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캐피탈사 수사
대기업 캐피탈사 수사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9-02 09:21
  • 승인 2013.09.02 09:21
  • 호수 1008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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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부당 지원’ 母기업 사금고 겨누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대기업에 속한 캐피탈사에 대한 사정당국의 눈길이 매섭다. 여신금융회사에 대한 규제가 미흡한 점을 이용해 모 기업이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私金庫)화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캐피탈과 효성그룹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에 대한 수사를 벌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열사인 캐피탈 회사로부터 대출심사 등을 면제받고 쉽게 돈을 끌어다 쓰는 대기업이 적지 않은데 그러면 캐피탈사가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하반기에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들이 자본금의 100% 한도를 넘겨 대출해주는 등 계열사 부당 지원이 있는지 등에 대해 테마 검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실 여신 크게 늘어…금감원 일제검사 //  실적 추락…곳간 털어 대주주 배당 논란

캐피탈 회사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해주는 할부 금융회사를 말한다. 누구에게 대출을 한다고 해서 잘못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이 일반인보다 모 기업 또는 오너 일가라는 것은 지적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크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아주그룹 계열사인 아주캐피탈이 아주산업에 대해 ‘경영 자문료’와 ‘상표 사용료’ 명목으로 2010년부터 3년간 150억여 원을 지급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 권고 조치를 내렸다. 아주캐피탈은 그룹에서 경영 자문을 받고 ‘아주’라는 이름을 사용한 대가로 매년 50억~60억 원을 1대주주인 아주산업에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주캐피탈이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대주주가 달라는 대로 자문료 등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주캐피탈 측은 “금감원 지도에 따라 비용 산정의 근거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효성그룹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이 오너 일가에게 수백억 원을 대출해 준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11일부터 검사국 직원들을 파견해 대주주 신용공여 과정 및 사후관리의 적정성 등에 대해 부문 검사를 벌이고 있다.
효성캐피탈은 조석래 회장이 대주주(10.32%)인 ㈜효성을 대주주(97.15%)로 두고 있는데, 아들 조현준 사장 등 3형제를 이사로 두며 본인들에 대한 수백억 원대 대출을 스스로 승인하게 해왔다. 조 사장은 횡령 유죄가 확정돼 임원 자격이 박탈됐는데도 이사회에 참석해왔다. 조 사장의 동생 조현상(42) ㈜효성 부사장도 금융관계법령상 유죄 확정에도 역시 불법으로 이사직을 수행해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이 그룹 오너 일가를 상대로 대출하면서 당국에 보고를 누락하는 등 법적 문제가 발견돼 조사 중”이라며 “조만간 제재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재 강도는 대출 규모와 고의성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며 기관 경고는 물론 과징금 부과, 임직원 문책도 가능하다.
효성캐피탈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하기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90억 원에 불과했지만, 135억 원을 배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함께 확산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특성상 같은 여전사인 카드사와 달리 규모가 커도 사외이사 의무 등 이사회 견제 조항을 적용 받지 않는다”며 “배당에 있어 제재가 덜해 모 기업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는 사례가 종종 알려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대주주에게 돈을 퍼주는 사이 이들 캐피탈사의 재무구조는 급격히 부실해졌다는 것이다. 효성캐피탈은 돌려받을 수 없어 손실로 처리되는 부실여신이 2011년 29억 원에서 지난해 242억 원으로 1년 사이에 8배 수준으로 늘었다. 아주캐피탈도 대출금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여신이 1년 동안 40억 원가량 늘었다.
또한 이들 캐피탈사가 부실해지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주 이용층인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재 캐피탈 사들이 개인에게 대출할 때 적용하는 금리는 연 30%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출 금리를 올려 손실을 만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정황이 일부 알려지기도  한다.

금융사 고배당 잔치 부실 우려 논란

국회에서도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김동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현재 자산 2조 원 이상 신용카드사에만 사외이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설치 등 대주주 견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을 캐피탈사를 포함해 자산 1조 원 이상의 모든 여전사에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 등은 자산 규모와 상관없이 대주주 특수 관계자에 대한 대출 등 위법행위를 적절히 감시·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산총액 1조 원 이상인 모든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해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소수주주권 행사 허용을 통해 여신전문 금융회사가 대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지 않도록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도 금융위에 캐피탈사에 대한 대주주 견제 장치를 신용카드사에 준해 확대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조 사장과 같이 임원의 자격이 없는 자가 권한을 행사하거나, 행사하도록 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조항도 포함돼 있다. 현행 여전법은 효성과 같이 임원의 자격요건 관련 사항을 위반한 경우 회사나 임직원에게 주의·경고 또는 임원에게 해임·직무정지를 요구하거나 시정명령까지만 할 수 있다. 조 사장의 이번 행위에 대한 조처는 금감원 조사가 끝난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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