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연 2%대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사모투자펀드(PEF)다. 얼마 전만 해도 투기의 대명사로 불리던 사모펀드가 이제는 고액투자자를 위한 맞춤형 설계 투자상품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있다.
고액투자자 위한 맞춤형 설계…“어디 나도 한 번?”
‘솔깃’과 ‘멈칫’ 사이…향후 수반될 리스크 따져 봐야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주식, 경영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금 모집과 운용을 사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모펀드가 다수의 소액을 모으는 것에 반해 사모펀드는 50인 미만으로 한정한 소수의 거액을 받는다.
반면 투자대상이나 비율 등 운용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 주식이나 채권 외에도 다양한 실물자산이나 파생상품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모펀드의 경우에는 한 종목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비율이 정해져 있으나 사모펀드는 상관없이 가능하다.
사실 사모펀드 하면 아직까지도 외국계 투기자본의 대명사인 미국 론스타나 국내 토종인 MBK파트너스 등 대표적인 거물 펀드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사모펀드는 국내만 해도 지난 6월 말 기준 총 7064개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설정액도 141조 원으로 공모펀드의 201조 원을 추격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와서는 큰손으로 불리는 거부들을 비롯해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자산가들이 사모펀드에 관심을 보이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지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의 상품 출시도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미 강남 일대의 증권사 PB센터에서는 “사모펀드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다.
상품 종류도 주식ㆍ채권ㆍ혼합형부터 사모형 주가연계증권(ELS)ㆍ파생결합증권(DLS) 등 파생금융상품과 채권, 원자재,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상반기에는 코스닥 기업공개(IPO)와 맞물린 상품이 대거 등장했고, 하반기 들어서는 금과 석유 등을 기초로 한 상품들이 주목받았다.
공모형 지고 사모형 뜬다
인기는 불어난 설정액에서 증명됐다. 금융투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사모펀드에 신규로 유입된 자금은 1~2월에만 8조 원을 웃돈다. 그중 사모형 ELS로 들어온 자금은 1월에만 2조5848억 원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사모3153’은 1년 만에 22.8%의 수익률을 올렸고 ‘KBSTAR사모111’은 같은 기간 20%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조기상환됐다.
또한 사모 주식형 펀드에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1조1080억 원이 유입됐으며 사모 채권형 펀드도 1조1190억 원이 늘어났다. 그러나 공모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1조5000억 원이 빠져나갔다. 공모형의 경우 지난해 6조5000억 원이 줄어든 것까지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의 순유출이다.
수익률 역시 사모형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모형 ELS는 지난해 10%를 웃도는 수익률을 거뒀다. 사모형 공모주펀드의 경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모형과 공모형을 함께 운용한 11개 운용사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사모형의 수익률이 공모형보다 높았다. 또 지난 7년간 사모형의 기대수익률 범위는 6.5~8.7% 수준이었으나 공모형은 4.6%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로 전환돼 출시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원펀드였을 때 성과를 입증한 후 투자자 수는 늘리고 최소 투자금액은 줄여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되는 형태다. 일례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글로벌오퍼튜니티’의 경우 사모펀드에서 공모펀드로 바뀌자 출시 직후 3개월 만에 478억 원을 끌어 모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예전에 비해 진입 문턱은 상당히 낮아졌다. 초기에는 최소 투자금액이 잠정적으로 수억 원대였으나 지금은 1000만~2000만 원에 시작할 수 있는 상품들까지 나왔다. 이로 인해 이름만 ‘사모’를 달고 나온 ‘무늬만 사모펀드’라는 지적도 불거졌다.
주의할 점은 사모펀드의 경우 가입 전 투자자의 개별 확인이 필수라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보고서를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상품 구조에 대한 리스크를 확인해야만 한다. 또 대부분 단위형이나 폐쇄형으로 계약 기간까지는 자금을 묻어둬야 하는 등 환금성도 문제다. 계약이 끝났을 때 투자원금과 약정이자를 제대로 회수할 수 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정작 위험성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공모펀드와는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가입 전 이를 비교하는 현명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