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는 듯한 무더위와 열대야가 한풀 꺾여서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는 계절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을 자고 일어나서도 피로감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수면장애나 호흡장애를 생각해 봐야한다.
수면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이갈이와 코골이가 있다. 특히 이갈이와 코골이는 가족이나 함께 생활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본인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조기에 치료해야만 한다.
턱관절 장애와 구강 안면 동통이 원인인 이갈이는 잠자는 동안 무의식 상태에서 행해지는 운동장애나 수면장애의 한 형태다. 한마디로 주간이나 야간에 치아를 세게 물거나 가는 행위다. 이갈이는 손톱·입술 깨물기, 껌 오래 씹기, 혀·턱 내밀기, 한쪽으로만 씹기 등 구강 악습관들과 함께 치아를 병적으로 마모시키고 씹는 근육에 이상을 초래해 음식물을 씹을 때 불편을 야기한다.
이갈이는 스트레스와 수면장애가 주된 원인이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오랫동안 이갈이의 원인 또는 이갈이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왔다. 이를 가는 사람은 이를 갈지 않는 사람보다 일상에서의 스트레스 경험치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갈이는 잠자는 동안 반복해서 나타나는 저작근의 활성화가 깊은 수면 단계에서 낮은 수면 단계로 이동할 때 생기는 생리적인 변화와 관련이 있어 깊은 수면을 방해하는 원인이 된다.
이갈이는 30~40대까지 높은 빈도를 보이다가 연령이 증가하면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갈 때의 힘은 무의식 상태에서 작용하는 힘으로 보통 씹는 힘에 비해 몇 배나 강하여 치아, 잇몸, 턱관절과 턱 주위 근육 등 인체 기관들이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기도 한다. 특히 이를 갈 때 수평 방향으로 힘이 작용하는 현상은 보호성 반사작용이 낮은 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므로 구강 등 여러 조직에 병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이갈이는 치아를 전체적으로 닳게 해 시린 증상과 치아 신경에 손상을 주어 염증을 일으킨다. 치아 또는 틀니를 부러뜨리거나 잇몸조직의 손상, 치아의 흔들림, 턱관절 장애 증상 등을 유발시키거나 악화시킨다. 따라서 잠에서 깼을 때 근육 ‘턱관절’ 치아의 피로감이나 통증, 씹는 근육이 아프거나 비대해지고 볼의 점막이나 혀에 치아 자국이 찍히는 경우, 치아의 심한 마모나 흔들림 또는 치아의 깨짐, 두통 등이 있으면 즉시 치과에서 검진을 받아야만 한다.
이갈이 치료를 위해서는 치과에서 정교하게 만든 치아 보호용 교합장치를 수면 시에 끼고 잠을 자야한다. 또 씹을 때 사용하는 근육에 보톡스를 주사해서 근육의 힘을 약화시키고 긴장성 두통도 완화시키는 방법이 병행되면 좋다.
수면·호흡장애의 원인인 코골이 역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의 절반 이상과 폐경기 이후 여성의 40% 정도가 코를 고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골이는 상부 기도가 부분적으로 좁아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코골이가 심해지면 상부 기도를 완전히 막아버리는 폐쇄성 무호흡증이 동반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폐쇄성 무호흡증은 수면 중 산소량 섭취 저하와 교감신경계 활성의 증가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심장이나 폐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 고혈압, 부정맥, 심장마비, 발작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코골이와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의 또 다른 문제점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수면 중에 자주 깨기 때문에 아침에 개운하지가 않고 낮 동안 심한 졸음을 느끼게 된다. 특히 성장기 아동이 코를 심하게 골면 수면 장애로 인해 인지능력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따라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자녀의 수면상태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코골이의 치료법에는 구강 인두 수술과 양압 장치, 구강 장치 등이 있다. 이 중 양압 장치가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용상의 불편함 때문에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구강 인두 수술은 환자에 따라서 효과가 다르고 수술 후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또 수술 후에 구강 장치를 사용해야 그 효과가 높으므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에 비해 구강 장치는 사용이 간편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고 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편이다. 더욱이 구강 장치는 턱관절의 상관관계 등을 고려해 치과에서 정교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가장 적다.
무엇보다 코골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 음주의 절제, 금연, 옆으로 누워 자기 등의 자가 행동 요법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도움말=김재호치과 김재호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