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포스트 박지성 입증 홍명보호 해결사로 급부상
김보경, 포스트 박지성 입증 홍명보호 해결사로 급부상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9-02 14:18
  • 승인 2013.09.02 14:18
  • 호수 1009
  • 5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챔피언(2부)리그에 머물러 있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보경(24)이 프리미어 리그 승격 후 더욱 폭발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EPL 유망주로 급부상했다. 박지성도 국가대표 은퇴 기자회견을 하면서 제2의 박지성으로 지목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과 기량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 <뉴시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EPL)로 승격한 카디프시티는 지난달 26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홈경기에서 프레이저 캠벨(25)이 넣은 2골과 아론 군나르손(24)의 활약으로 3-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웨스트햄과의 개막전에서 0-2로 패했던 카디프시티에게 1962년 이후 1부 리그에서 첫 승과 첫 골을 올리는 감격의 무대였다. 더욱이 이날 상대가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맨시티여서 현지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김보경은 89분간을 그라운드를 누비며 역전승의 물꼬를 텄다. 비록 득점이나 도움을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날카로운 패스와 드리블 돌파를 두루 선보이며 카디프시티의 공격을 이끌었다.

특히 0-1로 뒤진 후반 15분 김보경의 현란한 드리블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가벼운 상체 동작만으로 맨시티 수비 3명을 순식간에 제치고 올린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는 군나르손에게 연결되면서 골로 이어 졌다.

상대팀 야야 투레(30), 페르난지뉴(28), 가엘 클리쉬(28) 등은 각각 446억 원, 476억 원, 238억 원에 달하는 몸값을 자랑했지만 이적료 44억 원에 불과한 김보경에게 모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김보경은 또 후반 33분에도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아 몸을 180도 돌려 야야 투레를 제쳤다. 이 과정에서 야야 투레는 태클을 시도하다가 넘어져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후반 44분 교체 아웃된 김보경은 2만 여명의 홈 팬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44억 김보경
7000억 몸값 맨시티 혼쭐

김보경은 이날 동점골 상황 외에도 주로 상대 진영에서 활동하고도 91%라는 놀라운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양 팀 공격진영에서 뛴 선수 중 크레이그 벨라미(카디프시티·91%)와 헤수스 나바스(맨시티·92%)에 이어 가장 놓은 패스 성공률이었다.

김보경의 경기를 지켜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35)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내가 말했잖아 김보경 대단하다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익스프레스’는 “김보경은 설계자였다”는 짧은 설명으로 맨시티 수비를 단숨에 무너뜨린 카디프시티의 동점골 상황을 전했다.

또 스포츠 전문사이트 ‘스카이스포츠’는 “김보경이 이 수준(프리미어리그)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 평점 7점을 부여했다. 이 점수는 이날 뛴 카디프시티 선수 14중 5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처럼 EPL무대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매경기 실력과 성실함으로 대처하고 김보경은 제2의 박지성이라고 불릴 만큼 안정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지난해 7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J리그(셀레소 오사카)에서 챔피언십 리그로 깜짝 이적하면서 잉글랜드 프로축구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한 단계식 올라가 상위리그로 가겠다는 포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EPL을 노크할 수 있었지만 한 수 아래인 카디프시티를 택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한 시즌 만에 승승장구의 열쇠가 됐다. 지난 시즌 김보경은 카디프시티에서 좌우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등을 고루 소화하며 EPL 승격을 주도했다. 이미 웨일스 지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어 올해 프리시즌에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2골 2도움)를 기록하며 완벽한 적응력을 과시하는 등 안착에 성공했다.

더욱이 이번 경기로 김보경에 대한 현지 언론들의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현재 EPL에서 가장 뜨거운 아시아선수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일본특급’ 카가와 신지와 김보경을 손꼽는다. 카가와 신지는 박지성이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떠나면서 생긴 맨유 스쿼드의 공백을 채운 대체자로 맨유의 프리미엄을 입으며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 베스트11이나 제1의 옵션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어 박지성 정도의 인상을 남기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보경이 카디프시티가 ‘거함’ 맨시티를 잡는 일등공신이 되면서 영국현지에서 ‘김보경=박지성’이라는 등식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명보호 승선
해결사 역할 기대

▲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 회의실에서 홍명보호 3기 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김보경이 팀 공격의 조율사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홍명보 축구대표팀 A매치 감독에게 해결사가 될지를 놓고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27일 9월에 열릴 아이티, 크로아티아 친선경기를 앞두고 25명의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7명이 포함돼 있었다.

김보경 역시 이번 홍명보호에 승선했다. 아직 김보경의 포지션은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소속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했고 대표팀에서는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등 미드필더 전 지역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홍 감독도 “김보경은 공격의 어느 포지션이든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앞으로 훈련을 통해 어느 포지션이 가장 잘 맞는지, 전술적으로 어느 포지션이 가장 되는지 테스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보경이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어 주전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왼쪽 측면 미드필더 한 자리를 두고 손흥민, 김보경, 이근호, 윤일록이 가세해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함부르크SV에서 33경기에 출전해 12골을 넣으며 유럽파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에 홍 감독은 그간 별 인연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이 팀에 합류해 얼마만큼 도움이 되고 자신의 기량을 얼마나 발휘할지는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말로 기회를 줬다. 또 최근 독일 출장 이후 손흥민을 미드필더로 분류해 측면에서 활용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보경도 손흥민에게 밀리지 않는 상황이다. EPL에서 맹활약하며 ‘빅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홍 감독 지휘 하에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한 점도 강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홍 감독은 이미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낙점하면서 김보경을 측면으로 돌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김보경은 이번 홍명보호 3기에서 EPL 그라운드를 호령하는 실력과 성실함으로 축구대표팀에서도 골 가뭄의 물꼬를 터주는 단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