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직원 연봉 150% 오른 내막은
하나은행 직원 연봉 150% 오른 내막은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3-09-02 09:29
  • 승인 2013.09.02 09:29
  • 호수 1009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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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족’ 외환-하나 급여 맞추다보니…


[일요서울|김나영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지난해 외환은행을 인수한 전후 하나은행 직원들의 연봉이 은행권에서 가장 높게 올라가 그 배경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사들이면서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지급한 위로금을 하나은행에도 비슷한 형태로 뿌렸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자료출처=금융소비자원>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2년간 57% 껑충
위로금도 이쪽저쪽…양행 눈치보기에 급급

하나은행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해당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600만 원이 뛰면서 57.46%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포함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전 직원의 평균 연봉 상승률은 44.95%로 연평균 22%였다. 이는 주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을 통틀어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파악한 협약임금인상률은 연간 5% 수준이다. 은행권의 고연봉과 빠른 임금상승 속도를 감안해도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권의 급여 인상을 뒷받침할 합리적 근거가 없어 급여 체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최고 급여 따라잡기

유독 하나은행의 연봉이 두드러지게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외환은행 직원들뿐 아니라 하나은행 직원들의 임금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올려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외환은행을 사들이면서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위로금 명목의 상여금 500%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휘말렸다. 당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측은 500%가 아니라며 부인하고 백분율을 낮추는 등 무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하나은행 직원들의 속은 검게 타들어간 후였다. 인수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피인수은행의 40%에 불과한 위로금을 받음으로써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하나은행 직원들에게는 상여금 200%가 지급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게다가 인수 당시 외환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은행권 최고로 하나은행과의 격차가 뚜렷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외환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인수 직전인 2011년 3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1.36배 수준이었다.

이런 연유로 일부 하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인수 위로금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안도하는 모습이 감지되기도 했다. 앞서 하나은행이 옛 보람ㆍ충청ㆍ서울은행 등을 인수할 때는 하나은행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한 사례가 없어서다.

그러나 외환은행과의 위로금 격차 소식은 하나은행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하나금융은 하나은행 직원들을 달래는 차원에서 이런저런 명목의 성과급과 복리후생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하나은행의 평균 연봉 상승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어렵게 가져오면서 양행 직원들의 눈치를 동시에 본 것이 이유로 작용한 셈이다. 금융권 외부에서는 하나금융이 애꿎은 금융권 평균 연봉만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그간 연봉에서 제외했던 복리후생비를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급여에 포함시켜 공시했다”면서 “또한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일시적 성과급을 지급하다 보니 수치상 격차가 크게 나타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주요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등 11개 은행 정규직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2010년 8300만 원에서 지난해 1억200만 원으로 2년간 2000만 원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올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 등 5개 은행의 1인당 생산성은 2011년 대비 69%나 급감했다.

금소원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급격한 이익감소는 국내외의 저성장 기조와 거래 기업들의 대출부실이 주요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문의 금융소비자에게 이익을 보전하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은행들은 타행 거래처 뺏어오기와 같은 저차원의 영업전략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영업전략을 모색하고 경영효율화를 통해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박스]

하나금융, 외환은행 5년간 통합 안 한다더니…
카드 부문 7000억 출연 요구해 논란

하나금융그룹이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 부문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외환은행에 자본금 7000억 원을 출연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카드통합을 추진하면서 외환은행 카드 부문의 무상이전이 불가피한 ‘인적분할’ 방식을 선택한 데 이어 최근 외환은행에 자본금 7000억 원의 출연을 요구한 상태다.

만약 하나금융이 ‘영업양도’ 등 다른 방식을 택할 경우 외환은행은 1조 원 상당의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이 오히려 외환은행에 7000억 원 출연을 요구한 것은 하나SK카드의 부실 해결을 위해 외환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의 이러한 요구는 현재 하나SK카드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정한 자산 대비 자기자본 기준인 6분의 1에 현저히 미달한 데서 비롯됐다. 하나SK카드는 총자산 7조 원이 대부분 부채로 이뤄져 있고 자기자본은 6800억 원에 불과해 6분의 1은커녕 10분의 1에도 미달한 상태다.

합병 카드사 자산을 8조5000억 원으로 가정하고 하나SK카드의 기존 자본금에 7000억 원을 더하면 6분의 1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 출연금 요구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외환카드는 충성도 높은 고객과 저렴한 자본조달비용을 바탕으로 견실한 흑자성장을 거듭해온 반면 하나SK카드는 만성적인 적자로 시장점유율마저 7%에서 4.5%로 오히려 떨어진 상태”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지금도 하나금융지주가 제시하고 있는 유일한 통합 명분은 시장점유율인데 하나SK카드의 침체는 오직 시장점유율에만 집착한 물량공세에 기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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