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지난 12일 국회 홍보기획관 미디어담당관실에서는 국회출입기자들에게 변경된 국회출입기자 등록제도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출입기자 등록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취재편의 제공 및 국회 내 취재 질서 유지를 위한 개선 작업이라는 것이 국회의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출입 비주류 언론사 기자들 사이에서는 국회사무처(국회의 일반 행정 사무 처리 기관)가 언론 검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취재질서 유지 및 취재 편의 제공 위해”
일부 기자들 “과거정권때 프레스카드 생각 나”
[일요서울]이 국회에 확인해 본 결과 2013년 8월 현재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언론매체 기자는 약 1600여명(상시출입 기자 550여명)이다. 임시로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언론 기자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국회사무처 소속 홍보기획관 미디어담당관실이 지난 12일 발송한 공문에는 “국회 내 취재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허위·왜곡보도를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국회 출입 및 취재에 있어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공문에 따르면 일부 상시 T.O(정원)가 줄어든 언론사의 경우는 내년 5월 29일자로 유효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상시출입증으로 갱신이 불가, 장기출입증(3개월 유효기간)을 발급할 예정이다. 기존에 국회에 주재하던 상시 출입기자(사진기자 ·촬영기자 포함)들은 취재하는 데 곤란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회 내에 자리까지 갖고 있는 기자들이 3개월마다 출입증을 갱신 받아야 하는데다 국회 관련 보도기사를 제출해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사무처가 언론사 검열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기자들의 불만과도 일맥상통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지적하는 것이 맞다”
[일요서울]이 23일 취재한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인터넷언론사, 주간지, 지방사 등 기자들은 변경된 국회출입기자 등록제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국회 상시 출입기자인 주간지의 G기자는 “그 내용을 한 달 전 쯤 통보 받고 미디어담당관 담당자와 상의를 한 적이 있다. 아직 확정적인 것 같지는 않아서 내주 쯤 7개 매거진 기자들과 만나 의견을 나눠보고 입장을 정리해 (미디어담당관실에)전달할 생각”이라며 “상시 출입이었는데 장기 출입기자로 변경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 지켜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G기자는 또 “몇 번의 전화통화로 설명을 했었다. 국회 담당자들도 언론 기자 상황에 대해 자세히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며 특히 갱신때 보도실적을 제출하라는 내용에 대해 “국회출입과 관계없는 매체들의 출입을 막기 위한 입장은 이해한다. 하지만 검열의 차원이라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변경된 출입기자등록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지적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직 여지가 있는 것 같으니 상황을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국회 출입 지방언론사 소속 J기자는 “우리 회사는 T.O 변동이 없어 해당사항 없을 것 같다”며 “상시 기자 출입이 장기 출입으로 변경되는 대상자들은 불편하게 될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대한 불편함을 기사로 써야 안 되겠나”라는 말로 통화를 마쳤다.
국회 상시 출입 중인 주간지 P기자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1년 유예하고 그 이후에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언론사별로 견해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자들은 대부분 기존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언론사의 Y기자는 “우리 언론사는 국회 출입을 기자들끼리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며 “공문에 관해 미디어담당관실에 확인을 해보겠다”고 무관심한 모습도 보였다.
국회 미디어담당관실 공지에 따르면 중앙지는 유형별로 국회 상시 출입기자 인원을 상한배정기준을 적용해 T.O를 재조정했다. 배정기준은 ▲4천부 이상(1명) ▲8천부 이상(2) ▲1만 2500부 이상(3) ▲2만 5천부 이상(7) ▲5만부 이상(9) ▲10만부 이상(11) ▲20만부 이상(13) ▲50만부 이상(15) 등 상시 T.O상한을 배정했다.
국회사무처 “월 2회 심사 거쳐 신규발급 할 것”
다만 경제지의 경우는 기본 상한 T.O의 70%를 배정하고, 영자신문·무가지는 기본 T.O의 50% 배정된다. 정치 섹션이 없는 언론사 및 주·월간지는 상시 배정대상에서 제외된다.
반면, 지방지 상시 배정 기준(안)은 발행부수 가준평균치가 4천부 이상 매체는 1명, 50만부 이상 언론사에게 9명 상한으로 배정된다. 지역 방송국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 상시배정 기준(안)은 ▲시청점유율 5% 이상, 기자수 20명 이상, 보도편성비율 10% 이상의 방송사(2명) ▲시청점유율 10% 이상, 기자수 20명 이상, 보도편성비율 10% 이상의 방송사(4명) ▲KBS 지역국·지역 MBC·지역민방(SBS 계열) 각각 총 8명씩 ▲시청점유율 12% 이상, 기자수 150명 이상, 보도편성비율 15% 이상의 방송국(15명) ▲시청점유율 20% 이상, 기자수 200명 이상, 보도편성비율 20% 이상의 방송사(18명)을 T.O 상한으로 배정된다.
한편, 국회사무처는 국회출입기자의 단기 등록 제도를 폐지하고 장기출입등록증을 발급받도록 했다. 유효기간이 짧아 출입증을 2주마다 재발급 받아야 했던 단기 출입 기자들은 취재 편의 도모를 위해 상시(1년)/장기(3개월) 등록제도로 이분화 했다. 그러나 기존에 유효기간이 없었던 상시 출입 주간지 또는 지방언론 기자들은 1년의 유효기간의 출입증을 받게 되었고, 주간지 중에는 그나마 있던 상시 출입증이 장기 출입증으로 변경 발급 받게 되어 불편함을 겪게 된 것이다.
상시 T.O를 배정받은 언론사의 경우 배정된 상시 T.O를 초과하여 출입할 경우 별도의 심사 없이 발급 및 갱신할 수 있다. 발급한도는 상시 T.O 10인 이상 매체는 최대 10인이고, 5인 이상 10인 미만 매체는 상시 T.O 만큼이며, 4인 이하 매체는 최대 4명까지 발급한다.
반면 상시 T.O를 배정받지 못한 언론사가 신규발급을 받기 위해서는 출입등록신청서와 함께 국회 관련 보도실적 등 평가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월 2회 심의위원회 심사를 통해 실제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지 확인 후 신규 발급을 해준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시 T.O를 배정받지 못한 언론사의 기자가 갱신을 하려면 유효기간 만료 2주 전까지 갱신 신청서와 함께 국회 관련 보도실적을 제출하고, 마찬가지로 취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지 판단 후에 갱신을 해줄 수 있다. 일시 취재증의 유효기간은 기존에 1일이었던 것을 최대 7일로 연장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언론사의 생리를 모르고 업그레이드 된 제도인 것처럼 내놓은 국회사무처의 이번 출입기자변경 제도는 과거정권 시절 '프레스카드제'를 떠오르게 한다. 1972년 2월부터는 프레스카드 없이는 취재를 못하게 되었으며 프레스카드를 받지 못한 기자들은 언론계를 떠나기도 했다. 언론과 정부 모두가 악용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당시 제기된바 있다.
이 같은 출입기자 등록제도가 과연 국회 내 취재질서를 유지하고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당근인지 언론사의 취재 및 보도 내용을 검열하고 ‘관리’하기 위한 국회사무처의 ‘채찍’인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