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눈총 받는 대성에너지
대구에서 눈총 받는 대성에너지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9-02 09:53
  • 승인 2013.09.02 09:53
  • 호수 1009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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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대납 파문…전국으로 퍼지나

세계육상 광고비·브랜드 사용료·사측 기부금  전가
대성 “국가 산정기준 준수했을 뿐, 오해 풀렸으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성그룹(회장 김영훈) 계열사 대성에너지의 기부금 대납 파문이 확산일로에 있다. 사측의 해명이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겪이 되면서 대구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대성에너지로부터 가스를 공급받는 주변 자치단체들의 불만들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대성에너지가 기부금 대납은 ‘국가 산정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이번 파문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지난달 17일 산업자원부가 가스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상황에서 기부금 대납 의혹이 불거져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게다가 현 정부가 서민물가 잡기에 나선 상황이고, 김 회장의 여동생이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함께 일한 김성주 선대위원장으로 알려지면서 특징주로 분류됐던 만큼 주가의 악영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파문은 대구에서 촉발됐다. 대성에너지의 본사가 대구에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대구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인 김원구 의원은 지난달 16일 “대성에너지가 최근 5년간 기부한 17억여 원을 도시가스 공급요금에 포함시켜왔다”며 “(사측이 내야 할) 기부금을 도시가스 원가에 포함시켜 고객인 시민들에게 부담을 지웠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성에너지가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한 기부금 액수는 2009년 2억 원, 2010년 1억4000만 원, 2011년 4억6000만 원, 2012년 6억2000만 원, 2013년 3억2000만 원 등이다.

가스 공급지역 소비자들 ‘울분’
또 이 기간에 매년 접대비 명목으로 지출한 1억~3억 원 정도의 돈도 기부금에 반영했다. 여기에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비에 투입된 3억 원도 가스요금에 반영시켜 줄 것을 요구해 이 가운데 2억 원가량을 관철시켰다.
김 의원은 “대성에너지가 어디에, 얼마나 기부했는지 자료 제출을 요청했지만 대구시가 이를 거부했다”며 관련 의혹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들어선 대구FC 브랜드 의 광고비 5억 원을 도시가스 요금에 포함시켜 줄 것을 대구시에 요구했다가 반영되지 않자 대구FC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대성에너지의 입장은 달랐다. 국가에서 정한 그대로 했을 뿐인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는 것이다.

대성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기부금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국가에서 정한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 산정기준에 의거해 도시가스공급비용에 반영하도록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며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 도시가스 회사들도 기부금을 도시가스 공급비용으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해명이 오히려 소비자들로 하여금 화를 돋우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경제적인 부담은 시민들이 지고 생색은 대성에너지가 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성에너지가 대구시 뿐 아니라 경산시 전역, 고령군, 칠곡군 동명면 지역에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 소비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해졌다.

이 지역 한 소비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기부금은 그야말로 좋은 뜻에서 거두는 돈 아닌가. 왜 공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성에너지가 이 같은 일을 벌였는지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대성에너지가 낸 기부금을 가스 공급원가에 포함하게 되면 이는 대성에너지가 기부를 한 것이 아니라 도시가스를 사용한 대구시민들이 기부금을 낸 것”이라며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사안이 자칫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 되고 말았다.
최근 산자부가 도매공급비용 인상으로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0.5% 올린 것과 관련해 일부 시민단체가 부당함을 주장하는 가운데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면서 기업의 기부금 조성 방법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8월 가구당 평균 사용량(517MJ)을 기준으로 할 때 1만 832원 정도 하던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달부터 1만948원으로 116원 더 올랐다.
게다가 현 정부가 서민물가 잡기에 나선 상황이고 김 회장의 동생인 김성주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시절 새누리당 공동선거 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대성은 그 누구보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주변의 눈총이 따갑다.
한 시민은 “기부는 주고받는 게 아니라 아낌없이 주는 것”이라며 “그 돈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른 공공요금에서도 이 같은 기부금 산출계산방식이 적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관계당국의 역할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형제간 다툼 또 다시 주목

모 기업인 대성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분석도 나돈다. 다만 그동안 대성합동지주의 김영대 회장, 서울도시가스의 김영민 회장, 대성홀딩스의 김영훈 회장 등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큰 화는 비켜갈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장남 김영대 회장과 삼남 김영훈 회장은 지난해까지 팽팽한 법정 싸움을 벌였다. 두 사람은 경영권 분리건 이후에도 대성그룹 회장이라는 명칭 사용으로 다시 다퉜다.
2000년 11월 김 명예회장이 3형제에게 경영권을 이양한 뒤 대성그룹 회장이라는 명칭 사용을 두고 다퉜다. 물려받은 각 기업의 계열사 지분 처리를 놓고 이견이 발생한 탓이다. 큰형 김영대 회장이 경영권을 압박하자 김영민 회장과 김영훈 회장은 함께 형의 회사인 대성산업(옛 대성합동지주) 지분 취득에 나서기도 했다.
김영대 회장의 대성지주가 김영훈 회장의 대성홀딩스와 비슷해 이를 바꾸라는 판결이 지난해 9월 나오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가스비 대납 비용엔 ‘대성’ 상호 사용료가 지불됐다는 의혹이 불면서 이들에 대한 형제애가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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