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호 복귀한 채형석 총괄부회장
AK호 복귀한 채형석 총괄부회장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9-02 09:55
  • 승인 2013.09.02 09:55
  • 호수 1009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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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구원 투수…유통 도약 발판 되나?

비리 혐의로 구속 후 동생들의 공격경영과 건강악화설에 시달려
AK플라자 대출약정 비율 미달…대주단 ‘대출금 회수’ 가능성 시사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경영일선에 복귀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의 경영성적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애경그룹이 2007년 인수한 AK플라자(구 삼성플라자)의 영업실적 악화로 대주단과 체결했던 대출약정을 위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또 다시 성장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채 총괄부회장의 건강악화설과 동생간 후계구도 경쟁설이 주목받으면서 애경의 앞날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채 총괄부회장은 장영신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3월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AK S&D의 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AK S&D는 AK홀딩스의 유통 관련 계열사로 애경그룹의 백화점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AK  S&D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AK플라자의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2007년 그룹 총 자산 1조7000억 원의 28%에 달하는 약 4700억 원을 투입해 삼성플라자를 인수했다. 

당시 애경은 삼성플라자 인수를 위해 3300억 원은 금융권에서 빌렸고 나머지는 재무적 투자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를 통해 충당했다. 인수 후 사명도 AK플라자로 변경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그동안 누리던 ‘삼성’브랜드 효과가 사라지면서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AK플라자를 운영하는 AK S&D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9.5%에서 2012년 1.6%로 6분의 1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엔 부채가 늘어나면서 자본금에도 손을 대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이에 AK S&D는 지난해 3월 인수 금융을 약 2400억 원가량을 재대출하면서 대주단(산업은행·우리은행·농협)과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대출약정 조건은 이자보상배율 1.5배 이상, 부채비율 250% 이하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대주단은 즉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재무적 투자자이던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유상감자를 통해 1248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해갔고, 영업 악화까지 겹치면서 AK S&D의 부채비율은 급등해 지난해 말 기준 323%로 올라갔다. 이자보상배율도 0.93배로 떨어졌다. 결국 대주단과 체결한 대출약정(이자보상배율 1.5배 이상·부채비율 250% 이하)을 위반하게 된 것이다.

또한 AK S&D는 채 총괄부회장 등 최대주주와 AK홀딩스, 애경유지공업으로부터 지난해 8월 말 기준 총 3964억 원의 지급보증을 제공받고 있다. 그 중 애경유지공업이 제공하는 금액은 1124억 원이다.
문제는 애경유지공업의 재무 상황도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애경유지공업은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그룹 내 알짜 회사인 애경산업의 지분 74.4%를 가지고 있지만 부동산개발 부문에서 나는 손실 때문에 2011년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애경유지공업은 2005년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부동산프로젝트금융회사 애경PFV1을 만들었다. 2008년 1600억 원에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 근처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을 시작했으나 착공이 지연돼 해마다 순손실을 기록해 왔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23억 원, 490억 원, 332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경산업, 제주항공, AM플러스자산 등 수익성이 좋은 계열사들이 있어 그룹 전반적인 성장성은 나쁘지 않지만 유통 부문 실적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언론을 통해 그의 건강악화설이 조명되면서 그의 신변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대외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 총괄부회장은 지난 연말께 사고로 인한 외상과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게 애경 안팎의 전언이다.

애경산업·제주항공 등 일부 계열사 수익성 좋아
채 총괄부회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2008년 5월이다. 당시 그룹 부동산 자산개발회사 설립 관련 기자간담회를 끝으로 햇수로 4년 넘게 두문불출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해 12월, 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됐다가 풀려나는 일련의 과정도 외부 노출을 자제하는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있다.
채 총괄부회장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그룹 경영에도 지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동시에 동생들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설도 주목받는다.

이미 동생 채동욱 부회장과 장녀 채은정 부사장의 행보가 부담이 될 만큼 약진 중이다. 특히 과거 대외활동이 전무했던 채동욱 부회장은 2009년 형의 구속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애경의 성장 동력을 유통부문으로 제시하고 2013년까지 유통 부문의 매출을 3조8000억 원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어 지난해 4월 분담 삼성플라자 인수 기자회견에서도 고용보장에 관한 삼성플라자 직원들의 불안 심리를 말끔히 해소해줘 안팎으로 신뢰를 쌓고 있다.

장녀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그녀의 남편 안용찬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안 부회장은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거치며 2007년 네오팜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리고 2009년 8월 이전까지 13.57%에 불과하던 자신의 네오팜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등 열정을 쏟았다. 또한 보습제 위주의 사업으로 영위하던 네오팜을 제약업체로 거듭나도록 힘써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게끔 만들었다.
더불어 채은정 부회장과 안용찬 부회장의 작품인 제주항공의 실적이 눈부시다는 점도 이들의 입지를 키워주고 있다. 이 때문에 동종업계 주변에선 애경의 후계구도를 '럭비공'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크다. 가족 간 싸움으로 비화될 수 있는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애경 관계자는 AK플라자 관련 논란에 대해 “이자보상배율 등의 경우 영업이익과 관련이 있는데 현재 업무 현황이 좋지 않아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업무 현황이 개선되면 이익을 늘리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연말까지는 대출약정 기준을 맞출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아니다”며 “AK S&D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수익이 잘 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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