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개입’ 논란 싸고 진실 게임
‘인사개입’ 논란 싸고 진실 게임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08-26 10:49
  • 승인 2013.08.26 10:49
  • 호수 1008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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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비서관이 기업 인사 개입? 사실로 드러나면 박 정부 큰 타격

청와대 “제보자 누구냐” 색출 혈안…카더라식 소문 끊이지 않아
공직기강팀 “제보 들어온 것 없다”…해당비서관 “난 피해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청와대 비서관, 대기업 인사가 깊숙이 개입했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개입’ 논란 여부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당사자는 대선 승리 공신으로 불리는 청와대 K비서관이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인사개입’ 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혹과 루머가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과 K비서관은 “팩트가 틀렸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를 제기한 해당언론사와 소송을 진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미 의혹은 커질 대로 커졌다. 일부에선 “K비서관이 사퇴할 것”이라고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각종 ‘~카더라’식 소문까지 겹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KT 이석채 회장 측근이 제보했다”는 등 음모론마저 돌면서 청와대를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이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 사건은 지난 7일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언론 보도로 인해 불거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이 청와대 K비서관(1급)의 대기업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는 내용이 시사저널을 통해 보도됐다.

인사청탁 의혹에 청와대 ‘발끈’

K비서관을 둘러싼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 정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직기강 다잡기에 나서마자 불거진 사건이라 진실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이 제보를 받아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는 점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여권 핵심 인사를 통해 “청와대 공직기강팀은 지난 7월 말 청와대 내부 관계자로부터 K비서관이 KT·KB금융지주 등의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더욱 충격을 주는 것은 ‘대기업 인사개입’ 여부다. K비서관이 이석채 KT 회장에게 고교동창인 새누리당 전 의원이었던 K씨를 KT 부회장으로 임명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이 회장이 K비서관에게 부회장 대신 고문직을 역제안 했으나 K비서관과 K씨 등이 거절했다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또 K비서관이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홍보를 담당했던 B씨를 KT의 한 계열사 임원에 앉혔고 특히 K비서관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용수 부사장을 왜 임명했느냐”고 불만을 표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KT와 KB 측에서는 “구체적인 영입 배경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답변을 해 의혹만 부풀어오르고 있다.

특히 이를 보도한 시사저널은 “K비서관은 지난 7월 말 공직기강팀의 조사가 시작되자 이 회장과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공직기강팀에서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 연락이 오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K비서관이 이 회장에게 인사청탁을 한 것은 ‘연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인사개입에 나섰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하지만 K비서관은 이러한 언론보도에 대해 “나는 피해자”라며 “(언론보도는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우선 그는 [일요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말을 다 하기는 어렵다. 해당 언론사를 고소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K비서관은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다 감옥을 갔던 분을 임원으로 영입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석에서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과의 친분 여부에 대해서도 K비서관은 “나는 이 회장을 알고 있어도, 이 회장은 나를 알지 못할 것”이라고 일면식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KT에 후배들이 있다 보니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모든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 뒤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금 현 상황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 더 큰 논란만 일으킬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한 관계자도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공직기강팀으로 K비서관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K비서관이 직접 공직기강팀에 이러한 소문이 나돌고 있으니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석채 회장 측근부터영포라인까지~

이번 사건이 진실게임 공방전으로 치닫으면서 이를 둘러싼 소문들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KT사이에 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사퇴설에 시달리고 있는 이 회장, 그리고 K비서관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음해성 소문이 돌면서 이번 사건이 이 회장과 K비서관을 끌어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회장에 관련된 소문 내용은 무엇일까. 이 회장이 측근을 통해 청와대에 제보, ‘물귀신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주려 한다는 게 소문의 주된 골자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K비서관과 이 회장 사이가 두텁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K비서관은 통일민주당 전문위원으로 정치권에 첫 발을 디딘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 민자당 조직국장을 지냈다. 이 회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에 힘을 보탠 김영삼 전 대통령 측의 부탁이 작용해 자리를 꿰찼다.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을 매개로 친분이 있어, 인사개입에 적극 나섰다. 그러한 과정에서 K비서관이 ‘연임’을 전제로 인사 청탁을 했고, 이 회장이 이를 거부한 뒤 측근들을 통해 청와대에 이야기를 흘렸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또 지난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지만 여전히 ‘구직활동’ 중인 친박계 인사들이 KT 이석채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KT 자회사만도 96개나 되기 때문이다. 이에 이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불거지자, 박근혜 정부 공신에 대한 비리를 폭로해 자신도 물러나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석채 사퇴 임박설’이 나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K비서관과 관계가 좋지 않은 인사가 제보했다부터 시작해 영포라인 인사가 이를 제보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실명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KT측은 “제보사실 등 모두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또 K비서관은 “제보자를 알고 싶다. 나 역시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 측 인사가 제보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K비서관은 “내가 보기에는 KT에서 제보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석에서 말한 게 청와대에 들어갔다. 당 사람들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추측도 할 수 없다. 또 다른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과를 지켜보면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재 소문은 소문에 불과한 셈이다.

한편, K비서관과 친분이 두터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K비서관은 의욕이 넘치지만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일례로 과거 청탁을 받았지만 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줘도 ‘곤란하다’는 답변만 할 정도로 행동을 조심하는 스타일”이라고 옹호했다.  

이래저래 K비서관 대기업 인사 개입 의혹을 둘러싼 각종 소문으로 인해 이 회장과 K비서관에 대한 음모론, 더 나아가 이들을 사퇴시켜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근거 없는 소문을 낳고 있다는 게 청와대 및 정가 내 분위기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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