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진격의 거인’으로 돌아오다
김무성 ‘진격의 거인’으로 돌아오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3-09-09 09:40
  • 승인 2013.09.09 09:40
  • 호수 1010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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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고문 축사도중 퇴장…당권 경쟁자 의식?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기세가 무섭다. 최근 당내 김 의원이 만든 연구모임에 현직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까지 합쳐 122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김 의원측은 ‘공부모임’이라고 정치적 해석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당안팎에선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신호탄을 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연찬회후 가진 술좌석에서 청와대 수석을 하대해 눈총을 받았다. 친분을 과시하려는 행동이었지만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던진 말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정중동 행보를 보이던 김 의원은 바야흐로 ‘실세’ 김무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의원 연찬회서 “민봉아 이리와” 힘 과시
- 당내 122명 최대 공부 모임 ‘수장’ 맡기도

▲ 정대웅 기자photo@ilyoseoul.co.kr
김무성 의원이 ‘진격의 거인’으로 돌아왔다. 그 기운은 지난 8월 29, 30일 이틀간 벌어진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장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29일 저녁 동료의원, 당직자, 기자들과 술좌석을 가졌다. 연찬회장에는 청와대 유민봉 국정기획 수석, 박준우 정무수석,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청와대 및 정부 고위관계자도 참석했다. 이 술좌석에서 술기운이 오른 김 의원은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유 수석을 발견하고 “민봉아 이리와”라고 크게 외쳤다. 이미 김 의원은 고위 당직을 맡고 있는 두 인사를 자기 테이블로 부른 이후였다. 갑작스런 김 의원의 고성에 좌중은 일순간 침묵했다.

부산사나이 특유 ‘친분’ 과시 의도적?
김 의원은 ‘부산 사나이’ 특유의 술좌석에서 친분을 과시한 행동이지만 유 수석은 당혹스런 모습으로 다가왔다. 김 의원이 유 수석에 비해 연배나 경력에 있어 훨씬 선배지만 유 수석의 얼굴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미 김 의원 옆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고위 당직자, 기자들이 다 몰려 있었다. 하지만 유 수석은 김 의원 옆 좌석에 앉아 술잔을 주고받아야만 했다. 이후 둘의 술자리는 화기애애하게 끝났지만 이런저런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김 의원의 경우 차기 당권 주자에다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다. 또한 청와대가 그동안 청와대나 정부 핵심 각료 인사에 있어 당을 홀대한다는 성토가 있어왔고 그 중심에 유 수석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유 수석은 청와대에서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정치권 출신 청와대 근무자)보다는 늘공(늘 공무원으로 정부기관에서 파견된 근무자)을 선호해 당과 캠프에서 일했던 인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대표적인 인사다. 유 수석의 이런 성향으로 청와대 명함의 잉크도 마르기전 청와대 모 비서관이 자진사퇴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결국 술좌석에 참석한 인사들은 김 의원이 술 기운을 빌려 당내 자신의 위상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청와대가 당을 무시하는 그동안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위한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였겠느냐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김 의원측에선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 의원측에선 “김 의원이 부산 영도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기간 내내 술자리를 가져 몸이 많이 상했다”며 “예전처럼 술에 강하지도 않고 금방 술에 취해서 한 말”이라고 술자리 해프닝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거침없는 행동은 지난 4일에도 벌어졌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로 국회가 하루종일 어수선했던 이날 김 의원은 자신이 좌장을 맡고 있는 연구모임을 출범시켰다. ‘근현대사 역사교실’이라는 연구모임을 발족시키며 특강을 국회 의원회관 내 세미나실에서 가졌다. 이 모임에는 여당 전체 국회의원 153명중 3분2가 넘는 104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원외 당협위원장(18명)까지 포함할 경우 122명 규모로 당내 최대 모임으로 부상했다.

당내 최대 MS 계파 모임 결성
이날 오전 7시반에 시작한 행사에 참석한 현직 국회의원만도 56명이었고 당협위원장도 12명이나 참석했다. 행사장에는 100여명이 넘게 자리를 잡았다. 이주영, 정병국 등 4선 중진의원을 비롯해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일호, 민현주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까지 참석해 성황리에 치러졌다.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에는 행사후 김 의원과 사진을 함께 찍었고 통상 얼굴만 비추고 나가는 게 현직 국회의원이지만 이날은 참석자 대부분이 초청 강연을 듣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 최대 연구모임이 김 의원의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전초 기지처럼 비쳤다. 청와대와 경쟁자측에선 곱지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즉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도 안됐는데 김 의원이 당내 최대 사조직을 만들어 세를 과시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를 감안한 듯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순전히 역사 공부를 하기위해 만든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러나 이어 “내가 그동안 자중자애했지만, 이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혀 본격적으로 정치전면에 나설 것임을 선포했다.

김 의원의 연이은 ‘진격’에 경쟁자들도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막강한 당권 경쟁자인 서청원 새누리당 고문도 한달여 만에 침묵을 깨고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이다. 서 고문은 지난 3일 국회 해병대전우회가 주최한 이우현 의원 회장 취임식장에 나타났다. 서 고문은 10월 재보선 출마를 사실상 결심한 상황이고 국회에 입성할 경우 김 의원을 위협할 수 있는 친박계 핵심 원로인사다.

이 자리에서 서 고문은 10월 재보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에서 얘기하면 모르겠으나…”라며 출마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아직 대법원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 여부를 밝히는 것은 후배 정치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나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최근 서 고문은 10월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홍문종 사무총장과 회동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출마를 결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날 역시 김 의원도 해병대 전우회 회장 이·취임식장에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 의원은 서청원 고문 축사도중에 행사장을 빠져나가 두 사람의 조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행사장 참석자 다수가 서청원 고문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기도 했지만 축사 도중 나간 김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축사 도중 나가는 것 예의가 아니다” 불만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한 해병대 출신 당직자는 “일정이 있어서 김 의원이 일어섰겠지만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며 “그리고 축사 도중 나가는 것은 원로 정치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사실상 김 의원이 잠재적 당권 경쟁자인 서 고문을 의식해 행사장을 바삐 빠져나간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또한 차기 당권을 노리는 김문수 도지사측 역시 두 인사의 본격적인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양친박 사이에 유일한 친이계인 김 지사로선 내년 6월이후 정기전당대회를 치르자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바야흐로 여권은 김 의원의 ‘진격의 거인’처럼 보이는 광폭행보에 정치적 해석을 붙이며 박 대통령 이후 최대의 당내 세를 과시하며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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