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찬구 치킨게임에 금호산업 상장폐지로 가나
박삼구-찬구 치킨게임에 금호산업 상장폐지로 가나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9-09 10:11
  • 승인 2013.09.09 10:11
  • 호수 1010
  • 3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에 놓인 금호산업

[일요서울│박수진 기자]금호家가 계속해 시끄럽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계획이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 회장의 딴죽으로 좌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워크아웃 중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기업어음(CP) 출자전환과 박삼구 회장 등 대주주의 경영 책임 이행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결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금호석화가 금호산업의 출자전환이 적합한지에 대한 여부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말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동안 계속돼 온 형제간의 대립이 다시 불거진 양상”이라며 “이들의 갈등으로 인해 채권단이 마련한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금호석화, 공정委에 상호출자 금지 예외 조항 이의 제기
채권단 마련한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계획 차질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이 지난 6월 말 기준 88.6%에 이르면서, 올 연말 완전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상장이 폐지되면 기업 신인도가 추락해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금호산업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중순 채권단 보유 무담보채권 508억 원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 기업어음 790억 원 어치를 출자전환(상호출자)해 자본잠식률을 낮추려고 했다. 출자전환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게 되는 금호산업 지분 13%를 다른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넘겨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금호산업의 신규 순환출자 방안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구조조정 기업의 경우) 채권단에서 결정했다고 해도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 없던) 새 계열사를 등장시켜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채권단은 공정위의 의견을 수렴해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것 등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주가가 내려가는 등 부작용이 눈에 보여 이 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금호산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형제기업인 금호석화가 발목을 잡고 나섰다. 금호석화는 금호산업(30.08%)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12.6%)이다.

지난 5일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최근 공정위에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 중 아시아나항공의 출자전환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 예외조항(대물변제 수령)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공식 질의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가진 대주주인데,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출자전환을 해 금호산업의 13%를 보유하게 되면 서로 지분을 갖게 돼 상호출자를 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냐는 것이다.

상호출자는 상계(相計)인지 대물변제(代物辨濟)인지에 따라 예외규정의 적용 여부가 가려진다. 채무자가 지고 있는 금액을 같은 가치의 물건으로 변제한다는 개념의 대물변제에 해당할 경우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서로 같은 빚을 지고 있을 때 이를 모두 갚는 것으로 처리한다는 상계일 경우 예외 적용에 해당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의 상호출자 금지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즉, 금호석화는 금호산업이 예외규정을 인정받을 수 없는 상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공정위는 금호석화의 질의를 받고 본격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상황이다. 만약 공정위의 판단이 늦어질 경우 이달을 넘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만일 공정위가 금호석화 의견에 동조해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에 대한 출자전환을 상계로 유권해석할 경우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보유 금호산업 CP의 출자전환이 무산될 경우 금호산업과 별도의 자구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원활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출자전환이 불가피한 만큼 이번 정상화 방안이 무난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그룹 전체의 경영 정상화 시기도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며 “금호타이어는 경영 지표가 양호해 워크아웃 조기 졸업을 기대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부진은 일시적일 뿐 현금 유동성이 좋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끝날 줄 모르는 ‘형제의 난’ 

사실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의 대립은 2009년 이후 계속돼 왔다.

2009년 대우건설 매각 등 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들의 대립은 그룹이 쪼개지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2년 뒤인 2011년 4월에는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지면서 형제간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박삼구 회장이 고발한 것으로 의심됐기 때문이다. 한때 그룹의 자랑이었던 ‘형제 경영’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박찬구 회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라며 “누군지는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하는 등 박삼구 회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3월 박찬구 회장은 결국 공정위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제외해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자 금호석화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금호석화는 다시 대법원에 항소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금호’라는 상표 사용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치르기도 했다. 금호산업은 상표권 사용 대가를 내라고 주장한 반면 금호석화는 공동 소유여서 낼 필요가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이에 금호산업은 금호석화와 금호피앤비화학을 상대로 발행했던 CP 110억 원 가운데 58억 원을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상계처리 했고, 금호피앤비화학은 상계처리한 금액 등을 포함해 총 122억 원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금호산업을 상대로 제기했다.

이처럼 이들의 갈등이 계속돼 오자 이번 금호석화가 금호산업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이의를 제기한 것 역시 그동안 이러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