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귀환, 박지성 친정팀 에인트호벤 다크호스로 급부상
전설의 귀환, 박지성 친정팀 에인트호벤 다크호스로 급부상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8-26 13:53
  • 승인 2013.08.26 13:53
  • 호수 1008
  • 5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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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QPR 부진, 임대로 돌파구 찾아…코쿠 감독과 재기 노려
AC밀란전 선발 출장, 어린선수들 진두지휘…멘토로 급부상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산소탱크 박지성의 화려한 귀환에 현지 팬들의 함성이 우렁차게 울렸다. 8년 만에 돌아온 PSV 에인트호벤 복귀전에서 박지성이 부진을 씻고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실책으로 흔들리던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베테랑 박지성의 진가를 발휘했다.

박지성은 지난 21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AC밀란과의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출전해 68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1-1 무승부를 도왔다.

특히 이날 박지성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와 후반 23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베테랑의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에 PSV 팬들은 기립박수와 함께 박지성의 응원가를 부르며 환영했다.

이날 경기는 1-1 무승부로 종료되면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PSV에게는 값진 결과였다. 박지성 역시 리더로서 팀을 이끌어 가는 주축이 되면서 알토란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박지성을 향한 외신의 평가도 후했다. 글로벌 축구매체 ‘골닷컴 이탈리아’는 박지성에게 별 5개 만점에 4개 반을 부여했다. 4개 반은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이다.

평균 21세의 PSV 박지성의 경험이 절실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의 경험과 경기운용능력은 평균 21세의 젊은 PSV에게 단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필립 코쿠 감독의 신임은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쿠 감독은 박지성을 투입한 배경에 대해 “그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선수다.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다. 팀에 안정감과 평화를 가져다 준다”고 설명했다.

당초 박지성은 고어헤드이글스와의 리그 경기를 통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작은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리그 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가진 뒤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에 출전하는 계획이었지만 엉클어져버렸다.

하지만 코쿠 감독은 전력상 우위인 AC밀란을 상대로 박지성의 경험과 경기운영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박지성을 전격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효과는 확실했다. 경기 초반 PSV의 젊은 선수들은 주도권을 잡고 AC밀란을 몰아붙였다. 그것도 잠시 한 번의 수비실수로 PSV는 실점을 했고 젊은 선수들은 동요됐다. 때마침 박지성의 역할이 빛났다. 박지성은 동료들을 다독이며 패스 중심의 볼 소유권을 가져가는 플레이로 안정을 찾았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무너질 수 있었던 팀 분위기를 바꿨다. 결국 자신의 플레이를 되찾은 PSV는 후반 15분에 동점골을 터트리며 1-1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상대팀 AC밀란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솔직히 박지성의 출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또 “전체적으로 이겼어야 했던 경기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박지성 대해 네덜란드 주요 매체인 ‘텔레그라프’는 “PSV가 얻은 멘토”라며 “박지성은 코쿠 감독의 젊은 PSV를 위한 멘토이며 이것은 과거 히딩크 감독이 있을 당시 코쿠 자신의 역할 이기도 했다”고 전해 복귀전만으로 팀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박지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코쿠 감독 역시 8년 전 자신처럼 경험이 풍부한 박지성이 어린 PSV 선수들의 동료이자 멘토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역시절 AZ알크마르, 비테세를 거쳐 PSV의 간판 미들필더였던 코쿠 감독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마친 뒤 FC바르셀로나(스페인)로 이적해 6시즌 간 전성기를 보냈다. 2003-2004시즌이 끝난 뒤에도 재계약 제안을 받았지만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PSV로 전격 복귀해 리그 3연패를 이끌었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박지성은 30대 중반의 베테랑 코쿠와 함께 PSV 주축 선수로 활약한바 있다.

과감한 돌파와 슈팅이 롱런과제

첫 단추를 기가 막히게 채운 박지성에게 지속적인 활약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과감한 돌파와 슈팅의 부재는 극복 과제로 떠올랐다. 우선 이날 박지성은 단순히 열심히 뛰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면서 적절한 패스로 어린 동료들에게 찬스를 열어줬다. 또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노련한 플레이로 AC밀란의 수비진을 괴롭히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상대 역습 시 후발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디펜스에 가담하는 등 효과 만점의 활약상을 선보였다.

다만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았던 박지성이 찬스에서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이 직접 마무리 지어야 하는 역할에 아쉬운 점을 남겼다.

특히 뒤에서 흘러오는 공의 속도를 이용해 수비수를 벗겨내는 침투 동작이 큰 장점이지만 수비를 등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지성은 과도하게 동료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박지성의 슈팅숫자는 자연스럽게 ‘0’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기를 놓고 지난 2005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순간적인 침투로 AC밀란의 골문을 흔들었던 박지성의 과감한 슈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은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서의 부진을 씻어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지성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이적을 감행했지만 결국 악수로 작용했다. 구단주와 감독의 절대적 신뢰 속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장을 맡았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는 동료들과 조직력을 찾아볼 수 없는 팀 경기력으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결국 시즌 중 감독은 교체됐고 주장 자리는 다른 선수에게 넘어갔다. 또 2부 리그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임대를 통해 탈출구를 찾았다. 다시 유럽 생활의 테이프를 끊었던 친정팀 PSV로 돌아왔고 자신을 잘 아는 코쿠 감독을 만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PSV는 오는 29일 산시로 원정을 떠난다. 앞서 25일 새벽 헤라클레스를 상대로 에레디비지에 4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다. 박지성은 이 경기를 통해 리그 복귀전도 치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PSV는 8년 만에 복귀한 박지성을 클럽 역사 100년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로 선정했다. PSV는 지난 2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비로운 박지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박지성이 2003년부터 3시즌 동안 PSV에서 뛰며 유럽축구 무대에 이름을 알려나갈 당시의 활약상이 담겨있다.

1913년 8월 31일 창단한 PSV는 100주년을 앞두고 창단 100일 전부터 ‘100일의 100년’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구단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들과 큰 사건들을 100회 분의 영상으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앞서 호나우드, 뤼트 굴리트, 아르연 로번 등 ‘레전드’들이 다뤄졌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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