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아빠방’이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수년전, IMF로 가정 경제가 망가지고 가정이 파괴되고 해체할 즈음 등장한 신종 직업이었다. 30~40대의 남성들은 여성을 위한 도우미가 됐고 돈이 있는 여성들은 아빠방에 가서 남자들과 술을 먹고 그들을 희롱하며 즐거움을 누렸다. 하지만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즐거울리 없었다. 그나마 한 가족의 가정이었던 그들이 갑자기 ‘접대부’가 되어 여성들에게 술을 따르는 일은 분명 수치스러울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경제가 다시 좋아지면서 남성들은 썰물 빠지듯이 아빠방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2013년, 다시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아빠방이 생겨나고 있다. 양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남성들, 직업을 구하기 힘든 남성들이 다시 여성들에게 술을 따르면서 생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빠방, 그곳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는 호스트바가 있다. 대개 20대 여성들이 고객이 되고 또래의 남성들이 도우미가 된다. 물론 그곳에는 30대도, 40대도 갈 수 있다. 하지만 남성들은 20대가 아니면 안되었다. 20대 후반만 되도 벌써 ‘퇴물’이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방은 틀리다. 20대는 취업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도우미들이 30~40대들이다.
경기 불황 속 돈 벌기 위해 나선 가장들
아빠방이 호스트바와 다른 또다른 점은 호스트바처럼 퇴폐 행위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호스트바 자체는 거의 퇴폐의 온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짙은 애무와 키스는 물론, 심지어는 성행위도 룸 안에서 일어난다. 돈을 가진 여성은 남성들을 하인처럼 부리고 남성들은 돈을 위해서 그러한 하인의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호스트바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 ‘별천지’라고 할 수 있다. 한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나도 철이 없을 때 몇 번 호스트바를 가본 적이 있었다. 사실 그곳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다. 호스트들은 일반 나가요 아가씨들과는 다르게 룸 안에서는 무조건 복종이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들은 그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그러니 군대보다 더 딱딱하고 철저한 곳이 바로 호스트바이다. 돈을 쓰는 만큼 권한을 지닐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호스트바라는 곳이다.”
하지만 아빠방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 호스트바와는 다르게 밀폐된 공간에서 접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간이 칸막이가 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니 개방성이 더 뛰어나고 은밀한 퇴폐 행위를 하는 것도 어렵다. 그저 남녀가 편하게 대화를 하면서 술을 마신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실제 아빠방에서 근무를 해봤다는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에는 나도 아빠방이라는 곳이 상당히 퇴폐적인 뭐 그런 곳인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겪어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서로 몸을 툭툭치는 스킨쉽 정도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것도 술을 마시며 농담을 하는 과정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허벅지를 만지는 것도 가끔씩 장난으로 있는 일일 뿐이다. 그만큼 퇴폐적인 것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 안에서 성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일하는 남성들로서도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술을 많이 권하지도 않는다. 그냥 적당히 먹을 수 있는 정도로 먹을 뿐이다. 또 아빠방에 오는 여성들은 호스트바에 가는 것처럼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취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은밀하게 2차 제안하는 여성도 있어
물론 그렇다고 아빠방이 완전히 건전한 곳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이곳에서도 은밀한 ‘2차 제안’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2차 제안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지, 실제 어떤 여성들이 그러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업소측에서도 이를 파악하기 힘들고, 어차피 서로 연락은 개인 핸드폰으로 하기 때문에 파악은 불가능하다. 업소 측에서도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성인인 두 남성이 뭘 어떻게 하든 그것을 모두 규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김씨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자.
“간간히 여성 손님과 2차를 하는 남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남자든 여자든 한번 잠을 자면 그 이후로 계속해서 관계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거기다가 이런 곳에서 만난 남녀가 무슨 배려심과 사랑이 있어서 깊은 관계까지 맺겠는가. 어쨌든 아빠방에서 일하는 남성들에게 손님과 잠을 자는 것은 금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물론 어기는 사람도 있다. 금기는 또 어겨야 제맛이 아닌가.”
어쨌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암묵적으로는 여성과 2차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또 실제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과의 2차를 통해서 별도의 수익을 챙기고 있다. 만약 이렇게 했을 경우에는 일반 아빠방에서 벌 수 있는 수입의 몇배나 되는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2차가 금기라고 하더라도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빠방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애초에 이러한 2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거기다가 ‘열 여자 마다할 남자가 없다’는 점에서 이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남성들까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아빠방에서 근무하는 남성들의 하루 평균 수입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일까. 아빠방에서 일하는 남성들은 호빠에서 일하는 남성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적은 수입을 받는다고 한다.
대략 하루에 챙길 수 있는 금액은 10만원 정도. 한달 20일 동안 빡빡하게 일을 해봐야 200만 원 안팎을 벌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 속에서는 이 정도의 돈도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육체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리운전과 같은 것을 하면서 먼 지역까지 가는 일이 아니라 한 곳에서 여성과 술을 마시면서 벌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좋은 수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빠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또다른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이곳에 일을 하러 오는 남성들은 거의 생계에 대한 절박함 속에서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함부로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개 따박따박 모아서 집에 가져다 준다. 물론 나도 그러고는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 참 살기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의 경기가 좀 빨리 나아져서 그렇게 살아가는 남성들이 좀 줄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좀 번듯한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남성이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 수 있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사실 경기의 흐름을 가장 빨리 타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유흥가다. 아빠방이 IMF 직후에 생겨났다는 것은 지금의 경기가 바로 그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경기가 좋아져 아빠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줄었으면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바램이지만, 그 시점이 그리 빨리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기도 하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