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까지 거론됐던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 시장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7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줄을 마련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한다는 명목아래 야심차게 출발한 코넥스 시장이 두 달여 만에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넥스 종목 중 일부는 한 달 이상 단 1주도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는 등 심각한 형국마저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선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이르다”는 평가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비관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 0.03% 수준의 거래 금액 ‘심각’
가격형성기능·유동성·홍보 등 문제 지적
지난 4일 코넥스 시장에서는 22개 종목 중 8개 종목이 거래됐지만 거래량은 2만200주, 거래대금은 1억8153만 원에 그쳤다. 이는 전체 시가총액 5429억 원의 0.03%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 2일과 3일에도 거래대금은 각각 8900만 원, 8200만 원으로 1억 원을 하회한 바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자교탁, 전자칠판 등 디지털 강의시스템 제작업체인 비앤에스미디어는 코넥스시장이 개설된 후 42거래일 동안 거래가 성사된 것은 단 2거래일이 전부였다. 총 거래량 역시 3800주로 상장주식 총 수(320만여 주)의 0.12%밖에 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베셀도 사정은 비슷했다. 베셀은 지난달 28일까지 26거래일 연속으로 거래가 전무한 기록이 남아있다. 비앤에스미디어와 베셀 외에도 매연 저감장치 제조사 이엔드디, 의학·치학 전문대학원 과정 온라인학원 피엠디아카데미 등도 거래가 전무하거나 터무니없이 저조했다.
더욱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을 공시한 17개 코넥스 상장사 가운데 작년 실적과 비교가 가능한 기업 8개 중 대주이엔티와 태양기계, 비나텍 세 곳을 제외하면 순이익도 모두 작년 상반기보다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 전체의 활력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비록 코넥스에 상장된 22개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5431억 원(5일 기준)으로 늘어났지만 일일 거래대금은 확연히 늘어나는 모습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장이 활성화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거래 장벽을 허물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는 중이다. 점차 시장이 나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계속되는 침체로 인해 일각에서는 “시장의 가격형성기능이나 유동성은 물론, 기본적인 홍보효과도 부족하기 때문에 코넥스의 전망 자체가 어둡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또 시장의 안정적인 거래안착이 되지 않는 상태에선 코넥스 기업들의 시장가치에 대한 적정성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크게 일고 있다.
아울러 ‘제3 주식시장’ 코넥스 거래량의 부진으로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의견 역시 점점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높은 시장 장벽, 저조한 세재 지원 등의 문제점을 당장 해결해 내기엔 코넥스 상장사들과 정책당국 각자의 입장이 상이하고 또 다른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김창호 코넥스협의회 회장은 이러한 코넥스 시장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요서울]이 김 회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一問一答)이다.
-현재 코넥스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책은?
▲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점을 말한다면 시장 활성화가 더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현재 코넥스 투자는 전문투자기관이나 예탁자산 3억 원 이상인 개인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활성화가 쉽지가 않다. 전반적인 코넥스 회원사 입장에서 봤을 때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개인투자자 예탁금 한도를 낮추는 방안이 첫 번째다. 동시에 그 시기와 인하 수준을 정확히 고려해봐야 한다.
- 개인투자자 예탁금을 낮췄을 때 우려되는 부분은 없는지?
▲ 어떤 정책이든 실행에 옮겼을 땐 항상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공존한다. 정책당국 입장을 생각해보면 코넥스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목표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 또한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3억 원 이하의 예치금을 가진 소액주주들이 시장에 참여를 한다고 가정하면 무분별한 과열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우려가 된다. 또 공시항목이 적고 객관적 기관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코넥스의 특성상 확신을 줘야한다는 전제가 있다.
-또 다른 코넥스 시장의 어려움을 짚어본다면?
▲ 코넥스 기업은 태생적인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공모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창업투자사나 대주주들이 물량을 내놓는 것 외엔 물량 공급이 되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코스닥에 비해 공시기준도 완화돼 있고 의무적인 IR도 없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거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시장이 위축될 기로에 서있는 것을 감안, 순차적 완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중이다.
-코넥스 기업들의 시장가치에 대한 생각은?
▲ 기업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는 의견일 수도 있지만 코넥스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대체로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향후 기업이 코스닥으로 상장 될 경우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들이 매우 깊어 투자자가 매수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이를 내놓는 매도 물량이 부족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 역시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유통주식이 없어 거래가 감소하고 흡수된 물량은 다시 출회되지 않는 과정이 반복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정책당국의 지원은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 일단 시장참여자를 늘려야 한다. 앞서 말한 개인투자자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이 참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벤처캐피탈사는 코넥스에 상장된 회사들에 대해 창업초기부터 투자와 분석을 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벤쳐캐피탈을 시장에 참여시켜 준다면 코넥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향후 협의회의 활동 계획을 말한다면?
▲ 코넥스협의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법인 합동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는 등 코넥스 알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협의회 경영자 교육 일정도 조정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거래소와 협의회가 힘을 모아 어려운 시장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또 제도 개선을 통한 시장 활성화에 나서는 동시에 회장단들이 모여 구체적 사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홍보 부분에 대해서도 기업IR, 홈페이지 개설 등 적극적인 활동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창조경제와 코넥스에 대해 한마디.
▲ 기존 코스피, 코스닥은 진출 문턱이 너무 높다. 또 성장성과 매출, 수익 등 모든 조건이 부합해야 하기 때문에 창조경제라는 틀에는 적합하지가 않다. 창조경제란 아이디어가 중심점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코넥스는 말 그대로 아이디어 중심의 기업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장이다. 코넥스의 성장이 창조경제를 이루는 근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