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그룹 오너 일가 수사 ‘막후’
보광그룹 오너 일가 수사 ‘막후’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3-09-02 09:46
  • 승인 2013.09.02 09:46
  • 호수 1009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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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비리 아닌 그룹차원 연루 여부 촉각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최근 상장사 임직원들의 잇단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진 가운데 보광그룹(회장 홍석규)도 그 명단에 이름이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모 전 부사장이 600억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전 부사장은 홍 회장의 손아래 동서로 2010년까지 보광그룹 계열사 대표, 자산운용사 인수 등 그룹 경영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이어서 이번 수사가 단순히 개인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일요서울]은 검찰의 사거리에 들어온 김 전 부사장의 혐의에 대해 들여다봤다.

600억 횡령·배임 혐의 계열사 前대표 영장
사측 “의혹만 벗으면 돼”…도덕적 해이 우려

검찰은 지난달 28일 보광그룹 계열사 대표로 재직하며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그룹 전 재무담당 부사장 출신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첨단범죄수사1부(부장 김영문)는 김씨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보광그룹이 인수한 반도체 제조 업체인 유비프리시젼 대표로 재임할 당시 200억 원 상당을 빼돌려 보광그룹 관련 주식에 투자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김씨는 반도체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온두라스 리조트와 국내·외 부동산 등에 회사 돈을 투자해 총 400억 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도 수사 대상에 있다. 현재 김씨가 대표로 재임했던 유비프리시젼은 2010년 이후로 보광그룹 계열사에서 분리된 상태다.

특히 김씨는 보광그룹이 2005년 미국에서 ‘신텔’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계열사 돈 수백억 원을 투자한 뒤 손실을 보는 과정에 개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달 28일 유비프리시젼 주가는 한때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와 관계없어” 관계 부인 급급

보광그룹 측은 “자사에는 재무담당 부사장이라는 직함이 없으며 김씨가 보광그룹과 관련된 곳에서 직책을 맡은 일은 없다”며 이 모든 정황을 부정했다.

또 “홍 회장과 가족관계인 것은 사실이나 ‘먼 친척’이라고 표현할 만큼 촌수가 멀고, 왕래가 잦지 않은 사이임을 직접 확인 받았다”며 “회사 차원에서 이번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언급할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가 대표로 재직했던 유비프리시젼 측은 “김씨는 보광그룹 계열사를 통해 회사가 인수되면서 대표로 왔던 사람이다”고 말해 보광그룹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또한 그는 “검찰에서 발표된 내용 외에는 우리도 아는 것이 없고,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회사 차원에서 민사소송 대응이 있을 수 있다”며 김씨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2010년 유비프리시젼이 타 회사에 매각된 뒤 김씨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김씨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보강수사를 벌인 뒤 지난달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의혹과 첩보는 입수된 상태나 아직까지 보광그룹으로까지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며 “김씨가 보광그룹 홍 회장과 친척 관계이면서 그룹 계열 임원 출신이지만 아직까지 수사를 확대할 확정적인 단서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강수사…검찰 “이번엔 잡는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김 씨가 20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횡령한 것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보광그룹과 연관이 있을 개연성이 훨씬 더 높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보광그룹은 1983년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설립한 TV브라운관 부품업체를 모기업으로 출발해 훼미리마트로 편의점 사업 진출, 휘닉스파크 설립 등 사업영역을 확장해오며 다수의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언론뿐 아니라 혼맥을 통해 재계에서도 각 기업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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