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돼 은밀한 장면 엿보기
최근 김씨처럼 밤마다 화상채팅사이트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는 그 만큼 음란행위가 많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화상채팅이 은밀한 장면을 보여주고 또 보는 곳으로 유명해진 것은 오래전 일. 주로 미팅과 만남을 위한 장에서 갈수록 집단 은밀함을 추구하며 노출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실제 지난 25일 강남경찰서는 지난 7월부터 S화상채팅 사이트에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인터넷 채팅을 할 수 있는 화상 대화방을 열고 6∼10명이 모여 자신의 성기 또는 자위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이른바 ‘음란 화상채팅’을 한 혐의로 네티즌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음란한 동영상을 유포해 이득을 취한 것도 아니고 서로 동의하고 내 몸을 보여주는 것도 죄가 되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경찰은 “피의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다른 네티즌이 투명인간 아이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음란 화상채팅을 했다”며 “이같은 행위는 음란한 화상을 전시 또는 배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로의 합의 아래 이뤄진 일이지만, 문제가 된 것은 이른바 ‘투명인간’아이템이었다. 1,000원을 내면 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투명인간 아이템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어떤 대화방이라도 들어갈 수 있어 다른 사람이 화상채팅하는 장면을 ‘훔쳐’ 볼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몰래 카메라로 볼 수 있는 이 ‘투명인간’아이템은 경찰에 적발된 S 사이트의 히트 상품이다. 실제 이 아이템을 즐겨 이용한다는 20대 후반의 직장인 이모씨는 “솔직히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훔쳐 볼 수 있다는 것에 아이템을 구매해 많이 이용했다”면서 “야한 장면을 연출하는 방이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템을 이용해 훔쳐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정모(25)씨 역시 “훔쳐보는 것보다 더 자극적인 것은 없다”며 “남자들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사이트의 단골 콘텐츠로 등장
화상채팅사이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음란행위는 직업과 연령을 무시하고 있고 심지어 성행위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화상채팅을 통해 음란행위를 하다 지난 4월 대구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적발된 46명은 자신들의 자위행위는 물론 성행위 장면을 여과없이 실시간 중계했다. 이들의 직업은 직업군인과 가정주부, 초등학교 교사, 연극배우, 간호사, 고교생 등 다양해 화상채팅을 통한 음란행위가 우리사회 전반에 전파됐음을 보여주었다.또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M사이트의 모 동호회는 자신들의 섹스장면을 올려놓고 이를 감상하며 점수까지 매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자칫 한번의 호기심은 곧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인터넷이라 익명성이 보장될 것으로 여기지만, 몰카의 제물이 되고 있다. 화상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녹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화상채팅사이트에서 벌어진 음란행위들은 버젓이 성인사이트의 콘텐츠로 올려지고 있다.
실제 스팸메일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고 있는 ‘초등학생’몰카 역시 화상채팅과정을 그대로 녹화해 둔 것을 성인사이트들이 자신들의 사이트 광고에 이용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의 자위행위 장면을 담은 몰카 역시 대부분 화상채팅사이트에서 녹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증거가 남지 않겠지’라며 호기심에 즐겼다가 얼굴이 알려져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것. 음란화상채팅은 때로는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음란화상채팅장면을 녹화해 두었다가 이를 이용해 금품을 갈취하고 심지어는 성폭행까지 일삼는 일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서울 중랑경찰서는 음란 화상채팅 장면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며 성관계를 요구했던 여모(33)씨를 구속했다. 당시 여씨는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에서 김모(23)씨와 만나 서로 알몸을 보여주는 등 음란행위를 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가 이를 미끼로 김씨를 협박했다.특히 가정주부들의 경우 남편에게 알릴 수 없는 약점을 지니고 있어 이런 협박범들의 좋은 제물이 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문제는 청소년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것. 청소년보호위원회 어머니 모니터단이 지난 3월말부터 5월까지 두달간 채팅사이트,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 인터넷 음란물 등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21개 채팅사이트 중 67%가 회원가입시 부모의 동의가 필요없고, 87%는 연령 구분없이 가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채팅방에서는 청소년들의 자위행위가 무차별 생중계 됐고, O채팅사이트에서는 화상채팅 화면 한쪽에 계속 포르노 동영상이 상영됐다. 이들 채팅사이트에서는 대화방 이름 자체가 ‘나 교육시켜줄 누나’, ‘남녀 혼탕놀이’, ‘자위 보여주실 분’ 등으로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연상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훔쳐보기, 몰카 열풍 등 성인들의 잘못된 성의식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물론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해악을 끼치고 있다”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인터넷 공유사이트를 통해 각 종 성인물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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