설 측은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방한문을 달 수 없는 세대가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둘러댔다”고 밝혔다.

입주민들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1월 수원시에 민원을 제기했고, 수원시는 같은 해 두 번에 걸쳐 시정조치를 내린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 하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모든 문제들이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사측은 ‘모르쇠’식 대응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입주민 A씨는 “맨 꼭대기 층에 살고 있는데 비가 올 때마다 물이 새 벽지, 장판 모두 말도 못하게 엉망이 됐다”며 “계단도 부식 돼 부셔졌고 주변 나무들도 다 죽어서 썩고 있는데 울트라건설은 해결해 주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광교신도시 최초 분양 아파트였고, 목돈 들여 이사 왔는데 정말 속상하다”며 “사비 들여서 공사를 해야 된다는 것 보다 건축에 문외한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할지가 더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입대위 측에 대한 불만도 함께 제기했다. B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며 “현관 입구는 외벽이 깨지고 부서져 나가고, 지하 주차장에선 누수가 발생하고…이게 말이 되냐”며 분개했다. 또 “입대위 측도 일을 제대로 진행하는 것 같진 않다”며 “해결된 것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으니 오히려 입대위가 건설사 측을 도와주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결 방안 마련 중이라는 이야기만 떠돈 것이 벌써 1년이 훌쩍 지나면서 일각에서는 “곧 있으면 사측에서 법적인 책임을 물지 않아도 되는 3년 기한이 다가오는데 시간 끌기 작전을 펼치는 것 같다”는 말만 무성히 돌고 있다.

설계 문제없어 협의 마치면 계획서 낼 것

입주민들의 반발이 시청 앞 집회로까지 이어지자 울트라건설은 첫 집회가 열린 지난달 8일 전날 급히 이들을 방문해 “발열판을 달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입대위는 “발열판 하나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거니와 화재의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사측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울트라건설은 수원시와의 회의를 통해 자세한 보수 계획서를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일요서울]이 지난 9일 울트라건설 측에 확인한 결과 계획서는 제출되지 않고 있었다.

울트라건설 측은 “현재 입대위와 함께 협의 단계에 있다”며 “협의부터 이뤄진 후에 계획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로 협의를 이끌어가고 있고, 입주민들의 요청 사항은 당연한 것이지만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표와 다를 수 있다”며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추가분양 반대에 대해서는 “입주민들이 월권 행사를 하려고 드는 것”이라 표현하며 추가 분양 반대 움직임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부분이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최대한’, ‘진행 중’, ‘검토 중’ 이라는 말로 답변하며 상세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초기 설계가 잘못됐다면 처음부터 준공 승인이 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설계엔 문제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현재 사측은 입대위와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지만 보수 계획서 미제출과 집회 진행 이후에는 입주민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들을 떠올릴 때 향후 향방이 맑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테마주로 몸값이 치솟았던 울트라건설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110억 원을 달성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35.6% 상승한 2750억 원을 기록해 50대 건설사 기준으로 매출액 증가율 5위,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최고치로 나타났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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