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시키면서 재계의 눈이 동부그룹을 향하고 있다. 현재 동부건설의 상반기 누적 적자는 1245억 원까지 치달았으며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600%를 향해 달리고 있다. 당장 이달과 오는 11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320억 원을 갚기에도 빠듯한 동부건설의 자금사정을 들여다봤다.
신용등급 하향에 적자 이어져…하반기 추가 손실 가능성
동부익스프레스 지분ㆍ아스테리움 서울 매각 지연에 한숨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 나이스(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동부건설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전격 하향했다. 단기 신용등급 역시 ‘A3’에서 ‘A3-’로 내렸다. 앞서도 한기평은 지난 4월 동부건설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신평사들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는 자구계획을 추진했으나 매각이 늦어지면서 유동성에 차질을 빚었다. 동부건설의 지난 2분기 말 총 차입금은 9400억 원을 웃돌며 자기자본의 2.8배를 넘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같은 분기 영업손실은 165억 원에 달했으며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576%까지 치솟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PF 사업장 손실 등 영업실적 날로 저하
상반기에 발생한 비용들도 동부건설의 영업실적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 했다. 동부건설의 주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인 김포 풍무지구의 분양가가 내려가면서 미래손실이 영업실적에 반영된 것이다. 같은 성격의 PF 사업장인 인천 귤현지구도 나란히 사업손실로 기록됐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의하면 김포 풍무지구의 계약률은 바닥을 치는 수준이다. 이미 김포 일대의 주택은 과잉공급 수준으로 동부건설 역시 굴욕적인 계약률을 맛보고 있다. 공동 사업자인 대우건설도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동부건설과 대우건설이 해당 사업장을 위한 대출에 쏟는 이자는 매년 450억 원가량이다. 대출원금은 사업 초기 3500억 원이었으나 지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8000억 원을 넘겼다는 후문이다.
결국 동부건설은 풍무지구와 관련해 300억여 원을 올해 상반기 손실처리했다. 앞서 2011년 680억 원의 충당금까지 합하면 1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풍무지구의 분양가도 3.3㎡당 1000만 원 이상이던 것을 970만 원으로 떨어뜨려 재책정했다. 그럼에도 한번 떨어진 분양률은 올라갈 기세를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입주가 끝난 인천 귤현지구의 미분양분도 심각하다. 귤현지구의 미분양을 손실로 계산하면 1670억 원어치다. 급기야 동부건설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귤현지구의 계양 센트레빌을 ‘직접 전세’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김포 풍무지구의 초기 분양률이 낮을 뿐 아니라 입주가 마무리된 인천 귤현지구의 미분양분도 문제”라며 “관련 공사비 선투입 부담과 추가 손실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한 지난해 흑석6구역 등 주택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고 남양주 도농지구 등의 원가율이 100%를 초과하면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김포 풍무지구와 인천 귤현지구에서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짐작했으나 그 수준이 예상보다 컸다”면서 “이외에도 소규모 손실들이 생각보다 많아 이와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이달 만기 회사채 700억…11월에도 420억 도래
동부건설의 자금 일정이 엉키면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매각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오피스빌딩 매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두 매각이 계속 지연되면서 차입금 부담도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은 4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실사를 진행한 후 본계약을 체결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현재 동부건설이 보유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은 50.1%다. 지난해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49.9%를 인수한 가이아디벡스도 동반매도권을 행사해 전체 지분 100%가 모두 팔릴 예정이다. 동부그룹은 지분 100%를 매각하더라도 경영권 유지를 원하고 있으며 예상 매각가격을 3000억~35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자금 마련의 또 다른 축인 동자동 오피스 매각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주상복합단지인 ‘아스테리움 서울’로 지난 1월 준공됐다.
아스테리움 서울 매각은 이미 칸서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지만 이달 안에 본계약이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매각 주체이자 시행사인 동자동제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일부 면적에 대한 등기를 누락했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이 아스테리움 서울에서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약 2400억~2800억 원가량이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동부건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특히 이달 만기인 회사채 700억 원과 동부발전당진 지분 출자에 들어가는 900억 원을 조달하는 것이 문제다. 오는 11월에도 회사채 420억 원이 만기 도래한다.
동부건설 측은 회사채 만기 전에 아스테리움 서울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추세다. 만약 매각이 연기되면 담보차입으로 현금을 마련하거나 회사채를 차환발행하는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신평사 관계자는 “계획됐던 동자4구역 오피스 매각이 지연되면서 차입금 부담도 줄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스테리움 서울 등의 매각 일정이 바뀌면 담보차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동부건설 관계자는 “차환발행에 대해 검토한 바 있지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하반기 현금흐름을 볼 때 자체 상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