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는 STS로지스틱스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가 예상됐던 터라 이번 합병으로 증여세 부담을 해소하고, 4세 경영권 초석을 다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지난달 30일 GS그룹 계열사 승산은 STS로지스틱스와 함께 승산레저(골프장 운영업)를 각각 1 대 0.0141990, 0.1863632 비율로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오는 30일이다.
승산그룹은 LG그룹의 공동 창업자 허만정 창업주의 다섯 번째 아들 허완구 회장이 이끄는 부동산임대 레저 전문그룹이다. 문제는 승산 또한 GS그룹의 일감몰아주기가 자행됐던 곳으로 직계가족이 지분구조 100% 보유, 이익잉여금은 2132억 원에 달하는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는 점이다.
이 회사가 주목을 끄는 이유는 현 허용수 GS에너지 부사장의 아들들인 석홍(12) 군과 종훈(9) 군의 보유 주식이 이번 합병을 통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데 있다.
이들은 할아버지 허완구 승산 회장의 증여로 승산레저 지분을 각각 35%와 23.5% 보유, STS로지스틱스의 지분도 각각 30%(1만8000주)·70%(4만2000주)씩 100%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합병을 통해 승산 주식을 각각 5.79%(10만8399주)·4.48%(8만3826주)씩 자연스럽게 확보하면서 주요 주주로 급부상 했다.
이번 합병으로 일감 몰아주기의 주체가 승산으로 바뀌어 증여세 부과 금액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GS의 입장에서는 4세들의 경영권 초석도 다지고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해소가 동시에 가능한 ‘일석이조’의 방법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승산 측은 “마케팅이나 영업차원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조치일 뿐 승계나 일감 몰아주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GS는 이번 합병 외에도 상장사 지분 직접 승계에 대한 세금문제 해결을 위해 비상장사 중심으로 자녀들의 재산을 불려 왔다. 그간 선택된 계열사들의 공통점은 오너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많고, 높은 실적 유지의 이유가 ‘안방’에 있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번 합병 역시 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내부거래 희석용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GS는 지난달 조사된 미성년 주식부자 결과에서도 허 부사장의 두 아들들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진 만큼 GS 家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선(先) 성장, 후(後) 지분승계 구조는 고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가 주식의 100%를 확보하고, 게열사를 통한 내부거래가 매출의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놀랍다”며 “이런 구조는 오너가 자녀들에게 지분을 승계하기 위한 편법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