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전두환·노태우 등 전직대통령의 추징금 납부가 현실화되면서 이들과 함께 고액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납부 소식에 이목이 쏠린다. 두 사람의 추징금이 전직 대통령들보다 많거나 비슷한 23조 원과 2000억 원으로 알려지는데다, 세금 환원이 이뤄지면 현 정부가 실현하는 국세확충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아직 두 사람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고, 이러한 논란 가운데 이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초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들에 대한 추징금 환수 소식이 조만간 들릴 것이란 관측이 많다.
추징금액 전직 대통령보다 더 많아 // 밀린 돈 걷을 경우 국세 늘어날 전망
그러나 1998년 IMF 구제금융사건으로 한국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고, 그로 인한 여파로 부채비율이 600% 이상이었던 대우그룹은 이듬해인 1999년 8월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됐다. 당시 부채는 500억 달러였다. 이에 김 전 회장은 검찰청의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한 후 도피생활을 하다 2005년 6월 14일 국내에 들어와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6년 11월 3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및 사기대출, 횡령 및 국외 재산도피 혐의로 징역형을 구형받았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23조300억 원(김 회장은 17조9253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840억 원만 납부한 채 아직까지도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미납 추징금의 80% 이상에 달하지만 여전히 김 전 회장은 돈이 없어서 못 낸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은 게다가 지난해 초 25년째 장기 임대 중인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 23층 펜트하우스를 비워달라는 소송을 당했을 때도 밀린 병원비 5억 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선용씨가 유령법인을 통해 베트남에 600억 원대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비영리 인터넷언론 뉴스타파는 김씨가 최대주주인 (유)옥포공영이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에 위치한 반트리 골프 클럽(Van Tri Golf Club)의 지분을 2010년 100% 인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반트리 골프장은 김 전 회장이 현재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매일 아침 건강을 위해 라운딩을 하는 곳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타파는 김 전 회장이 지난 1993년 대우그룹 회장 재직시절 해당 골프장 개발 사업권이 ‘노블에셋(noble assets)’이라는 유령회사를 거쳐 아들 선용씨에게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골프장이 김 전 회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도 김주성씨가 운영하는 대우 킨 컨설팅 홈페이지에는 김 전 회장 부인이 베트남에 조경사업을 하면서 총 8500만 달러를 투자한 기록도 나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은 추징금을 내지 않기 위해 국내 최대 로펌을 내세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검찰이 2009년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유령법인 주식 776만주를 압류한 뒤,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처분하자, 김 전 회장은 추징금 시효를 줄이기 위해 관련 공매대금을 추징금 납부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밀린 세금으로 내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김 전 회장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3년이 지나면 추징금 기한이 만료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나 1심은 김 전 회장이 패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장에 제출된 상황이다.
고액체납 2위 징수 가능성 높아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역시 2000억 원 가까운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고작 2억 원 정도만 내고, 서울 강남의 고급빌라에서 살면서 자주 해외여행을 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 전 회장은 1996년 5월부터 1997년 6월까지 미국에 유령회사 ‘스티브영’을 차린 뒤 선하증권 등을 허위로 작성, 국내 4개 은행으로부터 수출금융 등의 명목으로 1억8500여 만 달러를 대출받아 편취하는 과정에서 1억6500여 만 달러를 미국계 은행 등의 예금계좌로 송금,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1999년 2월 중순 검찰에 구속됐다.
결국 이 일로 신동아그룹의 돈줄이던 주력계열사 대한생명은 100% 정부 소유 기업이 됐다. 최 회장이 보유하던 관련 회사 주식은 공적자금 투입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법원은 2006년 7월 최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에 추징금 1574억 원을 확정 판결했고, 9월 최 전 회장은 건강 악화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8·15 광복절 특사로 형 집행이 면제됐다. 더욱이 최 전 회장은 신동아그룹 계열사 신아원의 김종은 전 회장과 함께 1964억 원의 추징금을 추가로 공동 납부해야 한다.
김 전 회장은 최 전 회장이 1996년 국내 4개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8000만 달러 가운데 1억6000만 달러를 미국으로 빼돌리는 과정에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추징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제는 법무부가 전 전 대통령 등 공무원 범죄에만 적용되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을 일반 범죄에도 확대 적용하는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익은닉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파장이 예고된다. 더 이상 돈을 안 내고 버티기엔 무리수가 작용할 전망이다.
이선욱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개정법이 시행되면 추징금 미납자들이 제3자 명의로 은닉해놓은 재산에 대해서도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추징 집행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은닉 재산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기존의 미납 추징금에도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