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여성기업 지원법 겨냥한 ‘여장’ 기업이 늘고 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최근 재계에선 가짜 여성대표를 내세운 이른 바 ‘짝퉁’ 여성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 7월 통과된 여성기업지원법 개정안으로 그동안 권고사항이었던 공공기관의 여성기업 제품 구매가 의무사항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이 여성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되고 이를 노린 회사들은 여성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혜택을 받기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위장 여성기업이 난립하고 있는 실태를 파헤쳐봤다.
중소기업청·여성경제인협회 현장실사 비상
올 상반기만 291개사 적발 지난해 비해 두 배 ↑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여성기업확인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여성경제인협회(회장 이민재)의 실무자가 한 여성기업 사업장을 방문한다. 실제 소유자는 남성이지만 대표 명의를 여성으로 속이는 위장 여성기업을 적발하기 위해 현장 실사에 나선 자리다. 이 자리에서 실무자는 대표와 함께 면담을 진행하지만 회사 대표로 나선 여성은 사업장 존재 여부도, 심지어 본인의 회사 사업영역조차 대답을 하지 못한다. 결국 명의만 빌려준 ‘바지사장’임이 곧바로 들통 나버린 것이다.
이처럼 꼼수를 부리다 적발된 기업만 올 상반기 기준, 291개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2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성기업 확인서 발급을 신청한 2605개 기업 가운데 11.2%인 291개 기업이 여성기업이 아닌 것으로 확인돼 신청이 반려됐다. 지난해에는 2968개 기업이 여성기업 확인을 신청해 374개가 반려된 바 있다. 현재 추세로는 올해 신청·반려 건수가 각각 5000, 500여 개까지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을까. 이는 내년부터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으로부터 조달하는 물품·용역 구매총액의 일정 비율(물품·용역 5%, 공사 3%)을 여성기업 제품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여성기업 제품에 대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확대를 위한 법률 및 시행령(여성기업지원법)을 개정, 공공기관의 여성기업제품 구매를 의무화했다. 이로 인해 중기청과 여성경제인협회를 속이고 우선구매 혜택을 받기 위한 꼼수로 각 기업들에서 ‘여성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세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기업 자격으로 공공기관 조달에 참여하기 위해선 중기청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동시에 여성경제인협회로부터 여성기업 확인판정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성기업지원법은 여성이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회사대표(공동대표일 때 소유지분이 남성보다 여성이 많아야 인정)로 등기된 기업을 여성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여성경제인협회가 신청 기업에 대해 하루 평균 4곳 이상 현장실사에 나서고 있음에도 신청 기업이 많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경제인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여성기업 확인신청 기업이 쭉 늘고 있는 추세”라며 “여성기업에 주어지는 가산점 0.5점이 공공기관 입찰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여성기업 지원법 개정을 통해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얌체회사가 등장한다”고 여성 위장기업 난립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 291개 기업을 반려한 상태고 계속해서 실사를 벌여 철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사와 관련해선 “면담 문항이 공개되면 또 다시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어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실제 대표가 아닌 이들은 경영자로서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반려된 기업은 재신청이 일정기간 불가할 뿐, 그 외에는 어떠한 페널티도 부과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중기청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목표는 74조2000억 원으로 이 중 여성기업제품 구매목표는 지난해 3조4100억 원에서 15.7% 증가한 3조9400억 원으로 조사됐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