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9월 중 미납추징금 230억 원을 완납할 예정이다.
노씨 측은 이를 위해 22일부터 동생 재우씨와 사돈이었던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과 최종 합의 절차에 돌입했다. 재헌씨는 양측 대리인과 함께 합의문 서명 절차를 밟기 위해 22일 홍콩에서 귀국했다. 동생 재우씨는 추징금 150억 원, 신명수 회장은 80억 원을 각각 대납하기로 구두 합의한 상태다.
노씨 동생과 전 사돈의 미납추징금 대납은 검찰이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노씨 진정서를 근거로 신명수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이었다. 그런데 신 전 회장이 “80억 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하자 검찰 측에서 추징금 납부로 설득했다.
재우씨와의 합의 과정에서도 검찰은 재우씨가 추징금 150억 원을 대납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과거 증여했던 나머지 재산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조율했다.
동생… 오로라씨에스 압류 당하기 전에 낸다
신명수 회장… 배임혐의 수사 시작하자 ‘헌납’
구두 합의에 따라 노씨 아들 재헌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양측 대리인들과 합의문을 작성하고 최종 서명한 뒤 순차적으로 미납추징금이 납부될 예정이다. 재우씨 측은 대출을 받아 수표로 끊어 서울중앙지검 집행과에 낼 예정이다. 신 전 회장 측은 80억 원을 계좌로 넣을지 수표로 만들어 낼지 협의해 진행키로 했다.
노씨 동생과 전 사돈이 230억 원을 대납하기로 한 것은 '전두환 추징금 환수법'이 시행되면서 강한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생 재우씨는 1988년과 1991년 형으로부터 받은 120억 원으로 냉동창고 회사인 오로라씨에스를 설립해 운영 중인데, 전두환 환수법 시행에 따라 검찰이 언제든 이 회사 주식을 압류해 강제 추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거엔 소유권을 형에게 돌려놓는 절차가 필요했지만, 개정법에 따라 불법 재산을 취득한 제 3자로부터 직접 추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명수 전 회장은 1990년 노씨로부터 230억 원을 증여받았는데, 재우씨와는 달리 채권 추심 시효가 지나 납부할 의무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노씨 측이 그를 배임 혐의로 진정하고 검찰이 이를 근거로 소환조사에 나서자 신 전 회장은 “80억 원을 사회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신 전 회장은 5년 전부터 앓던 대장암이 뇌와 폐 등으로 전이돼 최근 들어 미국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노씨 측이 대통령이 추징금을 서둘러 완납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데에는 추후 국립묘지 안장을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노씨 측은 지난 2007년부터 병세가 심화되면서 추징금을 완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노씨는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고 2008년부터는 ‘소뇌 위축증’이라는 희귀병으로 투병하고 있다. ‘소뇌 위축증’은 소뇌에 퇴행성 변화가 오면서 운동기능을 상실하는 병이다.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고 언어 장애도 올 수 있는 병으로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노씨는 현재 걷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사람도 거의 못 알아볼 정도로 정신 기능이 쇠약해졌고, 말이 극도로 어눌해져 일상 대화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